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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란드리아 Jan 02. 2018

독서의 이유

실패한 독서란 없다

나는 주로 전자책으로 책을 읽는다. (사진은 본문과 별 상관은 없지만 ㅋ)


허생전을 보면 앞부분에 허생이 주야장천 책만 읽고 있으니 아내가 타박하는 장면이 있다. 아내의 타박에 못 이겨 허생은 장사를 시작하게 되는데 과연 그 이후의 허생의 행보에 책이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까?


책을 읽는 것은 분명 도움이 된다. 비록 그것이 지적 허영에 그칠지언정 책을 읽음으로써 생각, 가치관, 행동까지 정립되고 변화될 수 있다. 그만큼 영향력이 큰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개인에게 미친 영향이 그 개인으로 하여금 그 주변으로 파급력을 갖게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인 것 같다. 마치 특수한 가정 하의 상황을 일반적 상황에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고, 거시적 세계의 관점을 미시적 세계에 적용하기에 어려움이 있는 것과 유사할 것이다.  


어느 책에서는 이를 1000달러 지폐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론이나 지식은 천 달러 지폐와 같아서 분명 현금이긴 하지만 쓰기가 아주 어렵고 제한된다는 것이다. 실생활에 필요한 건 소액지폐나 동전이라는 것처럼, 어떠한 이상적인 상황을 현실까지 끌어내릴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일종의 독서능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작년의 독서는 그러한 것에 대한 시도였는데 결과적으로는 일부 성공, 일부 실패라고 할 수 있겠다. 어쨌든 나는 변하지 않았다. 더 강화되거나 약화된 것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1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크게 다른 것 같지 않다.


이유가 무엇일까. 피상적인 독서만 했기 때문일까? 선택적 독서만 했기 때문일까?


그렇다고 소득이 없었던 건 아니다. 비록 피상적이라 하더라도 일종의 기초공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 도시를 계획할 수 있는 터를 닦아놓은 셈이라 할 수 있을 테니까. 비슷한 부류의 책들이 엮여 모듈화 될 수 있을 것이고, 그것들의 연결에서 또 다른 길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과정이 얼마나 더 필요한지, 또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다소 길게 갈 것 같다. 이 세계의 지반은 연약하고 그 위에 세워진 것들은 불안정하기에. 기반을 잘 다지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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