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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란드리아 Feb 16. 2023

책장 파먹기

평소에도 '책 사는 돈은 아까워하지 말자'는 편이라 우리 가족의 연간 도서구입비용은 적지 않은 편이다. 주로 내 책이 가장 많고, 아이 책, 그리고 아내의 책 순이다. 내 책은 종이책과 전자책이 반반 정도, 그리고 아내와 아이의 책은 모두 종이책이다.


도서구매는 주로 인터넷서점사를 이용하는데 메인으로 YES24를 이용하고, 교보문고도 자주 이용한다. 특히 교보문고는 동네에 매장이 있어서 바로드림으로도 종종 구매하는 편이다. 그 외에도 인터넷쇼핑몰에서 세트로 할인판매하는 아동용 도서나 (도서정가제인데 그렇게 판매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혹은 출판사에서 직접, 아니면 오프라인 매장 등에서 구입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작년 우리 가족의 도서구매비용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교보문고에서도 프레스티지 등급을 달성했고, YES24에서도 구매금액 최상위였다. 


교보문고 프레스티지 라운지


그렇게 책을 많이 샀나 싶지만 일단 내가 산 게 맞기는 하다. 물론 전자책이 많으니 그것들이 다 눈에 보이지 않긴 하지만, 책장에 쌓여가는 책을 보면 괜한 욕심을 부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책들이 많아지면 비단 책장에만 무게가 더해지는 것은 아니고, 내 마음에도 부담감이 더해진다. 읽고 싶어 산 거고, '사면 언젠가는 읽겠지'라고 생각하면서도 읽는 속도보다는 사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사실을 외면한다. 작년에 200권이 넘은 책을 읽었어도 산 책은 그보다 훨씬 더 많으니.


2022년 YES24 읽어보고서 중에서


집에 책장이 몇 개가 있지만 책을 계속 사게 되면 어쩔 수 없이 기존에 있던 책은 처분해야 하기도 한다. 대부분은 누구에게 주거나 혹은 그냥 버린다. 나는 장서가는 아니지만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그런 결정을 해야 한다는 게 안타깝다. 아깝기는 하지만 효용이 지난 책들은 어쩔 수가 없다. 중고판매도 안 되니까. 


그래서 책을 구입할 때마다 종이책으로 할지, 전자책으로 할지 고민하게 된다. 우선적으로는 종이책 쪽으로 더 기울게 되지만 말이다.




올해 들어서는 책 사는 걸 최대한 자제하기로 했다. 여전히 사고 싶은 책도 많고 읽고 싶은 책도 많다. 신간 알림이 올 때마다 마음이 흔들린다. 하지만 꾹 참고 있다. 금단증상까지 생길 지경이다. 전자책으로 된 만화책은 여전히 계속 사고 있지만, 만화책은 구매하거나 읽은 권 수에도 포함 안 시키니까. 


대신 아내가 볼 책과 아이가 볼 책까지 그러지는 못할 것 같아서 일단 내가 볼 책만 대상으로 했다. 그래도 종이책과 전자책을 몇 권 사기는 샀다. 그 정도는 괜찮을 것 같아서. 


'냉파'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지금도 종종 들리는 말인데, '냉장고 파먹기'라고, 냉장고 안에 있는 식자재를 소진시키기 위해 요리를 적극적으로 해 먹자는 의미인데 특히 냉동실의 부식들의 처리가 목적일 것이다.


책장에도 마치 냉동실의 부식들과 같은 책들이 있다. 언제 구입했는지도 모르고, 언제 읽게 될지도 모를 책들. 그러한 책들을 읽기 위해서 나는 '책장 파먹기', 즉 '책파'라는 단어를 사용하겠다. 뭐, 나 혼자 사용하는 용어니까 뭐라 부르든 상관없겠지만.


올해 목표는 책 사는 것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는 책들을 읽는 것이다.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관계없이. 얼마나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해보는 거다. 읽는 것에 더 주안점을 두어야겠지.


무엇보다 서점사의 쿠폰이 유혹을 잘 이겨내야 할 텐데... 그게 뭐라고, 매번 그렇게 홀라당 넘어가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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