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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란드리아 Oct 06. 2023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내는 것


나도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 등에 개인적인 얘기들을 하기는 하지만 가급적 개인정보가 유출되거나 혹은 나 외의 가족, 지인, 직장동료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는 얘기들은 삼가고 있다. 가족 얘기도 가볍게 일상을 얘기하는 정도만 하고, SNS에서도 불특정 다수가 볼 수는 없게, 친한 사람들만 친구로 등록해서 친구 공개로만 하고 있다. 브런치에 올리는 글도 마찬가지다.


내 아내는 내가 자신의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에게 하는 것을 싫어한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지 않을까? 자신이 모르는 자리에서 누군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면.


정말 많은 에세이, 자서전, 회고록 등이 책으로 나와 있다. 아무래도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것이 가장 쉬우면서도 또 가장 강렬한 욕망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가장 위험하기도 하다. 또한 소설의 형식을 빌어 자전적 소설로 발표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엔 어디까지가 자신의 경험이고 아닌지 독자에게 혼동을 줄 수도 있다. 아니 에르노와 같이 100% 본인의 이야기로만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래서 그의 작품은 소설인지 아닌지 모호하다)


그런데 그런 책들을 보면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 친구, 주변 사람들의 얘기도 쓰는 경우가 많다. 익명으로 하거나 혹은 이니셜 등으로 표기하기도 하지만 당사자가 그것을 읽게 되면 자신의 이야기인 줄 알 것이다. 그런 경우 당사자들에게 일일이 그 내용의 기재에 대해 허락을 받거나 혹은 그 내용을 알렸을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사자들이 알게 되면 불쾌하거나 명예훼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듯하다. 혹여 책이 나왔을 때 주변인들로부터 그러한 말들을 들을 것도 예상해야 할 것이다.


일단 책으로 내면 불특정 다수가 그 책을 보게 될 것이고 독자들은 자의적인 판단을 하게 될 것이다. 저자는 그에 대한 비판도 오롯이 감수해야 할 것이다. 누군가 자신의 삶을 낱낱이 본다는 것도 부담스럽지 않을까? 특히나 자신의 감추고 싶은 비밀이나 치부까지 드러낸다면. 그래서 대체로 글쓴이는 본인을 미화하거나 정당화하는 식으로 되는 경우도 많은 듯하다. 


글을 쓰고 싶었던 그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그 후의 것들은 예측과는 다르게 흘러갈 수도 있어서 선뜻 글로 쓰기 어려운 것 같다.




50년 가까운 삶을 돌아보는 의미에서 개인적인 자서전이나 회고록을 써보고 싶었다. 책으로는 아니고 브런치에서. 하지만 별로 내세울만한 것도 없고, 남들에게 공개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 주저하게 되는데, 이건 용기가 필요한 것일까 아니면 만용일까.


그러한 것은 성격적인 면도 있는 듯하다. 남들에게 얘기를 하고는 싶지만 관심은 부담스럽고, 안 좋은 얘기는 듣기 싫은. 또한 혹시라도 내 주변사람들이 자신들에 대한 얘기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혹은 내 글에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을 듯해서.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남들의 공감을 얻고, 그들에게 감동이 되었든 교훈이 되었든 힐링이 되었든, 하다못해 카타르시스가 되었든 무언가를 남겨야 할 것 같은데 그런 것도 어려운 것 같다. 그럼 다른 책들에는 그러한 것이 있는가 하면 꼭 다 그런 것은 아니다.


한 사람의 삶이 모두 같을 수는 없고 그 무게를 동일하게 볼 수 없지만 그래도 다른 이들에게 좀 더 감동을 줄 수 있는 이야기가 좀 더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아무런 소득도 없는 책을 구태여 읽으라고 하는 건 다른 이들에 대한 모독일 수도 있으니까.


적어도 나는 그런 평가를 받을만한 글은 쓰지 말아야겠고, 그래서 더 주저하게 된다. 무엇보다 정말 내세울 것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평범한 이야기들에서도 무언가를 끌어낼 수 있는 능력이 내겐 아직 부족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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