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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란드리아 Aug 21. 2023

아이에게 알려주기 어려운 것들

그래도 부모니까, 중심을 잡아주어야 한다


초등학교 4학년인 제 딸은 종종 제게 이것저것 물어봅니다. 과학이나 역사 등 지식적인 것들도 있지만 사회문제도 있어요.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들, 혹은 근거가 명확한 것들은 쉽습니다. 하지만 거기에 가치판단, 가치관이 관여하게 되면 어려워집니다.


저는 가급적 다른 사람들, 특히 친한 사람이나 가족과도 웬만하면 정치, 종교에 대한 주제나 가치관이 수반된 이야기는 하지 않습니다. 그건 소모적인 논쟁만 될 뿐 정답이 없고 결국 싸우게 되니까요. 더군다나 다른 사람이 제게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것도 싫지만, 제가 다른 사람에게 제 생각을 강요하게 하는 듯한 것도 싫고요.


아이의 경우엔 누가 어떤 말을 하면 그걸 그대로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걸러 듣거나 객관적으로 판단하지 못하고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받아들이고, 또 자기 친구들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그 말을 그대로 말하기도 하고요. 자신의 유식을 뽐내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심리죠. 차라리 그대로이기나 하면 다행인데 그걸 또 자기가 이해한 대로 해석해서 잘못 말하기도 하니 아이에게 말하는 건 참 조심스럽습니다.


부모의 경우에도 서로 가치관이나 알고 있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각자 다른 입장을 보이면 아이로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럴 때 좀 더 논리적이고 근거에 기반한 사람이 우세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러지 못하는 경우도 많죠. 객관적인 것보다는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것이 앞서는 경우가 더 많으니까요.


어떤 사건 또는 현상에 대해 다각적으로 보고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역사적인 것이 되었든 현재 일어나고 있는 것이든 편향되는 것은 위험하니까요. 하지만 아이 수준에 맞추기도, 여러 입장을 알려주고 스스로 판단을 하게 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비단 아이에 대해서뿐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제 대부분이 그렇죠. 복잡한 문제들을 단순하게 생각하는 경우도 많고요. 이걸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는 시스템 1에 의한 질문 바꿔치기와 어림짐작에 의한 편향이라고 했죠.


그러한 것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한데 사회가 혼란스러운 것은 (비록 그것이 다양한 의견의 혼합된 상태라고 해도) 그러한 훈련이 부족한 탓일 수도 있겠죠. 즉, 어려서부터 그러한 훈련이 안 된 탓도 있을 것입니다.


제 경우에도 지금까지 살면서 형성되어 온 가치관과 판단기준이 있지만 혼란스러울 때가 더 많은 듯해요. 그래서 사람들은 확증편향에 더 기울기도 하는 듯합니다. 그래서 저도 좀 더 정확한 지식을 가져야 하고, 다양한 의견들을 접해야 할 것 같아요. 그래야 좀 더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겠죠. 그런 경우에 독서가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그것 또한 확증편향에 빠질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할 것 같네요.


저는 제 아이가 무엇에 대해서든 선입견과 편향을 갖지는 않았으면 하는데 아직 세상을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리고 모르는 것이 많기에 스스로 그러한 능력을 가질 때까지는 많이 도와줘야 할 것 같아요. 제가 그러한 자격이, 자질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아빠니까요. 그게 부모의 역할이기도 하고요.


또한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무게추들이 있고 한쪽으로 쏠리는 무게를 다른 쪽으로 인위적으로 잡으려는 모습도 많이 보입니다. 각자의 가치관이 다르니 그 성향에 따라 그것이 긍정적으로 보일 수도, 부정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죠.


결국 부모 역시 그러한 무게추 중에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아이는 그러한 무게추들에 의한 흔들림 속에서 균형을 잡고, 그 어디에선가 무게중심을 잡게 되겠죠.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아이가 크면서도, 커서도 계속 겪어야 하는 일들이기에 부모로서 아이와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아요.


제가 너무 이상적인 걸까요? 그런 이상적인 사회를 꿈꾸면 안 되는 것일까요? 그리고 미래의 그런 이상적인 사회의 구성원을 만들고 싶은 것도 안 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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