한쪽 발이 없는 비둘기에게 쓰는 엽서

- 삶의 감옥으로부터의 편지 9

by 방훈

한쪽 발이 없는 비둘기에게 쓰는 엽서
- 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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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보았다. 출근길에
그는 한쪽 발이 없었다.
그래도 그는 당당하게 이 도시의 변두리에서
모이를 먹고 있었다.
내가 그를 보았을 때 그와 눈이 마주쳤지만 그는 나를
개의치 않고 자기가 할 일을 하고 있었다.

다리 한쪽이 없는 그,
그는 그래도 누구보다도 당당하다.
그를 보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리도 두 개 있고 손도 두 개 있는 나는
이 도시의 한 변두리에서 어떤 모습으로 있는가?
다리 한쪽이 없어도
나는 데는 지장이 없는지
그는 햇살 속으로 찬란히 날아오르고 있다.

오늘 그를 보면서 알았다.
그래, 다리가 하나 없는 새는
다리가 하나 없다고 해서
날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나뿐만이 아니라 대다수의 사람들은
다리 한쪽을 잃으면
다른 다리 한쪽이 있음에도
대부분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릴 것이다.
비둘기가 한쪽 발이 없어도 날 수 있듯이
우리네 인생들도 설령 뭐 하나 없다고 해서
인생 자체가 끝나는 것도 아닌데
뭐가 하나 없거나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이 세상에서 찾아보면
날 수 있는 것들이 많을텐데,

나도 그랬지만
우리들은 뭐 하나가 없거나 부족하면
부모를 원망하거나
세상을 원망하거나
다른 타인을 원망하면서
자포자기를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오늘,
인간에게 비교한다면
한낱 미물이라는 비둘기도
다리 한쪽이 없는 것에 상관을 하지 않고
저렇게 찬란하게 하늘을 나는데,
저렇게 열심히
세상을 살아가는데,

비둘기야,
다리 한쪽이 없는 비둘기야.
이 도시의 변두리, 그 어두운 하늘을
날기를 멈추지 마라.

나는 그 비둘기가 날아가는 것을
눈이 시리도록 쳐다보았다.
그 비둘기가 완전히 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다.


(추신)
다리 한쪽이 없는 비둘기도
처음 다리를 잃었을 때
날기 위하여 수 없이 노력했을 것이다.
그런데 난 비둘기의 다리가
왜 없어졌는지 잘 모르겠다.
그런데 간혹
다리가 부러지고
다리가 뭉그러진 비둘기는 가끔 가다 보았다.
보지 못한 분들은 비둘기가 많이 모이는
탑골 공원 같은데 가서 살펴보기 바란다.
아마도 틀림없이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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