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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란드리아 Dec 27. 2022

표지에 집이나 건물 그림 있는 책들

최근 몇 년 새 표지에 집이나 가게 등 건물 그림이 있는 책들이 많아졌다. 표지 그림이 비슷비슷하다 보니 제목을 제대로 읽지 않으면 무슨 책인지 알 수가 없다. 게다가 이런 책들은 표지 리커버도 종종 하는 편이라 더 헷갈릴 수 있다.


이러한 표지의 원조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비밀>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의 번역본이 나온 것이 2012년이니 약 10여 년 전이다. 그때만 해도 이런 표지디자인이 대세를 이룰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당시만 해도 이런 책들이 많지 않았으니.



하지만 이 표지 디자인이 유행처럼 번진 것은 <불편한 편의점>의 성공 이후부터다. 이 책의 1권은 2021년 4월에 나왔는데 당시에도 이 표지였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난다. 나는 이 책들을 전자책으로 읽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오래된 것 같진 않은데 그렇다면 불과 2년도 안 된 사이에 이렇게 된 걸까.



2권은 2022년 8월에 나왔다. 이 책은 1권과 2권이 각각 벚꽃에디션, 단풍에디션이라는 이름으로 리커버 되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에 <달러구트 꿈백화점> 시리즈도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역시 비슷한 표지 디자인을 보였다. 사실 시기상으로 보면 <달러구트 꿈백화점>이 2020년 7월에 나왔으니 좀 더 빠르긴 하다. 또한 표지 디자인이 <불편한 편의점>과는 조금 다른 컨셉트이다. 


이전에도 이런 표지 디자인은 종종 있긴 했다. 그러나 크게 보면 비슷한 범주의 표지로 볼 수 있을 듯하다.



이 책 역시 리커버 된 표지를 선보였다. 이전의 표지가 좀 더 동화 같은 느낌이었다면, 리커버 된 표지는 보다 원색적인 색감으로 마치 초현실주의 작품과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는 이전 표지가 더 나았다고 생각된다.



그 뒤로는 이런 디자인의 책들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왔다. 그래서 그런 책 표지 디자인들이 얼마나 있는지 찾아보기로 했다. (순서는 딱히 없고, 편집하다 보니 뒤죽박죽이 되었다)


이 책들은 대체로 국내나 일본 작가의 책들이 대다수였고, 간혹 그 외 외국 작품도 있었다. 원래 일본에서 더 유행했던 장르인데 국내에서도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이 더 선호되고, 몇몇 책들의 성공으로 인해 더 쏠리는 현상도 보인다. 작가의 진입장벽도 낮아진 이유도 있을 것 같다.


이런 작품들은 대체로 비슷한 장르로 보이기도 한다. 일상물이자 힐링물인데 아이템이나 주제는 다르지만 비슷한 목적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보인다. 이젠 이런 책들이 (이미 그렇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지만) 하나의 장르가 되어 버린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저마다 베스트셀러임을 내세우고 있고, 영상화된 것을 강조하며, 표지에 '~에디션'이라고 명시해놓기도 한다.


물론 내가 이 책들을 다 읽은 것은 아니어서 선입견일 수도 있겠다. 이 책들을 폄하하려는 건 아니고, 단지 이러한 현상이 의아해서 그런 것이며, 오히려 이런 점들이 책을 선택하는 게 거부감이 드는 요소, 즉 역효과가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다. 특히 그런 힐링물이 아닌 순수문학의 경우엔 더 그런 피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우선 <불편한 편의점>의 표지와 비슷한 구도의 표지들이다.



이건 좀 억지스러울 수도 있지만,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전천당> 시리즈도 비슷한 컨셉트라고 우겨볼 수 있을 것 같지만 다소 억지스럽다는 건 인정한다.



다음은 <달러구트 꿈백화점>과 비슷한 표지의 책들이다. (기존 표지, 리커버 표지 둘 다 포함해서) 약간 판타지 느낌이 나기도 한다.


그리고 웨스 앤더슨의 작품인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나 그의 영화를 모티브로 한 사진집 <우연히, 웨스 앤더슨>의 표지는 둘 다 호텔 그림인데 하나는 일러스트레이션풍으로, 하나는 실사처럼 만들었다. 세계여행 사진집이라 그렇기는 해도 이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대한 오마주인 걸까.


그런데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원서나 번역본이 2014년에 나왔고, 원서 표지도 비슷한 걸 보면 애초에 이런 표지가 있었던 것을 보여준다.



이외에도 이런 표지의 책도 찾았다. 비슷한 범주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건 좀 더 애니메이션 같은 느낌이다. 



이와는 조금 다르지만 조남주작가의 <서영동 이야기>는 아파트의 일부 모습을 표지에 담았다. <82년생 김지영> 작가의 신작인 실제의 일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만큼 사실적으로 부동산을 둘러싼 이야기들을 담았다. 이를 같은 범주로 묶기에는 미안하지만 일단 이런 표지의 작품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가게가 그려진 책표지를 찾다가 아래와 같은 책들도 발견하게 되었는데, 이 책들은 작은 가게들 (소위 '구멍가게'라고 하던)을 다룬 내용들이 많았다. 실사 또는 실사와 가깝게 만든 표지들이고, 내용도 소설은 아닌 듯한데, 일종의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 이 또한 하나의 장르를 이루게 된 것일까.




이와 비슷한 느낌으로 <츠바키 문구점>도 있다. 위의 <토와의 정원>의 오가와 이토 작품이다.



이상으로 내가 찾아본 책들인데 이외에도 아마 더 있을 것 같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이러한 책들을 하나의 범주로, 장르로 묶기는 어렵다. 하지만 표지 디자인이나 작품의 목적에서 유사성이 보이는 점들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그런 의심이 강하게 드는 작품들이 있는데 이것도 잠깐의 유행에 그칠지, 아니면 하나의 장르로 오래 살아남을지는 모르겠다.


다만, 표지 디자인은 좀 더 고심해주었으면 좋겠고, 표지 때문에 선입견이나 편견이 생기진 않았으면 좋겠다. 비슷한 작품들의 인기에 기대기보다는 자체의 작품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작품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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