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책은 '읽어야 할 책'과 '읽고 싶은 책' 두 가지로 나뉜다. 물론 두 가지가 겹치는 영역이 있다. 여기에서 업무상 혹은 연구 목적으로 읽어야 하는 책, 논문은 제외다. 이건 말 그대로 일이니까.
읽어야 할 책은 주로 '함께 읽기(함읽)'에 해당하는 책들이다. 이는 내가 읽고 싶어서 참여한 것이기는 하지만 다 그런 것만은 아니다. 내가 현재 함읽에 참여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문학동네에서 운영하고 있는 서비스이며, 보름 주기로 새로운 책들에 대한 도전이 시작된다. 나는 주기별로 한두 권 정도의 책에 참여하지만, 많을 때는 네 권에 도전해 본 적도 있다.
독파는 기간이 정해져 있기도 하지만 독파메이트가 주는 미션도 참여해야 하고, 독서기록 및 완독소감까지 남겨야 하기 때문에 독서 이외에도 할 것들이 많다. 하지만 그만큼 좀 더 꼼꼼하게 읽을 수 있고, 독서를 제대로 했다는 뿌듯함이 있기에 꾸준히 참여하게 된다. 특히 줌토크까지 참여한다면 금상첨화!
무엇보다, 평소라면 접하지 않았을 것 같은 작품들을 알게 되는 것도 좋고, 새로운 작가들도 알게 되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독파는 추천한다.
내가 주로 활동하는 네이버의 'e북카페'에서는 다양한 함읽이 소모임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그중에 내 취향에 맞거나 혹은 관심을 갖는 분야의 책들을 같이 읽고 있는데 이것도 참여하다 보니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나마 독서 기간이 충분하거나 혹은 매주 분량을 나눠서 진행하기 때문에 부담은 적은 편이다.
이 함읽은 책을 읽고 나서 소감을 댓글로, 수다방 형태로 나누게 되는데 그 재미가 또한 쏠쏠해서 중독성이 있다. 책 보다 얻는 것이 더 많기도 하고.
이 역시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읽을 수 있고, 특히 그동안 생각만 하고 있던 책들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돼서 좋다.
나는 현재 초등학교 4학년인 딸아이의 독서를 봐주고 있다. 국문으로 된 책과 영문으로 된 책을 각각 같이 읽고, 책의 내용을 요약하고 독후감을 작성한다. 책은 아이의 수준에 맞추어 선정하고 있지만 대체로는 아이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도록 했다. 실제로는 약간 수준이 높은 초등학교 고학년용을 보거나 고전의 완역본을 읽기도 한다.
이렇게 하게 된 이유는 아이가 제대로 독서를 하고 있는지 고민스러웠기 때문이다. 아이가 책을 좋아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무엇보다도 독서를 꾸준히 할 수 있도록 해왔지만 우리의 기대에 비해 아이의 독서가 제대로 되지 못했다는 실망감도 있었다. 문해력도 기대 이하인 듯했고.
그러나 이것도 1년 이상 꾸준히 하다 보니 아이의 문해력이나 요약하는 능력도 많이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영문은 작성한 것을 다시 수정해 주면서 문법이나 표현에 대한 감을 키울 수 있도록 했다.
아이와 함께 읽기는 나중에 좀 더 자세하게 글을 써 볼 예정이다.
이렇게 크게 세 가지의 함읽에 참여하는데 이것만 해도 한 달에 열 권 정도의 책이 된다. 그냥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 따르는 부가적인 활동들이 있기 때문에 시간이 더 소요되는 것들이다. 그럼에도 얻는 것들이 많기에 조금은 버거워도 하게 된다. 약간의 압박감과 의무감도 있지만.
오프라인 혹은 다른 온라인 독서모임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대학생 때 혹은 직장에서 그런 모임에 참여한 적이 있지만 내가 원하는 목적과는 거리가 있었고, 아무래도 잘 진행이 되지 않는다. 책 선정도 불만스러울 수 있고, 회원들의 참여도도 다르다. 시간을 맞춰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내게는 좀 더 부담이 적은 것들이 좋다.
하지만 여기까지가 '읽어야 할 책'이라면 그 외에도 내가 '읽고 싶은 책'들도 많다. 매달, 아니 거의 매일 계속 책을 산다. 대다수는 전자책이다. 종이책은 집에 둘 공간이 별로 없어서.
내가 충동구매를 자주 하는 편이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심한 것이 아마도 책인 것 같다. 책은 사면서도 죄책감이 들지 않고 오히려 뿌듯함이 들어서 그런 것일까.
그러나 그 책들을 다 읽을 수는 없다. 책을 읽는 속도보다 사는 속도가 훨씬 더 빨라서 책은 계속 쌓여간다. 사기만 하는 게 아니라 구독서비스에서도 내려받은 책들이 쌓여있다. 전자도서관에서 빌려놓은 책들도 많다. 그러다 보니 그것들을 실제화한다면 아마 아래 사진과 같지 않을까...
그래도 책은 꾸준히 읽는다. 시간을 짜내서라도 읽는다. 강박적인 것이 아니라 그냥 좋아서 읽는다. 앞서 언급한 '읽어야 할 책들'이 우선순위이긴 하지만 사실 책을 읽는 우선순위는 '재미'다. 재밌는 책을 먼저 읽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약간의 의무감이 그 순서를 바꾸게 하지만.
그리고 전에도 얘기한 바 있지만 나는 책을 제공받는 서평은 하지 않는다. 책을 무료로 받는 것이 당장은 좋겠지만, 그것을 나의 노력으로 배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간과 노력이 든다. 책의 내용이 맘에 들지 않더라도 출판사나 작가에게 좀 더 우호적으로 편향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서점사, 커뮤니티 혹은 내 SNS에 그러한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남기는 것도 꺼려진다. 그래서 나는 순수하게 내가 사서 혹은 구독해서 읽은 책들만 대상으로 한다.
아무튼 책을 읽는다는 그 자체는 그것이 읽어야 하는 것이든 읽고 싶은 것이든 다 좋다. 문제는 나 자신의 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