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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책과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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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란드리아 Apr 11. 2023

나는 왜 책을 읽는가?


나는 어려서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어머니께선 책을 많이 사주셨다. 집에는 당시 유행하던 전집류, 백과사전, 과학학습만화 등이 꽂혀 있던 책장이 두 개 있었다. 그것들을 보며 과학자와 작가의 꿈을 같이 키워갔던 듯하다. 과학을 더 좋아하긴 했지만.


책과 독서에 대한 흥미는 초중고 학창 시절에도 꾸준했다. 고등학생 때 적성검사에서도 문과와 이과가 반반씩 나와서 어느 쪽을 가더라도 괜찮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별로 고민하지 않고 이과를 선택했다. 내겐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기에. 


이과이긴 했지만 고3 때까지도 여전히 문학이나 철학, 사회과학에 대한 책들도 많이 읽었다. 공대에 들어가서도 마찬가지였다.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책에서 답을 찾고 싶었다.


하지만 책을 가장 많이 읽은 시기는 결혼 이후다. 결혼을 하고 육아를 하면서 개인시간이 많이 줄어드니 내가 좋아하던 것들 중에서 그나마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일이 독서가 된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자투리 시간에도 할 수 있는 일이기에. 물론 일부러 시간을 내서 읽는 것이 더 많지만.


나는 왜 책을 읽는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고, 그에 대한 자문자답을 해 보았다.


정보

나는 궁금한 것이 많다. 사소한 것들부터 거창한 것들까지, 세상 모든 것이 다 궁금하다. 모든 분야가 다 궁금하다. 그런 것들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을 수도 있지만 깊이가 없거나 잘못된 정보일 가능성도 많다. 그런 경우에는 해당 분야의 입문서나 개론서 혹은 좀 더 깊이 들어가는 책들을 읽으면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몰랐던 것들을 새로 알아가면서 나의 지식과 세상을 보는 눈을 확장시켜 갈 수 있다. 


정리

지금까지 많은 공부를 했고, 많은 책을 읽었지만 그러한 지식들은 여전히 단편적이다. 파편화된 지식들은 그 자체로는 의미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요한 것은 지식들 간의 연결 또는 관계를 아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정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나 스스로는 어려운 경우가 많기에 이 또한 다른 저자들의 도움을 빌린다. 과학계나 인문학계의 탁월한 저자들은 그러한 역할을 한다. 흩어져 있던 지식들이 연결될 때의 쾌감, 그리고 무관해 보이던 것들이 관계가 있음을 알게 될 때의 놀라움은 지식을 단순히 알게 될 때보다 훨씬 더 크다. 나의 지식은 그렇게 0차원에서 더 높은 차원으로 확장되어 간다.


재미

사실상 이게 독서 중독의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독서를 통한 재미는 여러 가지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새로운 지식을 알아가는 재미도 있고, 문학 작품에서는 그 작품의 깊이에서 느껴지는 재미가 있다. 추리 소설이라면 작가와 같이 추리를 해보는 재미도 있다. 물론 라노벨이나 만화는 두말할 것도 없지만. 그러한 재미는 어느 것이 더 낫다, 아니다를 따질 수는 없다. 저마다 다른 범주의 것이고, 상대적인 것이니까. 재미를 골고루 느낄 수 있다면 더 즐거운 독서가 될 수 있다. 


생각

독서는 느린 과정이다. 문자를 해독하고, 그 의미를 해석하는 과정이 따른다. 그러면서 기존에 알고 있던 지식 및 경험들과 연결되고 그 내용에 대한 판단을 하게 된다. 사실여부에 대한 판단, 가치 판단, 활용 가능성에 대한 판단 등. 그러한 과정은 모두 생각 속에서 이루어진다. 그렇기에 독서는 능동적인 행위다. 단순히 눈으로 들어오는 시각자극이 아니기에 (요즘엔 오더블이나 TTS도 있지만) 생각을 해야 하고, 생각할 수 있게 해 준다.


공감

나는 공감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다. 인정한다. 그래서 공감능력을 학습해야 한다. 공감능력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학습할 수 있지만 책을 통해 학습되는 것들도 많다. 특히 문학작품들을 통해 얻는다. 물론 그러한 공감능력을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하고 상황에 맞도록 적절하게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여전히 공감능력은 부족하다는 얘기는 듣지만 그나마 일상생활을 잘할 수 있는 건 그러한 학습 덕분이다.




내가 앞으로 책을 얼마나 더 읽을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생각했는데도 기껏해야 수 천권. 뭔가 아쉽다. 그렇다고 더 많이 읽을 수도 없으니. 


나중이 되면 책 읽을 시간이 좀 더 많아질 수도 있겠지. 아니, 시간적 여유가 많아지면 오히려 다른 것들에 더 관심을 갖게 되려나? 독서하는 시간 역시 기회비용이니까. 그래도 독서는 평생의 취미이자 즐기는 활동이 될 것이라는 점은 변함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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