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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란드리아 Oct 05. 2022

프랜시스 세예르스테드 <사회민주주의의 시대>


나는 사회민주주의를 지지하고 그것이 우리도 나아갈 방향이라고 믿고 있기에 다른 나라의 사례도 관심 있게 보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북유럽의 국가들일 것이다. 특히 스웨덴의 사례는 국내에서도 많이 연구된 바 있다.


스웨덴의 사민주의 역사를 보다 보면 흥미로운 것이 있다. '렌-마이드너 모델'이라는 것인데 이를 쉽게 얘기하면 '노동자 간 임금 편차 감소(연대임금정책), 실업자 구제'이다. 실제로는 좀 더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다.


과거나 현재도 스웨덴은 수출 중심의 경제체제지만 1940년대 들어서면서 점차 그 한계를 드러내게 되면서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이 모두 높아지고 있었다. 이로 인해 단일노조(LO)가 기업 대표(SAF)와 노동자의 임금을 평준화하기로 합의를 한다. (LO가 더 적극적으로 제안을 하고 관철시켰다)


이게 가능했던 것은 스웨덴에는 역사가 오래된 단일노조가 있었고 기업 대표로 스웨덴의 대표적인 재벌이었던 발렌베리 가문의 영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민주노총이 전경련과 그러한 합의를 해서 다른 대기업, 중소기업들이 다 따랐다는 의미다.


임금의 평준화,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고소득자에게는 불이익이 될 수밖에 없다. 기존에 내가 받던 급여를 삭감하여 저임금 노동자에게 지급한다는 것은 언뜻 납득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 모델은 공식적인 국가정책이 되어 약 30여 년간 스웨덴의 경제성장을 이끌었고, 사회복지의 근간이 되었다.


그러나 이 역시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한계를 드러냈고 반감을 가진 계층들이 많아져 결국 더 이상 유지되게 어렵게 되었다. 


북유럽 국가들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자 프랜시스 세예르스테드의 <사회민주주의의 시대>를 몇 년 전에 읽은 적이 있다. 스웨덴과 노르웨이 현대사 2부작 중 2부에 해당하는 책인데 1905년~2000년까지 두 나라에서 사민주의가 어떻게 형성되었고 전개되었는지를 서술하고 있다. 두 나라라고는 하지만 스웨덴에 좀 더 중점을 두고 있기는 하다.


7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 도표나 그림 하나 없이 오로지 글씨로만 빽빽이 채워져 있는 데다 내용도 익숙하지 않아 완독 하는데 예상보다 오래 걸렸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고 싶었던 건 스웨덴과 노르웨이에서 어떻게 사민당이 정권을 잡아 유지해왔으며 국민들도 그 체제에 따랐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또한 2000년대 들어와 두 나라의 사민주의가 한계를 드러내며 흔들리게 된 원인도 궁금했다.


두 나라에서 사민당이 정권을 잡게 된 건 딱히 어떤 계기가 있어서라기 보다는 20세기 초부터 여러 정당이 경쟁하던 가운데 사민당이 점차 지지세를 확대해나갔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공산당이나 정통 사회주의 정당도 있긴 했지만 사민당도 그렇고, 사람들도 그렇고 마르크스주의에 입각한 사회주의 국가보다는 마르크스주의와는 거리를 두지만 스웨덴과 노르웨이 각국의 현실에 맞는 선택을 한 것이라 보인다. 전반적으로는 사회주의 계파가 우세했었다. 


20세기 초에는 사민주의나 공산주의가 유럽 여러 나라에서 만연해 있었고 정권을 잡기도 했다. 독일의 경우에도 사민당이 집권했다가 결국 나치당에게 패배하기도 했었고. 사실 독일이 특수한 경우라고 볼 수도 있다. 아무튼 스웨덴이나 노르웨이에서는 노동계의 지지를 얻어 사민당이 성공적인 집권을 하게 된다. 그 가운데 뛰어난 지도자와 이론가들이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보수당이나 우파가 없었던 건 아니다. 그들이 집권을 한 적도 있긴 했다. 지금도 사민당은 정권을 잡았다가 놓았다가를 반복하고 있는데 그러한 과정에서도 기본적인 정책들은 어느 정도 유지되었다. 


이 책은 1900년부터 2000대 초까지를 3기의 시대로 구분하여 서술하고 있다. 일종의 태동기, 성숙기, 성장기라고 볼 수 있는데 지금 시점에서도 위기는 많지만 어조는 여전히 희망적이다.


또한 스웨덴과 노르웨이에서 사민주의가 발달할 수 있었던 여러 가지 요인들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중 중요한 것이 과학기술과 산업발전이었다. 스웨덴은 과학기술 강국으로 손꼽히는 나라인데 특히 테크노크라트의 등장과 산업의 발전, 1,2차 세계대전 중에 중립국을 유지하면서 군수물자를 생산하여 수출한 것도 컸다. 대공황기에도 계획경제를 추진하여 위기를 극복했다. 다만 계획경제는 이후에는 추진되지 않았는데, 계획경제는 국가경제를 단기간에 발전시킬 수 있어서 개발도상국들에게는 유혹이 되기는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전쟁 이후에도 산업을 유지하면서 경제가 성장하여 안정세를 유지하였다. 노르웨이의 경우엔 기술력은 스웨덴에 뒤쳐졌지만 자원과 생산력을 기반으로 점차 스웨덴을 역전하게 되었다. 


스웨덴은 다른 나라보다 앞서서 복지정책을 시행했고 1950년대에 이미 복지정책을 완성했다. 스웨덴은 1970년대 이후 공공부문을 확대하며 더욱 대대적인 복지정책을 시행하게 된다. 다른 서유럽국가들은 복지정책을 줄여가던 시기여서 그 차별점이 더 드러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더불어 스웨덴의 사민주의와 복지정책의 쟁점이 되는 부분은 이 시기부터이다. 


여담이지만, 사민주의 국가가 아니어도 복지는 국가의 중요한 관심사이자 목표였다. 서유럽 국가들은 2차 세계대전 이후에 복지문제에 관심을 갖고 복지정책을 추진해 왔었지만 경제성장의 저하, 자본주의의 한계, 특히 신자유주의의 세계화와 함께 그 규모가 축소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스웨덴도 그러한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웠던 것은 아니다. 스웨덴은 자국 경제의 모순점을 안고 있었고 경제마저 침체하게 되자 기존의 계급 타협,  평등-연대를 바탕으로 한 체계가 지속되기도 어려웠다. 노동자들은 더 많은 것을 요구하게 되었고 기업은 반발했다. 국민들의 성향도 많이 변했고, 늘어나는 복지에 대한 부담감이 커졌다. 개인이든 정부든. 이로 인해 1980년대 이후에는 기존 정책 중 수정되거나 철회된 것들도 있고, 사민주의 복지국가로서의 위상도 많이 흔들리고 있다. 오히려 노르웨이가 스웨덴보다 정책적으로 더 우위에 있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사민주의와 복지국가는 다른 개념이지만 추구하는 방향성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사민주의 국가는 복지국가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스웨덴과 노르웨이를 비롯한 북유럽 사민주의 국가들은 여전히 건실하다. 복지국가로서의 위상도 흔들림은 있어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스웨덴 국민들은 사민주의에 대하여 애증을 느끼고 있지 않을까 싶지만 그 외에 대안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다.


스웨덴의 상황이 우리나라와 다르기에 적용하기에 어려운 점은 있지만 많은 시사점을 안겨준다. 


이상적인 사민주의란 무엇일까. 사민주의 국가들의 사례들을 보면서 우리나라는 과연 사민주의의 가능성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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