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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writer Jan 15. 2024

우울증으로 사는 게 어때서?

작년 9월을 기점으로 우울증 9년차를 지나게 되었고

이제 10년차에 접어들고 있다.


처음 우울증 치료를 시작했을 땐

'2년 내로 완치 해야지!' 라는 다짐이 있었으나

미련한 다짐이었다.


병이 내 마음대로

내 계회대로 낫는건 아닌 것을...


약이 줄기도 하고 늘기도 하고

아침 저녁으로 먹기도 하고

저녁에만 먹기도 하고


내 상태에 따라

그때 그때에 맞춰서 약을 조정해주시는 선생님.

불면증을 호소해도 졸피뎀과 같은 약은 처방해주지 않는 선생님.


내가 10년째 선생님을 봐오니

'선생님도 나이드시는구나...'라는 생각이 들게끔

흰머리도 많이 느셨다.




결혼 전 부터 단약을 하고 싶었고 노력해왔다.

언제까지 이렇게 계속 약을 먹으며 살고 싶지 않아서

상담치료도 병행했다.


그런데 역효과가 나타났다.

단약에 대한 의지가 강박이 되고 신경 쓰이는 것은 물론이고

내 요청에 의해 약을 줄여주신 선생님께

나는 다시 요청을 드렸다.


"선생님 약 조정즘 해주세요. 잠을 전혀 못자요. 계속 슬프고 울고싶어요."


약을 다시 늘리니 그제서야 잠도 좀 자게 되고

기분도 평온에 가깝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단약에 대한 욕심을 버렸다.

약 줄여서, 끊고 사는 것만이 건강한 마음으로 사는 게 아니다.

약 계속 복용하고 있어도

이렇게라도 마음 편히 살수 있다면 이 역시 건강하게 사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울증의 완치를 욕심내지 않는다.

지금처럼 약 조정해가며 살고

그러다 힘듦을 못 견디게 되면 상담치료 받으며

 그렇게 내 모습으로 살거다.


지금처럼.

나로써 살거다.


우울증으로 사는 것?

그게 뭐 어때서!

괜찮아.


살아 있으면

잘 산 거랬어.

내가 가장 존경하는 은사님이.



2024.01.15 예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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