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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란드리아 Oct 04. 2022

다나베 세이코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2016년에 작성한 글입니다. 저 표지는 개정판의 표지네요.


제가 좋아하는 영화 10선에 드는 작품 중에 이누도 잇신 감독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최근에 재개봉도 한 것 같은데 (보고 싶지만 근처에 상영관이 없어서 아쉬운...) DVD로 갖고 있어서 세 번 정도 본 것 같아요.


그 영화를 왜 좋아하느냐고 묻는다면, 음... 이케와키 치즈루... 때문이라고 하면 너무 없어 보이는 것 같고, 그 스토리와 영상미,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사람들 사이의 관계, 내면묘사 그런 표현이 잘 되어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조제라는 인물의 특이함에 끌리기도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영화의 원작이 있었더군요. 다나베 세이코의 동명의 단편소설이 원작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단편소설을 여러 편 묶어 펴낸 것이 또한 동명의 책입니다. (우리말로 번역하면서 아주 살짝만 달라졌습니다만)


영화의 내용은 원작을 충실히 재현해내고 있지만, 그에 기반해서 몇 가지 인물과 에피소드를 추가로 넣었습니다. 그게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고, 원작을 읽으면서도 영화의 장면들이 하나씩 떠오르더라고요. 30여 페이지밖에 안 되는 단편소설로 한 편의 장편영화를 만든 이누도 잇신 감독도 대단하고, 원작을 쓴 작가도 참 섬세하다는 느낌이 들었지요.


하지만 이 책에 있는 다른 작품들 (총 아홉 편의 단편소설이 실려있습니다)은 대체로 불륜, 외도, 또는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는 욕망, 내면의 심리묘사 등이 주를 이루는 것들이라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작가인 다나베 세이코를 검색해보니 1928년생 여성작가였네요. 우리 나이로 거의 아흔 살에 가까운... 이 작품이 그 보다 이전에 쓰인 것이긴 하지만 그 점 또한 놀라웠습니다. 저는 중년 여성 정도의 작가일 것으로 생각했었거든요.


분량도 많지 않고, 단편소설 모음이라 금방 읽을 수 있었지만 그 여운이 좀 남네요.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담백하고 짧게 (그리고 대체로 길지 않은 호흡으로 마치 콩트를 연상시키듯) 썼지만, 그 속에 있는 각 인물의 심리묘사는 그렇게 어설프지 않았습니다. 대부분 여성의 시각에서 1인칭 혹은 3인칭 시점에서 그려지긴 했지만 남성의 입장에서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성 독자층이 더 많을 거란 생각은 들더군요.


세상의 그 수많은 '사랑' 가운데 아홉 가지의 이야기. 어쩌면 그중에 한 두 가지 정도는 본인의, 혹은 주변의 이야기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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