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경에 쓴 글입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서 산다는 것', 이것에 대해 저는 무엇을 알고, 공감하고, 그것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까를 생각해 봅니다.
저도 딸 하나를 키우면서, 그 딸이 태어나 다섯 살이 된 지금까지를 주욱 보아왔습니다. 아니, 겪어왔습니다. 그리고 제가 죽기 전까지는 그 딸의 삶을 보게 되겠지요. 우리 부부에겐 가장 소중한 존재이고, 그 아이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아이가 커가면서 맞닥뜨리게 될 세상을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제 아이에게 그러한 힘을 키워주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 생각했습니다. 능력과 관계없이 차별받고, 절망하는 상황을 생각하고 싶진 않습니다.
누구에게나 소중했던 딸이자 가족이었을 그 여성들이 가족에게서 분리되어 사회로 나가는 순간에는 현실의 벽에 부딪히게 됩니다. 많이 바뀌어 가고 있다고 하지만 지금까지도 큰 부분은 변한 게 없습니다. (가족 안에서의 차별은 또 다른 문제고요)
<82년생 김지영>이 이러한 내용이란 걸 모르고 구매해서 읽었습니다. 페미니즘 소설이었다는 걸 진작 알았다면 구매했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네, 아마도 그랬을 것 같아요. 이전에 <이갈리아의 딸들>도 그렇게 구매해서 읽었고, 또 아직 안 읽은 페미니즘 관련된 책들도 있거든요.
하지만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이전에 <이갈리아의 딸들>을 읽을 때와 비슷한 마음입니다. 그때는 젠더를 반대로 서술해나가는 방식이라 불편했고, 이 소설은 멀리 볼 것도 없이 제가 반대편에서 직간접적으로 계속 겪어왔던 일들이고, 너무 쉽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가끔 신문기사에 가상의 인물을 등장시켜 일반적으로 일어나는 일처럼 기사를 쓰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러한 것을 주욱 모아놓은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또한 다큐멘터리 한 편을 본 것은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읽으면서도 불편함을 넘어서 역겨움까지 일으키는 건 그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김지영 씨와 그 남편의 입장에서, 또 관찰자의 입장에서 이해는 했는데, 그래서 그것을 다시 확인하고 나니 무엇이 달라졌나, 무엇을 해야 하나 싶네요. 그냥 마음의 불편함, 그리고 '나는 안 그래'라든가 '사회가 그런 걸 어쩌겠어'라는 걸로 넘어갈 따름일까요. 하지만 그러한 것 자체도 인지 못하는 남성들이 많기에 그 사람들에겐 경종을 울려주고 싶긴 하네요.
저는 페미니즘을 옹호하는 입장도 아니고, 애초에 그러한 주장 자체가 필요 없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러한 것도 제가 남성으로서 갖는 한계는 있을 겁니다. 네, 그 한계는 인정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저는 제 딸이 사회에 나갈 20년 정도 후에는 더 나은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남녀 어느 쪽도 차별, 역차별을 느끼지 않는 단계로 말이죠. 양쪽 모두 행복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도 제가 바라는 우리나라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너무 이상적일까요? 그렇게 될 수는 없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