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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란드리아 Aug 29. 2023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윌리엄 셰익스피어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설사 그의 작품 중에 하나도 안 읽어본 사람들이 대부분일지라도.


그렇다면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과 '5대 희극'은 알고 있는가? 이는 퀴즈 문제에서도 종종 나오는 것이기에 상식으로 알고는 있지만 사실 나도 그중에 읽어본 것은 몇 편 되지 않는다. 4대 비극 중에서는 <햄릿>만 두 번, 5대 희극 중에서는 <베니스의 상인>과 <뜻대로 하세요>만 읽어본 적이 있었다.


참고로 4대 비극은 <햄릿>, <리어왕>, <오셀로>, <맥베스>이며, 5대 희극은 <베니스의 상인>, <한여름밤의 꿈>, <말괄량이 길들이기>, <뜻대로 하세요>, <십이야>이다. 나도 읽어본 바 있고, 많이들 알고 있는 <로미오와 줄리엣>은 4대 비극에 포함되지는 않는다. 


최근에 4대 비극을 완독 하게 됐다. 밀리의 서재에서 제공되는 펭귄클래식 번역본으로 읽었다. 펭귄클래식 번역본은 대부분 셰익스피어 최초의 전집이라 할 수 있는 이절판을 원본텍스트로 했다고 하는데, 이는 극장에서 공연하는 거의 그대로의 텍스트라고 한다. 하지만 사절판 등 다른 판본도 참고해서 좀 더 보완한 '정본'에 가까운 책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YES24 도서 설명에서 가져옴


사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원문으로 읽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일단 17세기 초반의 영어로 되어 있기에 그대로 읽기보다는 현대 영어로 바꾼 것들도 많이 나와 있지만, 그래도 의미 전달이 쉽지는 않다. 이는 단순히 텍스트만 읽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역사적, 문화적 배경지식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건 번역본으로 읽을 때도 마찬가지이기는 했다. 


셰익스피어는 정말 다양한 나라, 인물들을 대상으로 작품을 썼다. 역사적 사실 혹은 전설, 민담 등에서 소재를 가져왔다고 하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그의 천재적인 상상력이 빛을 발하지 않았더라면 그렇게까지 알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셰익스피어 작품들은 많은 출판사에서 번역했지만 번역에 대한 비교나 논란이 계속된다. 그만큼 번역이 쉽지 않은 작품들이다. 여기에서는 번역에 대한 차이를 논하기는 어렵고, 단지 펭귄클래식도 읽기에 무난했다고 할 수 있겠다. 번역에 대한 차이는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포스팅된 글들도 많이 나올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이라고 하면 왠지 어렵게 느껴졌고, 선뜻 손이 가지는 않았다. 만약 함께읽기를 진행하지 않았더라면 언제 다 읽을 수 있었을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니 생각보다 재미있었고, 잘 읽혔다. 공연하는 모습을 연상하면서 읽으니 더 와닿았다. (유튜브 등을 찾아보면 연극 공연한 동영상 올라온 것도 많지 않을까 싶다)


내가 영문학 전공이거나 관련 지식이 별로 없기에 각 작품을 분석하거나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런 것들은 해설서들도 많이 나와 있으니 그 책들을 참고하는 것이 나을 것이고, 이 글에서는 각 작품들에 대해서 간단한 소개와 소감만 작성해 본다. (주제 부분은 ChatGPT의 도움을 받았다)



햄릿

내용: 덴마크 왕자 햄릿은 전 왕인 그의 아버지가 동생에게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부친의 유령을 통해 알게 된다. 햄릿은 복수를 계획하지만 정신적 고뇌에 휩싸인다. 

주제: 복수의 본질, 죽음, 정신적 분열, 인간의 모순된 본성.

소감: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중에서 가장 길다고 한다. 독본 하는데만 4시간이 걸린다니. 그래서 연극 공연에 그대로 올라가는 경우는 별로 없고 대본을 수정한다고 한다. 반으로 줄여도 2시간 이상이다. 그러다 보니 곁가지들은 많이 쳐내야 하는 듯한데 이로 인해 공연마다 대사가 많이 달라진다고 한다. 또한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작품이라고도 하니 얼마나 많은 제각각의 대본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대사가 워낙 유명하지만, 그것은 햄릿의 고뇌를 잘 나타내기는 했어도 작품에서 보인 것의 극히 일부분일 따름이다. 사실 이 극의 대부분은 그의 고뇌와 갈등으로 가득 차있다. 어찌 보면 미친 사람으로 보일 정도로. (실제로 미쳤다는 얘기도 있고)


그 밖의 대사나 내용도 유명하고 이미 알고 있었던 거라 새로운 것은 없었지만 인물들 간의 갈등, 심리묘사가 더 잘 보였다. 대사의 의미도 이해가 더 잘 되었다. 문학 작품들이 그렇지만, 읽을수록, 그리고 읽을 때마다 와닿는 것이 다르다.


그리고 기억이 약간 가물가물했지만 이 작품에서 생각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주요 인물들이 죽는 건 알고 있었는데 그 외에도 죽은 사람들이 많았던 점은 의외였다. 사람이 많이 죽는다고 해서 더 비극은 아니겠지만.


리어왕

내용: 브리튼의 리어왕은 세 딸들이 자신(리어왕)을 얼마만큼 사랑하는가에 따라 그의 나라를 나누어 주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첫째와 둘째 딸들은 리어왕을 배신하였고, 리어왕은 미친 채로 황야를 헤맨다. 프랑스의 왕비가 된 막내딸이 그를 구하러 군대를 이끌고 오지만 실패한다. 

주제: 가족 간의 복잡한 관계, 권력의 탐욕, 노년과 그로 인한 취약성, 인간의 오만과 그에 따른 후회.

소감: <리어왕>도 그냥 어렴풋하게만 알고 있었다. '리어왕이 미쳐서 가족들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게 사실 내가 아는 전부였던 듯하다. 그런데 읽어보니 리어왕이 왜 미쳤는지 알 것 같기도 하다. 탐욕적인 두 딸의 탓이기도 하지만, 리어왕 자체가 나이가 많아 (80세) 당시로서는 상당히 초고령이라 그로 인한 치매 등 정신질환의 가능성도 있었을 것 같다. 


아무튼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애초에 왕국을 분할해서 물려주고 물러난다는 것 자체가 분란의 여지가 있음을 과연 몰랐을까? 더군다나 자신을 부양하라는 것을 통보하다시피 했지 그것에 대한 안전장치는 마련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건 예나 지금이나 부모의 유산 상속을 두고 벌어지는 형제간 다툼과도 비슷할 것 같다.


그 와중에 막내딸 코딜리어가 가장 이성적이고 아버지를 사랑했지만 리어왕은 그것을 알지도 못했으니 리어왕은 자체가 좀 어리석은 사람이지 않았나 싶다. 마치 어린아이가 '나 사랑하는 사람 손들어!'라고 말하는 것 같은 투정 정도로 밖에 안 보이기도 했다.


프랑스왕에게 팔려가다시피 한 코딜리어는 불쌍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강인한 여성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 작품에서 가장 안타까우면서도 마음이 가는 인물이었다.


셰익스피어의 비극답게 많은 사람들이 죽었지만, 그 죽음들이 참 어이없기도 해서 연극에서 죽는 장면을 봐도 비통하기보다는 실소가 나오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실제로 연극으로 공연되는 것은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어쩌면 셰익스피어도 그러한 점들을 알면서도 일부러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오셀로

내용: 베니스의 무어인(흑인) 장군 오셀로는 원로원의 딸 데스데모나와 결혼한다. 그러나 그의 부하인 이아고의 간계에 의해 오셀로는 점점 질투와 의심에 휩싸이게 되며 결국 데스데모나를 죽이고 자신도 자살한다.

주제: 질투, 신뢰와 배신, 사랑과 증오의 양면성, 인종과 문화 간의 갈등.

소감: <오셀로>가 그런 내용인지 미처 몰랐다. 설정 자체도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의외였다. 4대 비극 중 다른 작품들이 대체로 왕이나 왕궁을 배경으로 한 것들이기에 이것도 그런 류가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전혀 빗나갔고, 베니스에 있는 무어인 장군이라니, 대체 그런 설정은 어떻게 나오게 된 것인가? 당시에도 인종차별이 있었을텐데 그래도 능력이 있었으니 그런 지위까지 오르고 원로원의 딸인 데스데모나와 결혼할 수 있었겠지. (데스데모나도 오필리어 못지않게 답답하면서도 순종적인 여성상을 보여주었는데, 그것이 당시의 여성들에 대한 인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다른 능력과는 달리 사람을 보는 눈이나 진실을 파악하는 능력은 부족했던 것 같다. 이아고도 당연히 악당이다. 이 비극을 만들어낸 장본인이니까. 하지만 간계에 넘어갔다고 해서 오셀로의 행동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이 작품에서 그 과정은 정말 어이없을 정도인데도 의심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작품이 4대비극의 반열에 있는 것은 단순히 속이고 죽여서가 아닌, 우리들 마음속에 있는 간사함, 질투, 시기, 불신들을 그려냈기 때문일 것이다. 그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관계에서 늘 있었다. 어쩌면 이건 당시의 꾸며낸 얘기만은 아닌, 셰익스피어가 우리에게 하는 경고의 메시지인 것 같기도 하다.


맥베스

내용: 스코틀랜드 장군 맥베스는 세 마녀로부터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듣는다. 그의 부인인 레이디 맥베스의 부추김으로 현 왕을 살해하고 왕좌에 오르지만, 불안감으로 미치게 되며 폭정을 일삼다가 반정에 의해 파국을 맞이한다.

주제: 권력에 대한 탐욕, 운명 vs. 자유 의지, 죄책감과 정신적 분열.

소감: 이 작품은 워낙 유명하니 스토리는 대략 알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짧아서 당황스럽기도 했다. 혹시 축약된 건 아닐까 했지만 원래 짧은 작품이었다. (4대 비극 중에 가장 짧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몇 가지 의문이 들었다. 우선 맥베스가 실존인물인가 하는 것인데, 해설에 보면 역사에 기록된 내용을 찾아서 작품을 쓴 거라고 한다. 아마 실존 인물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다만 세 마녀의 예연을 들은 거나 그가 정신이 좀 이상해져서 (광기에 사로잡혀) 사람들을 죽이고 결국 자신도 죽게 되는 과정은 작가의 상상력이 덧붙여진 것이 아닐까 싶다.


그 세 마녀는 왜 맥베스에게 그런 예연을 했을까? 그냥, 인간의 권력에 대한 탐욕을 보여주는 임의의 인물로 지목한 것일까? 어떠한 관계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짧았던 만큼 장면도 자주 바뀌고 (그 와중에 5막까지) 스토리가 빠르게 전개돼서 약간 정신이 없기도 했지만 지루하지는 않았던 작품이었다.



이와 관련해서 아래와 같이 정리된 그림이 있다. 출처는 모르겠지만 만든 사람들은 우측 상단에 나와 있다. 각 작품을 읽고 나서 이 표를 보면 이해가 잘 될 것이다.




이들 작품에서는 공통적으로 탐욕, 광기, 시기, 의심, 증오 등이 나타난다. 그러한 것은 메인이 되는 줄거리 외에도 그와 맞물려 있는 다른 이야기에서도 드러난다. (예를 들어 <리어왕>에서 리어왕의 이야기와 글로스터의 이야기가 같이 맞물리는 것처럼) 그로 인해 비극성을 더 높이려 한 듯하다.


하지만 비극이라고 해서 비극으로만 가득한 것은 아니었다. 희극적인 요소들도 있었으며, 공통적으로 광대(혹은 악사, 바보 등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들)가 등장하기도 했다. 그들은 희극적인 장면을 연출하면서도 또 날카로운 비판도 함께 하고 있다. 어쩌면 의도적으로 그러한 인물들을 통해 현실을 더 풍자하고자 한 것이 아닐까. 


그런데 이들이 왜 4대 비극으로 손꼽히는 것일까? 누가 처음에 그렇게 정한 것일까? 유감스럽게도 누가 그렇게 정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셰익스피어를 연구한 연구자들의 컨센서스로 정립된 것이 아닐까 싶다. 이는 그 작품들의 예술성, 주제, 그리고 연극으로 공연되면서 얻은 인기들을 고려했을 것이다. 


특히나 인간사,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그 안에서 복잡하면서도 다양한 심리들을 보여주었다. 그러한 것은 시대와 국가를 초월하여 인간들에게 보편적으로 있는 것이기에 전혀 허황되고 멀리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나에게도 유사한 일들이 벌어질 수 있음을 일깨워주는 것이다. 그 밖에도 후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작품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그러고 보면 우리의 인생사도 연극과 마찬가지이지 않은가.


4대 비극은 연극으로도 계속 공연되고 있으며 영화로도 여러 차례 제작되었다. 기회가 된다면 무대에 올려진 작품들을 직접 감상해보고 싶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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