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훈 Dec 22. 2018

마늘을 심으며

- 방훈 


마늘을 심으며
- 방훈 




배반의 들녘에서 마늘을 심는다

발목까지 잠기는 드센 눈발 속에서도
가슴 속에 가까스로 남아 있는
한 점 온기까지도 얼어붙게 하는
겨울의 광란 속에서도
죽지 않는
우리의 희망을 심는다

묵은 땅을 갈아 새 땅으로 밭갈이를 하며
낡은 것은 한 점 미련 없이 갈아엎고
우리의 확신이 확인될 수 있도록
배반의 들녘에서
마늘을 심는다

밟으면 밟을수록
더욱 더 힘차게 솟구쳐 오르는
우리네 인생처럼
배반의 들녘을
있는 힘껏 밟고 밟는다

겨울이 오기 전 봄을 기약하며
우리의 희망을
배반의 들녘 그 심장 한 가운데
심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한때 길이 없었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