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닉스 북스 리프 2를 사용한 지 4개월이 좀 넘었다. 원래는 구입 초기에 사용기를 올려보려고 하다가 한 달쯤 사용해 보고 사용기를 올려보는 것으로 바뀌었고, 결국은 4개월이 넘어서야 사용기를 쓰게 되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판단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그 사이에 리프 2는 단종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오닉스 북스의 7인치 제품군은 리프 시리즈 밖에 없었으나 무슨 생각에선지 오닉스에서는 갑자기 (예고도 없이) 페이지라는 제품을 출시했다. 페이지는 리프 2 블랙 기기와 폼팩터가 완전히 동일하나 AP 및 램 상향 등 하드웨어적인 성능이 개선된 제품이다. 대신 화이트 제품은 나오지 않기에 만약 화이트를 선호하는 사용자라면 여전히 리프 2 밖에는 선택지가 없는 셈이다. 비록 더 이상 판매되지는 않더라도.
그러므로 이 사용기는 더 이상은 효용성은 없지만 내 기기에 대한 기록 정도로 봐주면 될 듯하다. (이전에 기록했던 글을 기반으로 하기에 마치 계속 판매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으나 어쨌든 공식적으로는 단종이다)
리프 2는 블랙과 화이트 두 가지 버전으로 출시되어 있지만 블랙은 플랫, 화이트는 논플랫이다. 이는 eink 패널 위쪽에 보호유리가 한 겹 더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이며, 무게도 약간 차이가 난다. (보호유리가 없는 화이트가 더 가볍다)
일반적으로는 화이트 기기의 경우 논플랫이 많은데 이는 흰색 베젤이 화면에 대한 집중력을 약화시키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래서 단차를 둠으로써 화면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려고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베젤을 다른 색 (회색이나 검은색 등)으로 바꾸기도 한다.
단지 색상 취향뿐만 아니라 플랫/논플랫에 대한 선호도 차이까지 맞물려 있다 보니 본인의 취향에 따라 확실하게 또는 어쩔 수 없이 선택을 해야 한다.
나는 화이트를 선택했다. 같은 기기라면 화이트를 좀 더 선호하는 편인데 리프 2에 대해서는 잘한 선택인가 싶은 생각이 든다. 기기가 화이트이기는 하지만 베젤에 회색으로 둘러놓은 것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플랫이나 논플랫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지만.
이노스페이스원에서 판매하는 국내 정발 리프 2와 플립케이스를 따로 구입했다. 리프 2는 여러 인터넷쇼핑몰에서 할인행사를 통해 정가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편이다. 다만 플립케이스까지 같이 판매하는 곳은 별로 없기에 이노스페이스원 공식쇼핑몰이 아니라면 플립케이스는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
플립케이스는 접이식으로 브라운과 민트색 종류가 있다. 민트색이라고 하지만 푸른빛이 돌듯 말듯한 민트색이다. 리디페이퍼 4의 캑터스 그린보다도 훨씬 밝은 민트라 얼핏 보면 흰색이나 회색처럼 보이기도 한다.
커버 안쪽의 까만 부분은 끈적이는 접착성분이 있는 재질인데 본체에 부착되게 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몇 번 사용하면 접착력도 떨어지고 먼지만 붙을 것 같아 비닐을 그대로 붙여둔 상태로 사용 중이다.
색상도 실망스럽지만 나는 저런 접이식을 선호하지 않는다. 생각보다 쓸모없는 기능인 데다 흐느적거리는데 요즘 오닉스 플립케이스들은 다 저런 식으로 나와서 유감이다. 게다가 선택의 여지도 없다.
하지만 중국 내수용으로는 자석부착식 케이스도 발매되거나 혹은 패키지로 판매 중이다. 그런 방식은 새로 나온 북스 포크 5 시리즈에도 적용되고 있어서 향후에는 그런 식으로 갈 것 같다. 여담으로 페이지에는 그 케이스도 나와 있지만 버튼의 방향이 리프 2와 달라서 페이지용 마그네틱 케이스를 리프 2에 적용할 수 없는 점은 아쉽다.
그런데 최근에는 미테르에서 리프 2용 2-in-1 케이스도 나왔다. 기존에 크레마 s나 다른 기기들에서 사용하던 것과 동일한 방식인데 그 케이스도 장단점이 있어서 구입을 고민했지만 결국에는 구입하지 않았다.
리프 2 화이트는 여러모로 예전에 쓰던 북큐브 815를 연상하게 한다. 베젤의 회색 부분 때문에 그렇기도 하고, 저렇게 누르는 물리버튼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앞서 얘기한 대로 저 회색 때문에 화이트의 느낌이 사라져서 아쉽다. 구입 전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지만 사용하면서는 계속 눈에 거슬린다.
리디페이퍼 4(리페 4)를 사용하기 전까지는 7인치를 써본 적이 없어서 7인치가 애매한 크기라 생각했었는데 리페 4를 사용하다 보니 7인치가 생각보다 괜찮은 크기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현재는 리프 2와 리페 4, 킨들 오아시스 등 세 종류의 7인치 기기를 잘 사용하고 있다. 그중 범용기는 리프 2 뿐이긴 한데 주로 집에서 보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리프 2는 출시 당시 이북리더의 필수요소를 모두 갖춘 제품으로 기대를 모았다. 7인치의 적당한 크기 (휴대성과 화면 크기의 적절한 타협점), 물리버튼, microSC 카드 등 스펙상으로는 무난하게 여겨졌다. 배경의 밝기나 가독성 등도 무난한 편이었다.
하지만 이 제품은 스펙상으로는 나타나지 않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우선 좀 느리다. 이 제품의 AP가 무엇인지는 정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은데 퀄컴 QC2290 쿼드코어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오닉스 제품들의 저사양기기들 (포크 5 시리즈에도 사용되었다)에 사용되는데 이전에 사용되는 것들 (스냅드래곤 636 등)보다도 성능이 더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래서 AP만으로 본다면 리프 2가 리프 1보다 다운그레이드되었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객관적인 평가가 있는 것은 아니라서 실사용에 유의미한 차이는 없을 수도 있다. 그래도 느리다고 느껴지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페이지의 경우에는 리프 2보다는 좀 더 빠릿빠릿한 느낌이라고는 하지만 사용해 본 것은 아니라서 체감적으로 얼마만큼 차이가 나는지는 모르겠다. 리프 2 사용자 중에 페이지로 바꿀 것인지를 고민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도 그렇지만) 아직까지는 바꿀 필요가 없다고 하거나 좀 더 관망해 보자는 의견이 더 많다.
그리고 터치 문제가 생각보다 좀 심하다. 한 번에 제대로 터치가 되는 경우가 없어서 몇 번씩 눌러야 하는 경우가 많고, 특히나 거치대에 놓고 쓸 때는 거의 터치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들고 터치를 해야 한다. 이는 앱마다 차이는 좀 있다. 또한 하이라이트를 치는 것도 애를 먹는 편이다. 더구나 화면 가장자리 부분은 단차 때문인지 더 잘 안되기도 한다. 제스처도 마찬가지인데, 터치문제와 동일한 이유다. 이러한 점들은 페이지에서는 좀 더 개선되었다고는 하나 확인은 못했다. 결국 제스처는 포기하고 플로팅볼을 사용하고 있다.
인터페이스도 기존에 사용하던 오닉스 기기들과도 조금 다르다. 내가 오닉스 기기들을 사용해 오던 시기와 모델들이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어쨌든 리프 시리즈나 포크시리즈의 인터페이스는 이러한 방식으로 될 것 같다. 이 인터페이스는 사용자가 설정할 수 있는 것들이 줄어들고, 기기 사용상에 약간의 제약이 있는 듯하기에 아쉽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실사용시에는 그다지 문제가 안 될 수도 있다. 만족하면서 쓰는 사람들도 많고, 나도 그냥 사용하고는 있으니까.
하지만 액정 파손에 대한 얘기는 다른 제품들보다 더 많이 들려온다. 논플랫이라 액정 파손에 조금 더 취약한 면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절대적으로 약한 것은 아닐 텐데 유독 그렇다. 그래서 휴대 시 파손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사용자들도 많다. 실제로는 어떤지 모르겠으나 주의가 더 필요한 제품이라는 생각은 든다.
리프 2는 이북리더를 처음 사용하는 사람 혹은 적당한 기기를 찾는 사람들에게 많이 추천되던 기기였다. 전반적으로는 무난한 기기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기대가 컸던 걸까, 아쉬움도 있다. 내 경우에는 다른 기기들과 상대적으로 비교가 되기 때문에 더 그랬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제품 하나만 사용하더라도 전자책을 보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듯하다. 약간의 스트레스는 있겠지만.
리프 2도 다소 충동적으로 구매하긴 했지만, 조금 더 기다려서 (신기기 발매 소식을 미리 알았더라면 당연히 그렇게 했겠지만) 페이지를 구매할 걸 그랬다는 후회도 약간은 든다. 리프 2와 페이지의 가격도 동일했기에.
오닉스가 앞으로 7인치 라인업을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 리프 3을 출시할 것인지, 페이지로 변경할 것인지 아니면 아예 새로운 라인업이 만들어질 것인지. 그건 오닉스측만 알 것이다.
그런데 리프 2 블랙과 거의 같은 제품을 왜 갑자기 페이지라는 다른 이름으로 출시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오닉스의 전략은 정말 종잡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