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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훈 Dec 22. 2018

가을의 비가(悲歌) 1

- 방훈


가을의 비가(悲歌) 1
- 방훈





농부는 모든 것들이 배신을 하여도
농사만큼은 잘 되리라고 올해 은근히 기대했었는데
매스컴에서 풍작이라고 떠들어도
마음 한편으론 조마조마하면서
그래도 기대를 했는데
하늘은 이것까지도 배신을 하는구나
왜 이리 태풍은 자주 오나
바람의 신도
비의 신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구나

남은 열매라도 지키기 위하여
농부는 안간힘 다하는데
저 무정한 새떼들
얼마 안 남은 열매까지도 못 쓰게 만드는구나
배가 고파 그런다면
가진 것 비록 적어도 나누어주고 싶은데
그 옛날 까치밥을 남기듯 그렇게 나눠주고 싶은데
이 놈은 여기 한 번, 저기 한 번 장난하듯이 쪼아대고 있으니
어찌할 수가 없구나
그 녀석은 농부의 가슴을 쪼아먹고 있구나

아무리 생각 없는 짐승이라지만
농부의 가슴은
무너져내릴 것 같다

달아놓은 깡통도 흔들고
돌맹이를 들어 던져도 보지만
그 녀석들 그 때 뿐이지
다시 돌아와 얼마 남지 않은 열매들을 망치고 있다
총이라도 있으면 쏴 죽이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기에
그 녀석들을 향해 소리를 버럭버럭 질러댄다

그래도 가슴은 풀리지 않아
막소주 한 사발을 들이키지만
더 가슴만 메어져온다

다 때려치우고 싶지만
이 세상이 태어나 배운 일이 농사이기에
그래도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리라

그의 가슴은 자꾸만
빈 들녘의 허수아비를 닮아간다

세상이 달려들어 농부를 뜯어먹듯
저 미물인 한낱 새들도
이 세상의 하나가 되어
농부를
뜯어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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