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훈
#나를변화시키는좋은생각
여행자와 낙타
- 방훈
.
.
.
사막을 여행하는 한 사람이 천막 속에서 자고 있었습니다. 때는 마침 겨울이어서 밤은 몹시 추었습니다. 여행자가 한참을 자다가 추워서 잠을 깨자 밤은 아직 안 밝았습니다. 여행자가 천막을 살펴보자 천막을 닫은 포장이 바람도 없는데 한쪽이 젖혀졌습니다. 웬일인가 하고 보니 자신의 낙타가 머리를 들이밀고 있었습니다. 그는 웃으면서 낙타에게 물었습니다.
“너 무슨 할 말이 있지?”
“밖은 몹시 춥습니다. 주인님, 제 머리를 좀 천막 속에 두어서 따뜻하게 해 주십시오.”
낙타는 주인에게 청했습니다.
여행자는 낙타가 머리를 좀 천막 속에 두는 것 쯤, 낙타는 좋아하겠지만 자신한테는 그리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하라고 했습니다.
조금 있으니까 낙타는 또 목을 천막 속으로 들이밀고 말했습니다.
“주인님, 제 모가지까지 좀 천막 속에 있게 해주시겠습니까?”
이렇게 청했습니다.
여행자는 그렇게 하라고 했습니다. 또 조금 있으려니까 낙타는 머리를 들이밀면서 몸이 어디가 아픈 듯이 하면서 여행자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머리 쪽만 천막 속에 두고 몸은 밖에 있으니까 아주 불편합니다. 주인님, 앞발만 좀 천막 속에 두게 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여행자는 또 그렇게 하라고 들어 주었습니다 그런데 천막은 크지 않았습니다. 사람 하나와 낙타가 반쯤 들어온 연유로 천막 속은 빡빡해졌습니다. 그러나 낙타는 이것으로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낙타는 다시 또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 몸을 반만 걸치고 있으니까 천막 문이 들려서 바람이 몹시 들어옵니다. 주인님도 추우시겠지요. 이왕이면 아주 제 몸을 천막 속에 두고 문을 닫아버리는 것이 저도, 주인님도 따뜻할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여행자가 대답하기를 잠시 뜸들이자 그 동안에 낙타는 아주 전신을 천막 속에 들여놓더니 퉁명스럽게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이 천막은 너무 작소. 당신과 내가 같이 있을 수가 없잖소. 당신은 몸이 조그마니까 추위를 탄들 얼마나 타겠소. 밖으로 나가 주오.
여행자는 어이가 없어서 소리를 쳤습니다.
“뭐라고 이놈아, 누가 밖으로 나가나 보자.”
이렇게 소리 쳤지만 낙타는 머리를 쑥 들이박고 앞발로 땅을 긁으며 심상찮은 화를 냈으므로 여행자는 그만 혼이 나서 밖으로 뛰어 나와 버렸습니다.
.
.
.
.
.
아아, 세상에는 이런 낙타 같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 것일까요. 한걸음을 물러주면 또 한걸음을 들이미는 그런 사람이……. 애초에 낙타가 하는 말을 여행자가 꾸짖어서 물리쳤다면 낙타는 물러나고 말았을 것입니다. 그런 것을 여행자는 그리 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하나, 하나 들어준 끝에 막상 자신이 쫓겨나면서 낙타에게 대항하려고 할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그래서 마침내 자신의 따뜻한 천막을 자신이 부리던 낙타에게 내주고 여행자, 본인은 밖에서 얼음장 같이 얼어야 했습니다. 여행자는 낙타가 제안을 해 왔을 때 조금은 사려 깊게 생각을 해야 했습니다.
무슨 일이든지 교섭이 있을 때는 찬찬히 생각해서 신중하게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그래야 천막에서 쫓겨난 여행자와 같은 사람이 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