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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란드리아 Oct 04. 2022

한홍구 저 <대한민국사>


*2017년경에 작성한 글입니다.


이 책은 <한겨레 21>에 '한홍구의 역사이야기'로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중간에 1년 휴재) 5년간 연재된 칼럼을 네 권의 책으로 모아 엮은 것입니다. 그래서 1,2권과 3,4권은 약간의 시간 간극이 있네요. 하지만 마지막에 나온 게 2006년이다 보니, 이 때는 아직까지 노무현 정권 때였고, 이 이후에 이명박, 박근혜 정권으로 이어지면서 벌어지게 될 상황들을 예측하지 못한 채 노무현 정권까지의 실망감과 약간의 기대감을 내비치는 것에서 마무리된, 끝이 아쉬운 연재소설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그는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글을 썼을지 궁금하네요.


아무래도 단편적인 칼럼들을 엮어서 내다보니 꼭 순서대로 읽어나갈 필요는 없고, 관심 있는 대로 한 편씩 읽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홍구 교수가 대표적인 좌파 역사학자로 꼽히고, 특히나 그의 전공이 '김일성'이었기 때문에 공격도 많이 받는 편입니다. 실제 그의 글에서는 북한, 김일성에 우호적인 부분도 눈에 보이긴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고무 찬양죄'에 걸릴만한 수준은 아니고, 그에 대해서 객관적인 평가를 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한국 현대사는 참 논란도 많지만 대다수는 감추어져 있고, 또 학계 차원에서도 다루기 쉽지 않은 분야입니다. 그의 말처럼, 사료는 엄청나게 널려 있지만 그 가운데서 필요한 뭔가를 찾으려 하면 찾기 힘든 그런 상황인 것이죠. 마치 홍수가 나서 떠밀려온 쓰레기 더미에서 중요한 무언가를 찾으려는 것처럼 말이죠. 게다가 그것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숨기려 하는 이들이 있기에 더욱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실체가 드러나는 것들도 많고, 또 모르고 있었던 역사도 많습니다. 그 역사를 결과로써가 아니라 원인과 과정을 돌아보는 것도 역사를 이해하고 평가하는데 중요한 일일 것입니다. 그러한 점에서 도움이 되었습니다. 단편적으로 알고 있었던 것도 자세히 알 수 있기도 했습니다. 전반적으로는 재밌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다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었어요. 특히, 제게는 '민족주의' 시각이 상당히 불편했는데요, 저는 민족주의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갖고 있어서 그럴 것 같습니다. 그에 반해 '민중'의 역사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빈약한 편이었어요. 그 부분에서는 기대했던 바에는 못 미쳤죠.


이것은 개인차가 있을 것 같고요, 그리고 학계의 주류 입장이기보다는 그의 주관적인 생각들 위주라 어느 정도까지를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것도 조금 고민스럽긴 했어요. 분명 그의 주장에 대해선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었으니까요. 일부 논리의 비약 혹은 논거의 빈약, 편향성이 보이는 부분도 있기는 했습니다. 전체적인 맥락에서는 큰 지장이 있지는 않지만 그로 인해 시리즈 전체의 내용이 공격받을 위험성도 있으니까요.


이런 류의 감추어진 역사에 대해서 읽다 보면 분개하게 되는 게 아무리 많이 알아도 계속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한국 현대사에 대해서 잘 모른다면 읽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것마저도 전부가 아니라 극히 일부라는 사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어떠한 과정을 통해서 지금까지 오게 되었는지 알아야 현재를 이해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알게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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