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칼란드리아 Oct 04. 2022

마키아벨리 <로마사이야기>


전자책으로는 동서문화사에서만 나와 있어서 동서문화사판으로 읽었습니다. 사실 이 책 자체가 나온 출판사가 얼마 없어요. 한길사와 동서문화사 정도입니다. 한길사에서는 <로마사논고>로 되어 있는데, 통상적으로 이 책은 <로마사논고>로 더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로마사이야기>로 할게요. 


동서문화사 원제는 <마키아벨리 로마사이야기>이긴 하지만 굳이 제목에 마키아벨리를 넣어야했나 싶어요. 번역은 두 출판사 모두 만족스럽진 않다고 합니다. 한길사판은 안 봐서 모르겠지만 동서문화사판도 썩 좋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전자책 편집도 보기 편하진 않아요. 동서월드북이 다 비슷비슷한 것 같습니다.


번역자가 특이하게도 동서문화사 대표인 고정일씨입니다. (이름은 그의 '호'인 고산으로 되어 있어요) 이 책에 대한 애착이 있었나 봅니다.


이전에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은 적이 있는데요, <군주론>이 그의 대표작으로 알려져 있긴 하지만 사실은 <로마사이야기>를 그의 대표작으로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 분량에서부터 차이가 많이 나고 (세 배 정도 되는 듯해요) 또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집합관계로 보면 <군주론>이 <로마사이야기>에 포함될 만한 그런 정도이지요.


<로마사이야기>는 티투스 리비우스의 <로마사> 중 1~10권에 해당하는 내용에 주석처럼 쓴 글들의 모음입니다. 로마 초창기 역사에 해당하는데 이는 로마 건국에서부터 공화정이 수립되고 공화정이 몰락하여 왕정으로 가기 전단계까지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다보니 전체적으로는 공화정에 촛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독교가 국교가 되기 전이라 종교 역시 고대 로마종교(다신교) 및 이교 중심으로 되어 있죠. 세 권으로 되어 있는데 통합본처럼 한 권에 다 실려 있습니다. 각 권은 좀 많은 수의, 제호(장)가 붙은 글들로 되어 있습니다. 전체적으론 약 142편의 글이 있습니다. (1권 60장, .2권 33장, 3권 49장)


좀 더 자세히 보면 1권에서는 로마에 대한 전반적인 역사적 고찰, 2권에서는 로마의 정복전쟁과 식민지배정책, 전쟁에 대한 기술, 3권에서는 군주, 장군, 민중의 역할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습니다.


마키아벨리가 군주국가를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하지만 사실은 공화주의자였다는 학설이 있습니다. 이 책도 그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고 하는데요, 읽어본 바로는 공화정과 민중의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군주제에 대하여 반대하거나 그런 것도 아닌 듯합니다. 군주의 역할에 대해서도 많은 논설을 내놓고 있죠. 이는 <군주론>과도 상통하는 부분입니다. 다만 그것이 하나의 지향점이 아니라 여러가지 가능성 중의 하나라는 점이 <군주론>과 차이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두 저서의 전후관계를 명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거의 엇비슷한 시기에, 또는 동시에 쓰여졌을 거라고 보여집니다. 학자들은 <로마사이야기>를 쓰던 중간에 <군주론>을 썼을 거라고 추측합니다.


또한 로마의 사례를 16세기 유럽 정세와 비교하면서 논평하는 것들이 많은데 그가 이탈리아의 통일을 얼마나 바랐는가 하는 것을 알 수 있죠. 군주론을 쓰게 된 것도 군주의 힘(실은 메디치가문)에 의해서라도 통일 이탈리아를 염원했기 때문이었으니까요. 일종의 온고지신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그의 저서가 오늘날의 우리들에게 또 온고지신이 되고 있죠. 


물론 그의 이야기에 다 수긍할 수는 없습니다. 그가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듯 이야기하지만 현재와는 상황도 많이 다르고, 또 많은 분야를 마치 다 아는 것처럼 이야기하다보니 사기성도 있어 보이거든요. 


그런데 <군주론>도 그랬지만 읽는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부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많은 이들에 의해 악용된 <군주론>보다는 좀 더 공정한 판단은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쩌면 <군주론>으로 인해 평향된 그에 대한 선입견을 달리하게 만들어줄 것 같기도 합니다. 


그의 사상을 좀 더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략론(또는 전술론)>까지 읽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만, 그러한 내용들 역시 <로마사이야기>에 포함되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아무튼 마키아벨리의 이 책도 한 번 읽어봄직 합니다만 고전이라 좀 지루한 면은 있습니다. 방대한 주석과 책의 앞뒤로 참고가 될만한 글들, 로마에 대한 이야기들을 덧붙이고 있어서 이해를 도와주기는 합니다만 로마에 대해 잘 아시는 분들은 넘어가도 될 것 같아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