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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란드리아 Oct 04. 2022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2017년에 쓴 글입니다.


이 책을 종이책 원서(영국판)로 구입해서 들고 다니며 읽다가 너무 버거워서 다시 킨들 버전(미국판)으로 재구매해서 마저 읽었습니다. 어쨌든 원서로 완독 하였네요. 


이 책의 원제는 <The Better Angels of Our Nature>인데요, 이 말은 원래 링컨 대통령이 했던 말이라고 합니다. 링컨이 했던 말의 의미도 마찬가지였을 텐데요, 우리의 본성에는 '더 선한' 면이 많다는 것이지요. 이는 이분법적으로 성선설이나 성악설로 구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겐 악한 면도, 선한 면도 있지만 그래도 선한 의지가 그러한 악한 의지를 억누를 수 있기에 그래도 희망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영국판과 미국판은 거의 같은데요, 부제가 약간 다릅니다. 영국판의 부제는 'A History of Violence and Humanity'인 반면 미국판의 부제는 'Why Violence Has Declined'입니다. 두 가지 모두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는 맞습니다만,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이 조금 다르다고 할까요? 저는 영국판의 부제가 좀 더 맘에 들긴 합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측면에서는 후자가 더 효과가 있는 것 같긴 합니다만.


*제가 말하는 용어는 제가 이해한 바대로이기 때문에 번역서와는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앞서 얘기한 부제대로 이 책은 '폭력과 인간성의 역사'를 다루면서 특히 '어떻게 해서 폭력은 감소해왔는가'를 다루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현재가 가장 폭력성이 덜한 시기라는 점을 선사시대부터해서 (심지어 인류의 기원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지금(2008년)까지 통계자료를 제시하며 논증하고 있습니다. 그 주된 기준은 '단위 인구당 폭력으로 인한 피살자 수'인데요, 그 폭력은 다양한 폭력을 포함합니다. 부족 간 작은 전쟁에서부터 세계대전, 범죄, 기타 폭력에 의한 것들을 포함하죠. 그리고 각각의 항목들에 대해서 또 세부적으로 분석을 하며, 여러 통계적 근거를 제시합니다. 거의 대부분 시계열 데이터이지만요.


이 책은 크게 두 파트로 나뉩니다. 전반부(2~7장)는 역사적으로 폭력이 어떻게 감소해 왔는가 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으며, 후반부(8~10장)에서는 심리학적으로 폭력이 왜 발생하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각각의 설명에 여러 가지 부연설명도 많이 덧붙이고 있어서 마치 여러 권의 책을 읽은 느낌입니다. 세계사, 심리학, 뇌신경과학, 통계학 등등 말이죠.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서문에 잘 정리가 되어 있어서 이 책에 어떤 내용이 있는가 하는 건 서문만 읽어봐도 알 수 있을 것 같긴 해요. 역사적으로 폭력이 감소했다는 걸 여러 장에서 보이고는 있지만 그것이 꼭 시대 순이지는 않습니다. 각 장별로 시기는 중복이 되기도 하는데 포인트를 맞추고 있는 부분이 조금씩 다릅니다. 앞부분에서는 '문명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뒤로 갈수록 정치, 종교, 전쟁, 인종, 테러, 권리신장 등을 다루고 있어 사회문제까지도 연결되고 있습니다.


그러한 많은 부분들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내린 결론이기 때문에 우리가 느끼는 '이 시대에 대한 체감적 폭력성'을 내세워 섣불리 반박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가 내세운 통계자료들(사실은 메타분석에 가깝습니다)을 보면서도 계속 찜찜함과 의문이 들기는 합니다. 각각의 출처는 분명하지만 데이터 자체의 신뢰성을 믿기 어려운 부분도 있으니까요. 


그러한 폭력성의 감소에 대한 반신반의의 수긍을 하다 보면 이후에는 심리학으로 넘어갑니다. 여기에서는 각종 심리학 이론과 심리학 실험이 대거 등장하는데 그중에는 익히 알려진 것들도 있고 또 약간은 생소한 것들도 있을 수 있어요. 그리고 뇌신경과학의 연구 결과도 일부 소개되고 있습니다. 우리 뇌에서 어떤 부분이 폭력성과 관계가 있는가 하는 것도요. (그것까지 다 말하면 책 읽는 재미가 없어질 테니 비밀로 하렵니다 ㅋ)


어찌 보면 후반부의 우리 내면의 선과 악을 논한 것이 핵심이라 할 수 있겠는데요, 그는 우리 내면에는 다섯 가지의 악마와 네 가지의 천사가 공존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섯 가지 악마란 포식성, 정복욕, 복수, 가학성, 이데올로기이며 네 가지 천사란 공감능력, 자기 통제, 도덕성, 이성을 의미합니다. 그중에서도 이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 이외에도 홉스의 리바이어던 이론이라든가 (제가 <리바이어던>에서 읽었던 것에서 기억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게, 중재자로서 서술되고 있습니다만), 칸트의 영구평화정착을 위한 이론, 평화의 상업적 가치, 여성화(페미니즘?) 등도 평화를 위한 요인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이들을 이용하여 '평화주의자의 딜레마('죄수의 딜레마'에서 착안한 것)'를 풀어보려는 시도를 하였고, 그 결과를 보여주고 있으나 그 자체의 논리성은 좀 떨어집니다. 


어쨌거나 우리 내면의 그러한 선한 면은 개인뿐만 아니라 집단적으로도 나타나고, 그것이 결국엔 우리를 올바른(?) 쪽으로 이끌 것처럼 느껴지지만 정작 핑커 교수는 '나는 과거와 현재만을 보여줄 뿐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다'라고 말합니다. 이것도 희망고문일까요? 그도 그러한 것을 바라고 있겠지만요.


이 책의 내용은 한 권에 담기에는 너무 많은 것을 담고 있습니다. 인문학적 교양도 얻을 수 있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었고, 또 '인간의 폭력성'에 대해 고민하고 궁금했던 부분들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여러 유명인사들이 추천도서로 꼽았던 것처럼 한 번 읽어볼 만한 가치는 있는 것 같습니다. 



p.s. 번역본은 1400여 페이지. 정가 6만 원. 원서를 종이책과 전자책으로 사도 번역본보다는 저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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