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오닉스를 '이북리더계의 애플'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오닉스 제품의 사용기에서도 가끔 보인다. 이 말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어떤 면에서 그런 걸까 생각해 보고자 했다.
오닉스의 이북리더 라인업이 굉장히 복잡하고 또 새로운 모델의 출시가 빠르다. 1년에도 몇 번씩 신모델이 나오고, 같은 라인업에서도 한 번 이상 나오는 경우도 있다. 글로벌 버전뿐만 아니라 중국 내수용 혹은 러시아나 특정 국가를 타깃으로 하는 제품들까지 합한다면 정말 쏟아내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오닉스 기기의 완성도가 많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만족할만한 제품은 많지 않기도 하다. 또한 여전히 중국산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기도 한다. 전자기기라면 불가피한 '뽑기 운'이라는 것도 여전하다.
특히 이북리더는 아무리 좋은 기기라고 하더라도 태생적 한계(eink 액정, 느리고 낮은 성능)를 넘어설 수 없다. 더군다나 원가의 반 정도가 액정에 들어가는 상황에서는.
그럼에도 다른 제품들에 비하면 만듦새가 좋은 편이라는 평을 받는다. 그건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것이지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애플에 비유하기는 좀 억지스러운 듯하다.
오닉스만의 감성이랄 게 있을까? 오닉스 사용자가 많아지다 보니 그 UI가 익숙해진 사람들은 많을 수 있다. 하지만 내 경우에도 그렇지만, UI가 그다지 직관적이라든가 맘에 들지는 않는다. 안드로이드 기반에서 커스터마이징을 하는 것이기에 이것 역시 한계가 있어 보인다.
기기의 디자인 역시 딱히 아이덴티티라고 할만한 것이 없다. 다만, 몇몇 기기는 그러한 감성을 가질만한 제품들도 있기는 하지만 디자인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기 때문에 모두를 만족시키기 어렵다. 결국 오닉스의 기기를 통틀어서 감성적인 제품들이라고 하긴 어렵다.
패키지의 경우엔 올블랙으로 다소 고급스럽게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 자신들의 제품에 대해 고급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것 같기도 하다. 패키징을 좀 더 심플하게 하려는 다른 제품들과 반대로 여겨지기도 한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고 주황색, 초록색 등 알록달록한 느낌이 드는 것도 있다.
오닉스는 이북리더를 계속 출시하면서 오닉스 생태계를 만들려고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실 오닉스는 자체적인 전자책서점이 없고 (자체 서점에 연결은 되지만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콘텐츠 쪽으로는 전무하다.
대신 오닉스 계정을 통해 사용자에게 클라우드를 제공하고, 오닉스 기기간 서재, 노트 등을 연동하게 하는데 이를 오닉스 생태계로 보기엔 많이 부족하다. 그리고 생태계에 포함시키기 어려울 수는 있지만 자체 뷰어인 네오리더는 만족할만하다.
오닉스가 이북리더 사용자들에게는 많이 알려진 회사이지만 사실은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중국은 이북리더와 전자책 시장이 워낙 크니 우리나라와는 상황이 좀 다를 것 같지만, 중국 내에서는 다른 제품에 비해 브랜드 가치가 높을 수도 있을 듯하다. 어쨌든 국제적으로는 아니다.
오닉스 제품의 경우에는 꾸준하게 펌웨어 업데이트를 해주는 편이며, 조금 오래된 기기들도 업데이트를 해주고 있다. 그러한 업데이트는 단순히 운영체제의 버그픽스나 개선일 수도 있지만 주력 소프트웨어인 네오리더 등의 성능 개선이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한 지속적인 고객지원은 회사와 브랜드에 대한 신뢰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확실히 오닉스 제품들의 가격대는 높은 편이고, 새로운 모델을 출시하면서 가격을 조금씩 올리는 편이다. 국내에 정발 되는 경우 가격은 더 올라간다. 직구를 하더라도 환율에 따라 금액 변동이 있다.
그런데 일단 비싸면 좋은 제품이라는 인식을 노린 걸까. 오닉스 제품 중에서도 가성비가 좋은 제품이 있는가 하면 가격보다는 성능에 더 주안점을 둔 제품도 있다. 그러나 가장 비싼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프리미엄금 태블릿 PC에는 못 미친다. 그 정도의 가격에 포지셔닝을 할 수밖에 없다. 이북리더의 경쟁상대가 태블릿 PC가 될 수는 없지만, 기회비용의 측면에서 경쟁은 불가피하니까.
이렇게 볼 때, 오닉스가 이북리더계의 애플이라는 이유는 정확히 잘 모르겠다. 그냥 누군가가 (어쩌면 오닉스 관계자가, 혹은 충성스러운 사용자가) 만들어낸, 다소 억지스러운 표현일 수도 있겠다. 아니면 내가 모르는 다른 가치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동안 내가 오닉스 제품들을 써온 경험으로는 그렇지는 않을 듯하다.
아무튼 그런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일종의 바이럴일지, 아니면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다. 자신이 사용하는 기기에 대한 자부심까지는 아닌 것 같고, 애정 정도일까요 오닉스 제품 쓴다고 자부심 가질 사람은 별로 없을 테니까.
그래도 오닉스가 꾸준히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고, 사용자층을 넓혀가는 건 고무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오닉스가 없었다면 국내 이북리더 시장도 꽤 암울했겠지. 이북리더시장이 서점사들이 주도하던 시장에서 제조사가 주도하는 시장으로 바뀌도록 하고 있기도 하고.
다만, '이북리더계의 애플'이라는 단서에서, 이북리더 간 상대적인 브랜드 가치의 비교는 있을 수 있겠다. 현재 이북리더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아마존 킨들이다. 미국 내 80% 이상, 전 세계 6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니 말 그대로 절대강자다. 오히려 킨들이 이북리더계의 애플이라는 말에 더 적합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 생태계와 폐쇄성까지도.
p.s. 혹자는 이북리더계의 삼성, LG, 혹은 샤오미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그게 더 적절할지도. 그런데 애초에, 애플은 어떤 의미에서 특별한 것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