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독서 후기

요네자와 호노부 <흑뢰성>

by 칼란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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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네자와 호노부의 <흑뢰성>을 읽었습니다. 일본에서도 인기가 많았고 수상도 많이 했으며, 국내에서도 재밌다는 입소문이 있어서 관심이 있었거든요.


요네자와 호노부는 제가 좋아하는 작가이기는 한데 사실 고전부 시리즈 외에는 책만 사두고 읽지 않은 것들이 수두룩합니다. 그래서 고전부 시리즈와 흑뢰성 사이의 간극이 좀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스타일이 낯선 것은 아닙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익숙한 느낌이 들었으니까요.


이 책은 전국시대 일본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크게 네 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각각의 장은 중심이 되는 사건이 있고, 그것을 해결하는 식으로 전개되는데 각각은 중편으로 연재된 바가 있었습니다. 그 네 개의 장을 묶고, 서장과 종장을 추가하여 전체 이야기를 만들어 낸 거죠.


처음엔 트릭이나 설정이 좀 허술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것조차도 작가의 의도였군요. 나중에 가면 그 사건들의 진실이 밝혀집니다. 여기에서 '역시 요네자와 호노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설야등록, 화영수훈, 원뢰염불, 낙일고영 등 한자만으로는 무슨 뜻인지 모를 수도 있지만 다 읽고 나면 제목을 잘 지었다는 생각도 들고, 그 안에 많은 힌트가 담겨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각각의 사건과 그 해결을 하는 과정에서 미스터리물로서의 재미를 느낄 수도 있습니다. 또한 일본 역사, 전국시대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다면 더 재밌을 수도 있을 듯합니다.


일본 사람들은 그래서 더 재밌었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는 일본에 대한 반감을 갖고 있고 더군다나 전국시대는 결국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의해 끝나고 이후 임진왜란이 발생하게 되죠.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에는 임진왜란 당시 조선에서 만행을 저지른 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이 책에서 중심이 되는 것은 '인과'입니다. 원인과 결과. 어떠한 사건이 원인이 되어 그로 인한 결과가 생기는 것은 인과주의로 볼 수도 있지만 인간은 대체로 그렇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인과관계가 분명하지 않아도 꼭 원인을 찾고 싶어 하는 것이죠.


처음에 서장인 '인'으로 시작해서 종장인 '과'로 마무리되지만 여기에서의 인과 과가 꼭 관련이 있다고는 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주인공인 무라시게와 간베에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그게 꼭 그렇게 될 수밖에 없나 싶으니까요. 오히려 이 책에서의 인은 무라시게와 다른 이들의 과거일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스포가 될 수도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생략합니다)


작품의 결말은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지만 어차피 역사에 기반을 하고 있으니 그로부터 벗어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개개인의 삶도 아마 기록된 대로였겠지요. 누군가는 희생을 하고, 누군가는 운명을 따르고, 누군가는 구원을 받고, 누군가는 역사에서 중요하게 기록됩니다.


이 작품은 요네자와 호노부의 첫 번째 역사 미스터리물이라고 합니다. 그동안 다양한 주제와 소재로 작품을 써왔지만 역사물이 처음이라는 게 의아하긴 한데요, 역사물에서도 특유의 필력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아마 앞으로도 역사물을 쓰지 않을까 싶어요. (그전에 다른 시리즈 완결부터 해주기를 바랍니다만)


그리고 저는 슬슬 그동안 미뤄뒀던 요네자와 호노부 작품 파먹기를 시작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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