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칼란드리아 Oct 04. 2022

노엄 촘스키 <촘스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2017년경에 쓴 글이라 지금의 생각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촘스키라는 이름은 많이 들어보았겠지만 정작 그의 저서를 읽어본 사람들은 많지 않을 듯합니다. 저도 그의 책 몇 권을 읽어본 게 전부이기에 그냥 어렴풋하게만 그에 대해서 이해하고 있었어요. 사실 그가 언어학자이자 인지과학자라는 인식보다는 아나키스트이자 사회비평가라는 인식 더 더 크지만요. 제가 읽은 책들도 대부분 후자 쪽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본업인 언어과학, 인지과학에 대한 글을 쓸 때는 정말 진지하고 (어느 글이든 진지하지 않은 건 없었습니다만) 대가의 모습이 느껴졌어요. 그건 다른 말로 하면 '못 알아먹겠다'는 고백이기도 합니다. 


그의 최근작인 <촘스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는 왠지 제목이 끌려서 읽어봤습니다. 뭔가 '인간' 자체에 대한 답을 줄 것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명철한 논지를 기대하면서요. 제목이 굳이 '촘스키'를 넣은 건 그의 이름에 기대어 홍보하려는 목적이 다분함이 느껴져서 거부감도 들었지만요.


이 책의 원제는 <What kind of creatures are we?>입니다. '우리는 어떠한 피조물인가'로 해석될 수도 있을 것 같고, '우리는 어떠한 생물인가'로 해석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피조물'이라는 관점보다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하나의 종, 그리고 물리적 관점에서 존재하고 있는 그 '무엇'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그에서 더 나아가 집단으로서의 인간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우리'라는 것이 그런 의미겠지요.


그는 이 책에서 다음의 네 가지의 질문을 하고 답을 합니다. 


  

1. 언어란 무엇인가

2. 우리는 무엇을 이해할 수 있는가

3. 공공선이란 무엇인가?

4. 자연의 신비: 얼마나 깊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제목만 들어도 얼마나 지루할지 짐작이 되시겠지요? 하지만 분량 자체는 많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해는 쉽지 않습니다. 그의 이론을 잘 모르기도 하지만 그 길지 않은 글 속에 정말 많은 핵심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거든요. 게다가 그가 근거로 내세우는 것들도 잘 모르고, 철학적인 부분들도 따라가기는 쉽진 않습니다. 솔직히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제가 뭘 이해했나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일까, 책의 서두에 책을 감수한 조숙환 교수의 '감수의 글'과 컬럼비아대 철학과 교수인 아킬 빌 그래미 교수의 '서문'이 있습니다. 이 두 글을 먼저 읽고 본문을 읽어도 이해가 안 되긴 마찬가지인데요, 책을 다 읽고 다시 감수의 글과 서문을 읽으니 좀 더 정리가 되는 느낌입니다.


책의 내용을 요약하는 것이 참으로 어렵지만, 아주 간략하게만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요약을 제대로 했는지도 모르겠지만요)


인간의 언어는 내재적 언어(I-언어)를 사용하여 설명되며, 이것이 통사적 구조를 이루고, 언어는 최적화되는 방향으로 진화되어 왔다. 또한 이 내재적 언어가 '마음'을 이루는 근간이 된다. 인간의 마음은 몸에 속한 것이지만 독립적으로 작용한다. 인간이 인지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답'을 구할 수 있는 것을 '문제', 답을 구할 수 없는 것을 '미스터리'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미스터리의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 인간의 정신을 뇌의 물질의 작용에 의한 것이라고만 보기에는 아직 불완전한 이론이며, 그러한 물질적 환원론으로도 정신을 규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개인적인 특성과 더불어 인간은 사회적인 존재로서 공공선을 이루어야 하므로 불합리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것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촘스키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한 번 읽어봄 직한 책입니다만, 아마도 안 읽으실 분들이 더 많다는 걸 알고 있어요. ^^;;

매거진의 이전글 마키아벨리 <로마사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