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상위 1퍼센트의 비밀 - 정주영

Nov 3. 2020

완벽한 차단은 완벽한 재능을 만든다.

- 사회적 시선 차단. 환경의 시선 차단. 부정적 신호 차단.

난 도대체 차단시켜야 하는 시선들과 신호들에 얼마나 노출되어 있었던 걸까? 어느정도의 강도로, 얼마나 오랫동안? 일찌감치 알았다면 나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을까? 정말?

있었을 것이다. 나는 겪어봐서 안다.

20대때의 나는 아주 당찼었다. 남들이 '너 그거 안 돼'라고 하면 '그렇게 생각을 하든 말든, 난 할거야.'라고 생각했고 내가 했던 목표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이 '차단'이었다. 아주 완벽한 차단. 그리고 난 목표를 위한 목적을 하나씩 도장깨기 하듯 이뤄갔다.

그때의 나는 나를 응원했었던 거였다. 그 당시에 했던 다짐들과 용기들은 자신감이었고 만만함이었는데, 지금에서야 그것이 내가 나를 응원한 거였고 내가 나를 믿었던 거였다.

30대 초반. 내가 무너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난 아직도 그 당참과 만만함으로 지금을 살고 있을까?

우울증, 너 짱 먹으세요.

우울증은 대단한 녀석이다. 나를 옴짝달삭 못하게 만들고, 미치광이로 만들고, 내가 나를 의심하게 만들며, 과거의 내 모습을 그리워하며 살게 만든다. 내가 온전히 현재를 살고 있는건지, 과거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며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살고 있는건지 모르게 한다.

우울증은 자살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든다. 우울증 치료를 위해 먹는 항우울제의 부작용이 뭔지 아나? '자살 충동'이다. 그리고 우울증의 대표적인 증상 무기력증. '아, 아무것도 하기 싫어'라는 말버릇같은 느낌이 아니라 몸이 알아서 안 움직여준다. 집 밖으로 안 나가는게 아니라 못 나가는 것이며, 어쩔 수 없이 나가야 하는 때는 처리 해야 하는 일 때문에 나가야 하는 상황들이고. 그것도 하루에 헤치울 수 있도록 일을 몰아서 하게 된다.

내 친구는 나에게 '집 밖으로 나가봐. 나갈 수 있어. 왜 못 나가? 너 커피 좋아하니깐 카페에 알바라도 알아보는거 어때?' 이 말에 내가 했던 대답은 '그렇게 나가는 것에 큰 힘이 필요해. 너는 나갈 수 있는 힘이 있어. 하지만 난 그조차 힘들어. 그게 이 병이야. 넌 그만큼 건겅한거고 난 그렇지 못한거야.' 이렇게 말해도 그 친구는 이해를 못했다. 그래서 난 그날 이후로 그 친구 앞에서 내 병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다. 내가 불편해서. 내 감정이 불편해서.

자, 그러면 내가 왜 이렇게 내 병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을까? 책 얘기를 해야 하는 판국에 말이지?

나에게 이 책이 자그마한 희망이 되었고, 20대의 내가 옳았음을 그리고 '다시 해보는 건 어때?'라는 물음을 주었기 때문이다.

하버드 상위 1퍼센트의 비밀 - 정주영

'난 여전히 가치 있는 사람이야. 그리고 뭔가 잘하는 구석이 있는 사람이기도 하고.'

"사실상 우울증을 낫게 하는 방법은 쉬워요. 햇볕 쬐기, 걷기, 운동하기예요."

"예, 병원에서 항상 듣는 말이예요. 하지만 그게 쉽지가 않아요."

우울증 약이 내 증상과 맞는 용량을 먹게 되면 '아, 이제야 최적화 되었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6년간 한번도 느껴보지 못하다가 이번에 느꼈는데 그 느낌이 참 좋았다. 그제서야 내 모든 감정이 안정되며 살 것만 같았다. 그럼 난 왜 그 전에는 힘들었을까?

약을 끊고 싶어서 더 증량을 하지 않았던 거다. 조금 더 버텨보자 버텨보자. 조금만 더... 그러다가 결국에 약은 늘어났고 그 약이 있어야 나는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게 되었다. 그 반복이 싫었다. 나는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나? 그러지 않으려고 상담도 받는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