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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훈 Jul 13. 2019

그 날의 겨울포구

- 방훈 


그 날의 겨울포구
- 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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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해 겨울
가장 어려웠던 나의 인생의 한 철을
세상을 도피하여
동해안에 있는
이름 모를 포구에서 보냈습니다.

포구에서 머물던 그 날,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세찬 겨울비가
바람과 함께
아주 거칠게 내 몸을 때렸습니다.
나는 그 곳에서
내 몸을 머리칼 하나 숨길 수 없어
젖을 수 있는데 까지 젖어 버렸습니다.

어둠은 한치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깊고 완강하게
나에게 엄습해와
사방을 보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거친 파도소리가 들렸습니다.
파도가 방파제를 넘어
해안도로까지 침범해 왔습니다.
그 날, 파도가 나의 발목을 붙잡아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세상이 나를 놓아주지 않는 것처럼.

너무나 피곤하여
숨도 제대로 쉴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 피로함 속에서도
신경세포들은 모두 곤두서
나를 괴롭히고 있었습니다.

이 조그마한 포구의 풍경은
모든 것이 칙칙한 어둠 속에 잠식되어 있었고
그 어둠 속에서
흔들릴 수 있는 모든 것들이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이 포구 전체가
그리고 이 세상도, 그리고 나도
흔들림은 그 가속으로 인하여
더욱 흔들림으로 빠져들었고
그 흔들림 속에서 심한 갈증과 어지러움으로
나는 쓰러져야만 했습니다.

포구의 어둠 아래로,
세상의 그림자 뒤로,
그대와 나, 가슴 저 편 어둠의 세계로

나는 그 해 겨울
가장 어려웠던 나의 인생의 한 철을
세상을 도피하여
동해안에 있는
이름 모를 포구에서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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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hsbZa7Vvh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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