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유료 도서구독서비스들이 독서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교보문고, 예스24, 리디 등 기존 서점사에서 운영하는 것도 있고, 밀리의 서재처럼 전용 구독서비스도 있다. 그 외에도 더 있지만 일단은 이 업체들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구독서비스에 대한 글은 이전에 쓴 글을 참고하기를 바란다.
https://brunch.co.kr/@khcheong/308
그런데 도서구독서비스는 출판사와 수익을 어떻게 나누는지 궁금했다. 도서구독서비스 업체와 출판사 간의 계약 조건은 아마도 대외비일 것 같지만, 인터넷 검색을 하다 보니 밀리의 서재에서 출판사에게 컨텐츠제공제안서를 보냈다는 포스팅을 보게 되었다. 자세한 내용이 나와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수익 정산에 대한 중요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에 참고가 되었다. (이건 2021년 기준이지만 현재도 같다고 한다)
이에 따르면 도서를 25회 대여시마다 전자책 정가의 80% 정산, 출간 1개월 내의 신간의 경우엔 15회 대여마다 전자책 정가의 80% 정산이라고 되어 있었다. 여기서 대여는 다운로드를 의미하는 듯하다.
즉, 정가 1만 원의 전자책을 회원들이 25회 대여를 해야 8,000원을 받을 수 있는 구조이며, 신간의 경우에는 15회 대여를 해야 8,000원을 받을 수 있는 구조이다. 이는 신간을 더 유치하려는 전략인 듯한데, 그 덕분에 밀리의 서재에 신간이 많은 듯하다. 하지만 출간 후 한 달이 지나면 다시 25회 대여마다 정산이기에 신간 효과를 얻으려면 출판사 입장에서도 나오자마자 구독서비스에 올려야 하는 것이다.
다운로드 기준이긴 하지만 한 사람이 여러 번 다운로드를 해도 각각으로 카운트가 된다고 한다. 그래서 밀리의 서재 입장에서는 동일인이 다회 다운로드하는 것이 달갑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읽지도 않을 책을 대량으로 다운로드하는 것도 원치 않을 것이다. 그래서 1일 다운로드 횟수에 제한을 걸어두었다.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30~50권 사이였던 듯하다.
위의 경우가 흔히 발생하지 않을 것 같지만 기기를 여러 대 사용한다거나 혹은 기기를 바꿀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밀리의 서재 측에서도 이를 알고 있기에 대처를 하는 듯하다.
출판사는 정가의 60~70% 수준에서 서점사에 납품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출판유통시장도 다소 복잡하며, 특히 소형 출판사의 경우에는 도매상을 거쳐 납품을 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전자책은 유통과정이 단순하여 소형출판사의 경우에도 구독서비스에 직접 납품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전자책만 출판하는 업체들도 많다. 도서구독서비스의 입장과 맞아떨어지는 부분이다.
만약 전자책을 서점사에 정가의 60% 선으로 납품한다고 가정한다면, 구독서비스에서는 대략 20회 정도 대여가 돼야 판매하는 것과 비슷한 수익이 된다고 볼 수 있겠다.
여기에서 출판사의 고민이 생길 수 있다. 책 한 권을 판매할 것인가, 20 권의 판매기회를 날리더라도 그만큼 전체 파이를 키워서 수익을 얻을 것인가. 사실 그 책을 읽지 않을 사람도 책을 구매할 수도 있기에 어쩌면 이득보다는 손실이 더 클 수도 있겠다. 하지만 구독서비스에 제공하는 기간을 제한해서 홍보효과를 노릴 수도 있겠고, 이후의 판매량을 늘리는 전략으로 삼을 수도 있을 듯하다.
하지만 그건 출판사의 입장이고 작가 입장에서는 인세 수입이 거의 없어지니 더 부당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듯하다. 인세가 정가의 대략 5~10% 수준이라고 한다면, 1회 대여 시에는 0.15~0.3% 수준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출판사와 구독서비스 간의 계약에서는 작가의 입장은 대체로 고려되지 못하는 듯하다.
그래서 국내 대형출판사들은 대체로 구독서비스에 도서를 제공하지 않는다. 간혹 나오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그건 특별한 경우이거나 혹은 전략적인 측면으로 보인다. 그나마도 서점사나 구독서비스 플랫폼과 힘겨루기를 할 수 있는 출판사들이나 가능한 얘기다. 갈수록 열악해지는 출판시장에서 대부분의 중소형 출판사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을 악용하는 출판사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최근 1인출판사나 혹은 독립출판사들이 많아지면서 주로 전자책을 만들고 이를 구독서비스에 납품함으로써 수익을 챙기는 것이다. 내가 경험했던 최악의 사례는 정말 책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을 (대학생 리포트만도 못한 내용, 겨우 수 십 페이지 분량으로) 구독서비스에서 본 것이다. 그것도 정가가 일반 도서 못지않게 책정되어 있었다.
그럴싸하게 쓴 도서 설명만 보고 다운로드할 호구들을 노린 것인데 그게 통한다는 사실 자체가 개탄스럽다. 이미 상당히 왜곡된 출판 시장에서 그러한 기형적인 출판이 독버섯처럼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전자책을 만들어 수익을 올리는 것에 대한 광고도 많이 볼 수 있다. 출판도 사업이기는 하지만, 돈벌이 수단 정도로 밖에 여겨지지 않는 현실도. 물론 좋은 책, 좋은 내용을 더 쉽게 접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얘기다.
그럼에도 구독서비스는 그렇게 해서라도 장서량을 과대포장할 수 있기에 도서의 질에 상관없이 무분별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기도 하다. 결국 그러한 출판사들을 퇴출시킬 수 있는 것은 현명한 독자들의 몫인가.
아무튼, 나도 여러 도서구독서비스를 이용하는 입장에서 내가 찾는 책이 그러한 곳에 있으면 좋지만 출판사나 작가의 입장에서는 마냥 좋지는 않을 듯하다. 이것도 과도기적 플랫폼일지, 아니면 앞으로도 확실한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지는 모르겠지만 그 장점을 살리면서 출판계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길이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