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는 수많은 책덕후, 독서광들이 있고, 그들이 책을 사랑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그리고 책에 대한 애정을 직접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해 내는 사람들도 있다.
이 글에서는 최근에 읽었던 만화 (카툰 에세이) 세 편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 소개할 책은 미국 작가인 그랜트 스나이더의 <책 좀 빌려 줄래?>이다. 원제는 <I will judge you by your bookshelf>인데 원제와 번역본 제목이 전혀 다르다. 원제가 길어서, 아니면 그 뉘앙스를 그대로 옮기기 어려워서 제목을 바꾼 것일까?
사실 번역본 제목은 본문 내의 한 에피소드에서 따온 것이기는 하다. 그렇다고 해도 저렇게 제목을 바꿀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그랜트 스나이더의 본업은 치과의사다. 그런데 낮에는 치과에서 일하고 밤에는 일러스트레이션이나 만화를 그리는 다소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이 작품 내에서는 치과에 대한 이야기는 없고 책에 대한 얘기와 작가로서의 삶으로 꽉 채워져 있다.
책에 대한 애정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고, 특히 그가 우려하는 부분들 혹은 느끼는 점들이 너무 와닿아서 계속 큭큭거리면서 읽었다. 저자가 책을 좋아하지만 다소 시니컬함도 느껴진다. 색감조차 오렌지색과 녹색 위주로 채워져서 그런 듯하다. (물론 전자책으로 읽느라 흑백으로 봤지만) 그러한 것조차도 공감된다.
나는 아마존에서 구매한 전자책 원서로 읽었지만 번역본도 비슷한 느낌을 주지 않을까 싶다.
두 번째로 소개할 책은 영국 작가인 데비 텅의 <딱 하나만 선택하라면, 책>이다. 원제는 <Book Love>로 훨씬 간결하고 직관적이다.
여담으로, 데비 텅의 책들은 모두 번역본으로 나와 있는데 제목이 모두 '책'으로 끝난다. 출판사에서 번역본을 내면서 일부러 그렇게 한 듯 싶다. 이 책은 데비 텅의 두 번째 작품이다.
데비 텅은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면서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들을 담아 책으로 펴냈다. 그중에서도 이 책은 저자의 책에 대한 애정을 여실하게 느낄 수 있다. 위에서 소개했던 <책 좀 빌려줄래?>가 다소 냉소적인 느낌이 들었다면 이 책은 좀 더 귀엽고 따뜻하게 느껴진다. 특히, 일상툰의 성격도 있어서 더 그렇게 느껴지고, 남편과의 알콩달콩한 이야기도 함께 해서 그럴 수도 있겠다.
참고로, 데비 텅의 작품들은 모두 밀리의 서재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책은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이다. 이 작품은 원래 웹툰으로 연재되던 것들을 단행본으로 낸 것인데 1권이 2018년에, 2권이 최근에 나왔다. 그래서 카툰 에세이 성격의 위의 두 책보다는 더 만화책에 가깝다. 아니, 그냥 만화책이다.
하지만 만화책이라고 가볍게 볼 책들은 아니다.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이라는 독서모임에서 일어나는 얘기들이지만 여기에서 소개되는 책들은 만만한 수준의 것들이 아니니까. 게다가 다들 너무 진지하다. 그런 것들이 소위 '병맛', 'B급 감성'을 유발하지만 그것조차도 공감이 된다.
여기에서 소개되는 저자들, 책들은 낯선 것들이 많다. 고전과 인문학이 많아서 그런데 그런 것들에 대한 도전의식을 심어주기도 하고 빼앗기도 한다. 이건 뭐 '병 주고 약 주고'도 아니고...
그러나 그러한 부담감을 내려놓고 읽어도 충분히 재밌다. 책에 대한 얘기만으로도 즐겁다. 3권이 기다려진다. 하지만 저 독서모임에는 가입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