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어떻게 살아야 하나

- 삶의 감옥으로부터의 편지 15

by 방훈

이젠 어떻게 살아야 하나

-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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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았습니다.

정말 그는 앞도 뒤도 보지 않은 채 열심히 살았습니다.

새벽에 나가 밤늦게까지 일을 하였습니다.


그러던 그가 어느 날 회사에 출근했을 때 그의 자리가 없어진 것을 보았습니다. 젊음을 다 바쳐서 닦아온 자리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그의 자리가 사라졌습니다. 그는 그 자리에 쓰러질 뻔 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앞에 아른거리는 가족들 모습에 억지로 몸을 추스르면서 그는 짐을 챙겨서 새로 발령 받은 자리도 없는 긴 회의용 탁자가 놓인 창고와 같은 방으로 가 앉았습니다.

지나온 세월이 그의 머릿속에서 흑백사진으로 스쳐 지나갑니다.


지나간 세월이 속절없이 그를 괴롭힙니다.

돈과 명예를 좇아 달려왔습니다.

그리고 높은 자리에 앉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린 채 일에 몰두했습니다.

그렇게 살다보니 동료도 친구도 모두들 다 떠나가고 그에게는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다만 대기업의 부장이라는 자리만이 남아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이런 날 술 한잔 같이 마시자고 불러낼 친구도 없었습니다.

매일 술에 취해 밤늦게까지 술을 마셨어도 그들은 거래를 트기 위한 접대였을 뿐이었습니다.

외로움이 밀려옵니다. 지나온 생들이 후회스럽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감상에만 젖어 있을 수가 없습니다.


이제 막 대학에 들어간 아들하고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을 생각하면 자기를 추슬러야 할 것 같았습니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가족 그 누구에게도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 누구에게도 슬픔을 주기 싫었습니다.

잠이 안 와 끊었던 담배를 하나 빼어 물고 아파트 베란다로 나옵니다.

슬픔이 강이 되어 흐릅니다.

젊음을 다 바쳐서 일을 했는데 결국 이런 일을 당하니 심한 배신감에 몸을 추스르기도 어렵습니다.

그는 억지로 잠을 청하기 위해 눈을 감습니다.

그러나 잠은 오지 않고 기억의 강으로 빠져들어 갑니다.

그 힘든 시절에도 이렇게는 힘들지는 않았는데…

지금처럼 힘든 때가 없는 것 같았습니다.


자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아내가 깨우는 소리에 그는 눈을 뜹니다.

다시 하루가 밝아왔습니다.

그는 세면실에 가 자기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놀라 뒤로 물러섭니다.

너무나 놀랍게 변해있는 자기 자신을 거울 속에서 보았습니다.

며칠 사이에 그는 자기 자신이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늙어 있었고 초조해져 있었습니다.

거울 속에는 해골만 남아 있는 자기 자신을 보았습니다.

그래도 그는 쓰러져 내릴 것만 같은 몸을 추스르면서 이 아귀다툼만 남아있는 세상으로 다시 돌아가야 합니다.

감상적인 생각이 그 어떤 것도 해결해 줄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밀려오는 그 슬픈 감정을 떨쳐버리지는 못한 채 그는 세상 속으로 밀려 다시 하루를 시작합니다.


…질주해 왔다.

무조건적인 경쟁과 무조건적인 승리를 위하여 모든 것을 버린 채 질주해 왔다.

그러나 그 결과가 무엇인가?

이젠 어떻게 살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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