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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책과 독서

책장 파먹기

by 칼란드리아

평소에도 '책 사는 돈은 아까워하지 말자'는 편이라 우리 가족의 연간 도서구입비용은 적지 않은 편이다. 주로 내 책이 가장 많고, 아이 책, 그리고 아내의 책 순이다. 내 책은 종이책과 전자책이 반반 정도, 그리고 아내와 아이의 책은 모두 종이책이다.


도서구매는 주로 인터넷서점사를 이용하는데 메인으로 YES24를 이용하고, 교보문고도 자주 이용한다. 특히 교보문고는 동네에 매장이 있어서 바로드림으로도 종종 구매하는 편이다. 그 외에도 인터넷쇼핑몰에서 세트로 할인판매하는 아동용 도서나 (도서정가제인데 그렇게 판매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혹은 출판사에서 직접, 아니면 오프라인 매장 등에서 구입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작년 우리 가족의 도서구매비용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교보문고에서도 프레스티지 등급을 달성했고, YES24에서도 구매금액 최상위였다.


Screenshot 2023-02-16 at 10.17.14.JPG 교보문고 프레스티지 라운지


그렇게 책을 많이 샀나 싶지만 일단 내가 산 게 맞기는 하다. 물론 전자책이 많으니 그것들이 다 눈에 보이지 않긴 하지만, 책장에 쌓여가는 책을 보면 괜한 욕심을 부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책들이 많아지면 비단 책장에만 무게가 더해지는 것은 아니고, 내 마음에도 부담감이 더해진다. 읽고 싶어 산 거고, '사면 언젠가는 읽겠지'라고 생각하면서도 읽는 속도보다는 사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사실을 외면한다. 작년에 200권이 넘은 책을 읽었어도 산 책은 그보다 훨씬 더 많으니.


whale_capture_1672380691117.jpg 2022년 YES24 읽어보고서 중에서


집에 책장이 몇 개가 있지만 책을 계속 사게 되면 어쩔 수 없이 기존에 있던 책은 처분해야 하기도 한다. 대부분은 누구에게 주거나 혹은 그냥 버린다. 나는 장서가는 아니지만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그런 결정을 해야 한다는 게 안타깝다. 아깝기는 하지만 효용이 지난 책들은 어쩔 수가 없다. 중고판매도 안 되니까.


그래서 책을 구입할 때마다 종이책으로 할지, 전자책으로 할지 고민하게 된다. 우선적으로는 종이책 쪽으로 더 기울게 되지만 말이다.




올해 들어서는 책 사는 걸 최대한 자제하기로 했다. 여전히 사고 싶은 책도 많고 읽고 싶은 책도 많다. 신간 알림이 올 때마다 마음이 흔들린다. 하지만 꾹 참고 있다. 금단증상까지 생길 지경이다. 전자책으로 된 만화책은 여전히 계속 사고 있지만, 만화책은 구매하거나 읽은 권 수에도 포함 안 시키니까.


대신 아내가 볼 책과 아이가 볼 책까지 그러지는 못할 것 같아서 일단 내가 볼 책만 대상으로 했다. 그래도 종이책과 전자책을 몇 권 사기는 샀다. 그 정도는 괜찮을 것 같아서.


'냉파'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지금도 종종 들리는 말인데, '냉장고 파먹기'라고, 냉장고 안에 있는 식자재를 소진시키기 위해 요리를 적극적으로 해 먹자는 의미인데 특히 냉동실의 부식들의 처리가 목적일 것이다.


책장에도 마치 냉동실의 부식들과 같은 책들이 있다. 언제 구입했는지도 모르고, 언제 읽게 될지도 모를 책들. 그러한 책들을 읽기 위해서 나는 '책장 파먹기', 즉 '책파'라는 단어를 사용하겠다. 뭐, 나 혼자 사용하는 용어니까 뭐라 부르든 상관없겠지만.


올해 목표는 책 사는 것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는 책들을 읽는 것이다.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관계없이. 얼마나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해보는 거다. 읽는 것에 더 주안점을 두어야겠지.


무엇보다 서점사의 쿠폰이 유혹을 잘 이겨내야 할 텐데... 그게 뭐라고, 매번 그렇게 홀라당 넘어가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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