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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독서 후기

유시민 <어떻게 살 것인가>

by 칼란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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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경에 쓴 글입니다.


저도 불혹의 나이를 넘어 중년에 접어들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졌는데, 그런 생각들에 대한 답과 위안을 책에서 얻으려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책을 많이 읽고, 특히 저의 생각을 정리하고 딜레마들을 풀어가는 과정으로서의 독서를 하고 있어요. 최근 읽는 책들이 마치 대학 신입생 독서목록 비슷한 것도 그래서 그렇고요. 다시 정리해가는 느낌입니다.


몇 달 전부터는 유시민 작가의 책들을 계속 읽어나가고 있는데요, <어떻게 살 것인가>는 전부터 읽어봐야겠다 생각했음에도 몇 년 지나서 읽어보게 됐네요.


작가의 책을 읽으면서 이제 그의 인생과 철학(?)이 어느 정도 익숙해졌는데, 자신의 삶의 조각들을 여기저기에 조금씩 섞어 놓아서 알고 있던 부분도 있지만 새롭게 알게 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자서전들이 아니니 그가 어떻게 살았는가 하는 것보다는 그가 왜 그러한 생각을 갖게 되었고 어떠한 결정들을 하면서 지금까지 오게 되었는가 하는 것이 관심사이긴 했습니다.


사실 저는 정치인으로서의 유시민은 실패했다고 생각하고 또 좋아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그의 정치관은 동감하는 부분도 있어요. 비록 그에 대해서 '철새'라고 비하하더라도 말이죠.


하지만 작가로서의 유시민은, 대학교 들어가면서 처음에 읽었던 작가라서 그런지 친근감도 있었고, 또 정치에서 물러난 후 '지식소매상'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있어서, 또 그의 책을 많이 사고 많이 읽어서 더 가까워진 느낌입니다.


특히 이 책은 그러한 저에게, 마치 저와 비슷한 길을 걸어갔던 (그렇다고 실제로 비슷한 건 아니지만, 오히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인생 선배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했습니다. 많은 부분에서는 비슷한 감정을 느꼈고, 또 저와 비슷한 성격이라는 것도 느꼈죠. 읽으면서 많은 도움과 위안이 되었어요.


제가 지금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한다면, 그건 인생의 목표와 포부를 세우는 20대도 아니고,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남은 생을 준비하는 6, 70대도 아닌 어정쩡한 시점이라 어떠한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걸 알기에 그냥 한숨 한 번 쉬고 말 뿐이겠죠.


하지만 저와 비슷한 나이에, 작가는 독일 유학 중 박사과정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40대에 박사학위를 받아봐야 남은 날들, 이후의 생활이 그다지 만족스럽진 않을 거라는 이유였는데요...


저도 지금의 생활을 똑같이 12년째 해오고 있고, 앞으로 남은 시간도 얼마간은 계속 같은 일을 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만 지난 시간에서 유일한 변화는 가족이 생기고 책임져야 할 아이가 있다는 점입니다. 아마도 제 일과 가족을 위해 살아갈 거라는 생각은 합니다. 그러한 속에서 '나'를 찾기 위한, 적어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한 무언가는 하겠죠.


하지만 그게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은 아닌 것 같아요. 그는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는 말을 핵심적으로 내세우는데 마지막 '연대'라는 단어가 맘에 걸립니다. 사실 저는 다른 이들과 함께 하는 걸 꺼리거든요. 아마 그도 그에 대한 회의를 많이 느꼈지만, 그래도 그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말했겠지요.


그렇게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아집과 불통이 되기보다는 좀 더 포용력을 가져야겠다는 의미로 생각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그리고 저의 근본적인 생각들은 아마도 바뀌진 않을 듯해요. 그래도 변절보다는 회의가 나을 테니까요. 그건 다시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대' 대신 '투쟁'이라고 했으면 오히려 제게 더 적절했을지도 모르겠어요. 연대가 그 안에 포함되는 의미더라도 말이죠.


'어떻게 살 것인가', 이에 대한 고민은 여전하지만 길게는 고민하지 말아야죠. 고민할 시간이 많지는 않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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