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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란드리아 Jan 08. 2024

대니얼 카너먼 <생각에 관한 생각> #1

제1부. 두 시스템


* 이 글은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에서 이 책의 함께 읽기 모임의 진행을 위해 제가 작성했던 글들을 다시 정리한 것입니다. 



이 책은 행동경제학의 입문서와도 같은 책이지만 심리학 서적으로도 볼 수 있을 듯해요. 대니얼 카너먼은 심리학자로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기도 했었죠. 저자는 이 책에서 두 가지 사고 체계를 설명하는데 첫 번째 체계는 빠르고 직관적인 '빠른 사고'이며, 두 번째 체계는 느리고 논리적인 '느린 사고'입니다. 그는 이 두 가지 체계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우리의 판단과 결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합니다. 또한, 편향과 인지 오류와 같은 심리적 현상을 소개하며, 이를 이해함으로써 우리가 더 나은 판단과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돕습니다.


1부에서는 '두 시스템'이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1부 두 시스템

1. 등장인물

2. 주목과 노력

3. 게으른 통제자

4. 연상 작용

5. 인지적 편안함

6. 정상, 놀람, 원인

7. 속단

8. 판단이 내려지는 과정

9. 더 쉬운 문제에 답하기


특히 앞부분에 있는 추천사와 머리말은 꼭 읽어보셨으면 해요. 추천사는 서울과학기술대 안서원 교수가 작성해 주었네요. 


이 책에서 저자는 인지심리학, 사회심리학, 인지신경심리학 등에서 밝혀낸 인간 사고의 특징을 자신의 연구와 잘 연결해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원저의 제목은 ‘Thinking, Fast and Slow’로, 우리 사고체계의 두 시스템을 간단명료하게 제시한다. 빨리 생각하는 그래서 효율적인, 기본 default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시스템 1, 그리고 노력을 요하고 느린, 그래서 아무 때나 나서지 않는 시스템 2. 이 두 시스템의 특징을 설명하는 데 책의 도입부 상당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한국어판의 제목인 ‘생각에 관한 생각’도 의미심장하다. 인간의 가장 큰 특징인 생각, 즉 사고 능력은 평소 우리가 깊이 생각해보지 않는 대상 가운데 하나이다. 대부분의 생각이 자동적으로 별 노력 없이 저절로 이루어져서 그런 것인데, 이는 시스템 1의 특징이다. 또 우리는 ‘생각하는 나’에 대한 자의식을 가지고 있기에 내 ‘생각’을 내가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한다.


추천사의 내용은 길지는 않지만 이 책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한계, 비평을 덧붙였기에 책을 읽기 전에 보셔도 좋고, 책을 다 읽으신 후 마무리하는 의미로 다시 읽어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머리말은 저자인 대니얼 카너먼이 이 책을 왜 쓰게 됐고, 어떠한 과정으로, 어떠한 것을 염두에 두고 서술했는지를 밝히고 있기에 앞서 읽어두시면 좋겠습니다. 머리말이 조금 길긴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고, 자세한 내용은 본문에서 차차 나올 것이기에 이 내용들이 이해가 안 된다고 해서 미리 좌절할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의 상당 부분은 직관 편향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오류에 주목한다고 해서 인간의 지적 능력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의학 교재에서 질병에 주목한다고 해서 건강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듯이. 우리는 대체로 건강하고, 우리 판단과 행동은 대체로 적절하다. 우리는 삶을 항해하면서, 내가 받은 인상과 느낌에 나를 맡기고, 직관적 느낌과 호불호에 대한 자신감을 쉽게 정당화한다. 그러나 느낌과 호불호가 늘 옳지는 않다. 우리는 자신이 틀렸을 때도 자신감을 갖는 때가 많아서, 나보다 객관적 관찰자가 내 오류를 더 잘 발견하곤 한다.


저자의 말대로 이 책은 '직관 편향'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어요. 하지만 옳고 그름을 판단하려는 것이 아닌, 그것이 왜 생기고 어떻게 작용하며 우리가 어떠한 영향을 받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 좀 더 객관적으로 우리의 사고 체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주고 있네요.




1장의 제목은 '등장인물'이며, 이 책의 두 주인공인 '시스템 1'과 '시스템 2'가 등장합니다. 우리의 머릿속(?)에 있지만 마치 인공지능 시스템처럼 느껴지는 이름인데요 (그래서 심리학자 중에는 '타입 1', '타입 2'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만), 앞으로도 이들(?)이 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거예요.


시스템 1과 시스템 2의 차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나는 심리학자 키스 스타노비치 Keith Stanovich와 리처드 웨스트 Richard West가 맨 처음 제안한 용어를 받아들여, 이 두 정신 체계를 ‘시스템 1 System 1’과 ‘시스템 2 System 2’로 표현할 것이다.

• 시스템 1은 저절로 빠르게 작동하며, 노력이 거의 또는 전혀 필요치 않고, 자발적 통제를 모른다.
• 시스템 2는 복잡한 계산을 비롯해 노력이 필요한 정신 활동에 주목한다. 흔히 주관적 행위, 선택, 집중과 관련해 활동한다.
우리는 자신을 시스템 2와 동일시한다. 의식적이고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자아이며, 믿음이 있고, 선택을 하고,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할지 결정하는 자아다. 시스템 2는 스스로를 사고와 활동의 주인공이라고 믿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저절로 작동하는 시스템 1이다. 나는 시스템 1을 어떤 느낌이나 인상이 저절로 발생하는 곳이자, 시스템 2의 명확한 생각과 신중한 선택의 주요 원천으로 묘사한다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에서, 시스템 1과 시스템 2는 우리가 깨어 있을 때면 늘 작동한다. 시스템 1은 저절로 작동하고, 시스템 2는 대개 약간의 정신력을 소모하는 편안한 상태로 존재하는데, 이 상태에서는 본래의 능력 중에 극히 일부만 사용한다. 시스템 1은 시스템 2에 인상, 직관, 의도, 감정을 지속적으로 전달한다. 시스템 2가 승인하면, 인상과 직관은 믿음이 되고 충동은 자발적 행동이 된다. 여느 때처럼 모든 게 순조롭다면 시스템 2는 시스템 1의 제안을 거의 또는 전혀 수정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우리는 대개 우리가 받은 인상을 믿고, 우리 욕구에서 나온 행동을 믿는다. 


제목의 'fast thinking'은 시스템 1을, 'slow thinking'은 시스템 2를 의미하는 것이었네요. 시스템 1과 시스템 2는 위와 같은 차이가 있지만 이 책에서는 시스템 1에 좀 더 중점을 두고 서술할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시스템 1과 시스템 2는 서로 상보적이고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완전히 독립적으로 보기에는 어려울 것 같기도 합니다. 어디까지나 편의상의 구분일 테니까요.


이 책에서는 여러 가지 다양한 예시와 학문적 연구 결과들이 뒷받침되어 있어서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어떤 것들은 독자가 직접 해볼 수도 있고, 그 결과에 놀라기도 하고요. 평소에 인지하지 못했던 것들이 이렇게 많았구나 싶어서요.


시스템 1은 동물들도 이미 갖고 있는 것들도 있어서 개체의 생존을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들이라고 볼 수도 있을 듯해요. 거의 반사적으로 일어나는 것이기도 하고, 직관적으로 일어나는 것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시스템 1의 작업도 고차원적인 두뇌활동이기에 동물들과는 차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


시스템 2는 좀 더 고차원적인 과정이지만 그만큼 집중이 필요하고 또 자원과 에너지 소모도 많으며 쉽게 피로해질 수 있는 단점이 있습니다. 집중력에는 한계가 있어서 지속하기가 어렵고 산만해지기 십상이죠. 동시에 여러 가지를 하기도 어렵고요.


이와 관련해서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이 유명한데요, 아마 다른 심리학서적에서도 많이 보셨을 것 같아요. 저자도 비슷한 실험을 했던 결과들을 보여주었죠. 정말 저럴까 싶은데 다른 실험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얻어진 걸 보면 아마 제가 피실험자였더라도 몰랐을 것 같기도 합니다. ㅋ


요약하면, 우리(시스템 2) 생각과 행동 대부분은 시스템 1에서 유래하지만, 상황이 복잡해지면 시스템 2가 임무를 넘겨받는다. 최종 발언권은 보통 시스템 2의 몫이다.
시스템 1과 시스템 2는 매우 효율적으로 역할을 분담해서,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성과를 올린다. 이런 방식은 대개 효과가 좋은데, 시스템 1이 제 몫을 잘 해내기 때문이다. 시스템 1이 익숙한 상황이라고 정해놓은 모델은 정확하고, 단기 예상도 대개는 정확하며, 어려운 상황을 만났을 때 초기 대응도 빠르고 대체적으로 적절하다. 그러나 특정 상황에서는 체계적 오류인 편향을 보이기 쉽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시스템 1은 원래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쉬운 질문으로 바꿔 대답할 때도 있고, 논리나 통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때도 있다. 시스템 1의 또 다른 한계는 작동을 멈출 수 없다는 것이다. 가령 화면에 어떤 단어가 나타나면, 신경을 다른 곳에 완전히 빼앗기지 않는 한 그 단어를 읽지 않을 수 없다.


또한 1장에서는 마치 연극의 시놉시스처럼 '두 시스템 - 줄거리 -  갈등 - 착각 - 유용한 허구 인물 설정'이라는 순서로 되어 있어서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1장부터 관심도가 확 올라가네요.


'착각' 항목에서는 화살표 막대 그림이 나와 있습니다. 이건 너무 많이 알려져 있어서 대부분의 분들이 길이가 같다는 사실을 알고 계실 텐데요, 그럼에도 보이는 대로 믿고 싶은 충동이 생기죠. 그런데 시각에서 뿐만 아니라 생각에서도 착각이 생긴다고 합니다. 사실 착각의 대부분의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이런 착각은 시각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생각도 착각을 유발하는데, 이를 ‘인지 착각 cognitive illusion’이라 부른다. 
(...)
인지 착각에 관해 가장 자주 묻는 질문은 그 착각을 막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앞선 사례를 보면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다. 시스템 1은 즉흥적으로 작동하고, 마음먹는다고 멈출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직관적 사고의 오류를 막기는 어렵다. 편향은 시스템 2도 미리 눈치채지 못할 수 있어 피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오류를 눈치챈다고 해도 시스템 2가 감시와 노력을 강화해야만 막을 수 있다. 그러나 끊임없는 경계가 삶의 방식으로 꼭 유익하지는 않을뿐더러 비현실적이다.


그런데 이러한 착각을 막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오류를 일으키는 것도 마찬가지죠. 우리가 아무리 의지를 가지고 그것을 막으려고 해도 말이죠. 갑자기 델리 스파이스의 "아무리 애를 쓰고 막아보려 해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생각나는군요. ^^;;


어쨌든 우리는 이렇게 시스템 1과 시스템 2라는 녀석들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이 여정에 내리 함께 하게 될 것입니다.


아, 그리고 각 챕터 끝마다 짤막하게 '~에 관련한 말들'이라고 하면서 몇 가지 코멘트가 나오는데 이것도 은근히 재밌네요. ㅎㅎ




2장의 제목은 '주목과 노력'입니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이 책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시스템 2는 자신을 영웅이라 믿는 조연에 해당할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시스템 2의 결정적 특징은 그것이 작동하는 데 노력이 들어간다는 것이고, 주된 특성 하나는 게으르다는 점, 그래서 꼭 필요한 만큼의 노력만 쏟는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시스템 2가 자신이 선택했다고 믿는 생각과 행동이 사실은 이 이야기의 중심인물인 시스템 1의 주도로 이루어지는 때가 많다. 그러나 시스템 2만 할 수 있는 중요한 일도 있다. 노력이 필요하고, 시스템 1의 직관과 충동을 억제하는 자기 통제가 필요한 일이다.


2장은 시스템 2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하는군요. 시스템 2의 특성에 대해서는 계속 나오긴 하겠지만 저자가 시스템 2보다 시스템 1을 더 편애하는 듯한 느낌도 들죠? 저만 그런가요? 아직 책 초반이라 섣부른 판단을 해서는 안 되겠지만요.


그런데 '더하기 1', '더하기 3' 해보셨나요? 이것도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그런데 피실험자들에게 그런 걸 시키고 동공크기 변화를 측정하는 것은 꽤 흥미롭네요. 저희가 본인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의 동공 크기 변화를 평소에 관찰할 일은 거의 없으니까요.


더군다나 동공 크기가 마치 정신력 척도를 측정하는 게이지와 같은 역할을 한다니 더 흥미롭습니다. 얼마나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것을 응용한 장치가 만들어져서 제 정신력 소모 좀 측정해보고 싶어요. ㅎ


또한 우리 몸이 정신적 과부하를 막기 위해 효율적으로 작업을 할당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니, 이는 장단점이 있을 것 같기는 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원래 '멀티 태스크'를 위해 진화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요. 멀티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더라도 그것은 고도로 분할된 일련의 과정이겠죠. 


더불어 '최소 노력 법칙'에 의해 가장 힘이 덜 드는 방법을 선호하게 된다고 하네요. 이 부분에서 왠지 위안도 됐습니다. 저만 그런 건 아니고 다 그런 것도, 그리고 그게 우리의 본성이라고 하니 죄책감(?)도 덜 수 있어서요. 아, 귀차니스트를 위한 변명이라고 해도 되겠군요. ^^


일반적으로 ‘최소 노력 법칙’은 육체 활동뿐 아니라 정신 활동에도 적용된다. 이 법칙에 따르면,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이 여럿일 때 사람들은 가장 힘이 덜 드는 방법에 끌리게 마련이다. 경제학에서 보면 노력은 비용이고, 기술 습득은 비용과 편익의 균형을 맞추려는 의도에서 나온다. 그리고 게으름은 인간 본성에 깊이 뿌리내린 습성이다.


시스템 1과 시스템 2는 그 역할이 다른만큼 작동하는 방식도 다른데요, 시스템 1은 단순한 관계를 감지하고 한 종류의 정보를 통합하는 데는 능숙하지만 다른 여러 주제를 동시에 다루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반면 시스템 2는 기존 지식과 직관을 결합하는 등의 중요한 작업을 할 수 있다고 하고요.


하지만 그런 것들도 작업의 전환, 특히 시간의 압박을 받게 되면 집중력이 더 떨어지게 됩니다. 물론 시간의 압박을 받으면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해서 마감을 지키게 된다는 경험을 해보신 적도 있을 것 같은데요, 스트레스, 특히 정신력 소모가 상당할 것입니다. 업무 특성상 그런 환경에 자주 놓이는 직업군은 주의 집중을 조절하는 능력이 더 요구된다고 하고요.


어쨌거나 그렇게 과부하를 야기하기보다는 쉽게 쉽게 살아가는 것이 본성인지라, 이른바 '복세편살'이 타당하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


우리는 대개 일을 좀 더 쉬운 여러 단계로 쪼개고, 중간 결과를 과부하되기 쉬운 작업기억보다는 장기기억이나 종이에 적어둠으로써 머리가 과부하되지 않게 한다. 먼 길은 시간을 갖고 천천히 가고, 정신적 삶은 최소 노력 법칙에 따라 살아가기 마련이다.




3장은 '게으른 통제자'네요. 제목만 봐도 어떤 얘기를 하려는지 얼핏 감이 옵니다. 시스템 2에 대한 얘기라는 것도 짐작할 수 있을 듯해요. 


예상대로 3장에서는 시스템 2의 다른 특성 (주로 부정적인 측면에서)을 서술하고 있는데요, '바쁘고 고갈된', '게으른' 등의 수식어가 붙네요. 그런데 그건 시스템 2의 잘못이 아닙니다. 시스템 2는 정상적으로 작동하면서 최선을 다 하는(?) 것이니까요.


3장 앞부분에 몰입에 대한 얘기가 잠깐 나오는데요, 몰입에 대한 경험은 다들 있으셨을 거예요. 자기가 하고 싶었던 일, 좋아서 하는 일에 대해서는 그러한 몰입을 경험하게 될 수도 있죠.


하지만 그런 경험이 그리 흔치는 않습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해야 하니까 하는 일들이니까요. 특히나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일과 유혹을 동시에 맞닥뜨리면 유혹에 굴복하기 쉽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네요. 당연한 얘기인데 그걸 꼭 확인해보고 싶었나 봅니다.


바우마이스터 팀은 의지를 발휘하거나 자기를 통제하는 것은 피곤한 일이라는 사실을 거듭 발견했다. 무언가를 억지로 해야 했다면 다음 작업에서는 자기 통제력을 발휘할 의지나 능력이 줄어든다. 이런 현상을 ‘자아 고갈 ego depletion’이라 부른다. 


아아, 자아 고갈이라니요, 이런 용어도 있었군요. 일종의 '번 아웃'과 비슷하다고도 볼 수 있겠죠.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제 얘기 같은 부분들이 많았었는데 그건 아마도 인간이 보편적으로 갖고 있는 속성이라 그럴 것 같아요. ^^


고통이나 힘든 건 아무리 경험해도 익숙해지지 않고 오히려 그에 대한 거부반응이 더 강화되는 듯해요. 그런 것들을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은 것이 본능인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러한 이유가 있군요. 그래도 포도당을 먹으면 좀 나아진다니, 그래서 늘 단 게 당기는 거죠. ㅎ 


그도 그럴 것이 시스템 2를 많이 사용해야 하는 행위는 자기 통제가 필요하고, 자기 통제는 힘들고 귀찮다. 인지적 부담과 달리 자아 고갈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동기 상실로 이어진다. 어느 한 가지 일에서 자기를 통제한 뒤에는 다른 일에서 힘을 쏟고 싶은 마음이 없어진다. 물론 꼭 해야 하는 일이라면 할 수는 있다. 여러 실험에서, 사람들은 강력한 동기가 주어지면 자아 고갈 효과에 저항하는 능력을 보였다.
신경계는 신체의 다른 어떤 부분보다도 포도당을 많이 소모하고, 노력이 들어가는 정신 활동은 포도당이라는 화폐가치로 따져 가장 비싸다. 어려운 인지적 추론에 몰두하거나 자기 통제가 필요한 일을 할 때면 혈당치가 떨어진다. 달리기 선수가 전력 질주할 때 근육에 저장된 포도당이 줄어드는 것과 비슷하다. 이 논리를 과감하게 확대하면 자아 고갈은 포도당 섭취로 만회할 수 있다는 뜻도 되는데, 바우마이스터는 동료들과 더불어 여러 실험에서 이 가설을 확인했다.


그런데 방망이와 공 문제 답은 다들 맞추셨나요?


야구 방망이와 공 세트가 1달러 10센트다.    
방망이는 공보다 1달러 비싸다.    
공은 얼마겠는가?


저도 그냥 '10센트'라고 생각했는데요... ㅋ 하지만 저만 그런 건 아니고 미국 명문대생 50%, 일반인 80%가 틀렸다고 하니 위안을 삼아봅니다. 사실 이런 문제가 나오면 함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한 번 더 생각해 보는데 책을 읽고 내용을 정리하는 것에 신경을 쓰느라 대충 넘겼다고 변명해 봅니다. 하지만 왠지 분하네요...


그 외 다른 문제들도 언급되어 있는데 이러한 것은 '지적 태만 죄'에 해당하는군요. 네, 저도 그러한 죄인입니다...


방망이와 공 문제, 꽃 삼단논법, 미시간과 디트로이트 문제에는 공통점이 있다. 이 미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면 적어도 어느 정도는 동기 부족으로 문제를 열심히 풀지 않은 탓으로 보인다.
(...)
머릿속에 금방 떠오르는 언뜻 그럴듯한 답을 받아들일 유혹에 빠지지 않는다면 훨씬 더 어려운 문제도 풀 수 있는 학생들이다. 그런데 더 고민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자기 답에 만족한다는 게 문제다. 
(...)
지적 태만 죄를 피해 가는 사람은 머릿속이 바쁜 사람일 것이다. 이들은 더 긴장하고, 적극적으로 머리를 쓰고, 언뜻 끌리는 답에 쉽게 만족하지 않으며, 직관에 회의적이다. 심리학자 키스 스타노비치라면 이들을 좀 더 합리적인 사람이라 부를 것이다.


그 외에도 '지능, 통제, 합리성'을 아우르는 항목에서도 여러 가지 실험 결과가 나와 있네요. 월터 미셸 등이 시행했던 과자와 보상 실험 (이런 얘기도 자기 개발서에 많이 나왔었죠), 오리건대 연구팀의 인지조절과 지능의 연관관계 연구 등이 있었습니다. 그러한 연구들이 보여주려는 것은 이러한 능력들이 유전적인 영향(물론 육아환경도 관여합니다)이 크며, 어렸을 때 성향 혹은 향상된 지능이 꽤 오래 지속되어 시간이 지날수록 차이가 커진다는 점이겠네요.


사람들마다 타고난 성향이 다르니 당연한 것이기도 한데요, 이는 단지 지능 차이 때문은 아닌 듯해요. 스타노비치는 시스템 2도 '알고리즘적'과 '합리성'의 두 부분으로 나누었는데 합리성이 부족하면 편향에 빠질 수 있다고 합니다.


스타노비치는 시스템 2를 두 부분으로 엄격히 구분하고, 둘이 워낙 다르다며 별개의 정신세계로 불렀다. 이 중에 (그가 ‘알고리즘적’이라 부른) 하나는 느린 생각과 어려운 계산을 다룬다. (...) 그러나 스타노비치는 지능이 높은 사람도 편향에 빠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하나의 중요한 능력은 스타노비치가 합리성으로 간주한 능력이다. (...) 스타노비치 주장의 핵심은 ‘합리성’은 ‘지능’과 구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생각이 피상적이거나 ‘게으른’ 것은 심사숙고하는 정신에 나타나는 단점이자,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증거다. 


시스템 2가 이와 같은 특성이 있기 때문에 시스템 2에 의해 작동하는 것들도 그대로 믿을 수는 없겠죠. 시스템 1도 불완전하고 시스템 2도 불완전하니까요.


이러한 내용들에 대해 저자의 주장과 그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와 실험 내용들이 제시되었는데요, 흥미로우면서도 그러한 실험 결과를 과장되게 해석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들었습니다. 


저도 심리학 전공이 아니라 잘 모르지만 심리학 실험은 실험을 설계하는 것도 중요하고, 그러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도 최소화해야 하며 결과 해석도 자의적이진 않아야 할 텐데 제가 보기엔 그러한 것들이 많이 결여되어 보이기도 했거든요. 작은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았는데 다른 분들이 보시기엔 어땠을는지 모르겠습니다.




4장에선 '연상 작용'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데요, 이는 말 그대로 어떤 것을 보고 연상을 떠올리는 것을 얘기합니다. 이는 '자기 강화'와 '연상적 일관성'을 통해 나타나는데 순간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일어납니다. 이러한 '연상 활성화'는 특정한 자극, 즉 '점화 효과'에 의해서 나타나게 되는데요, 마치 산사태처럼 연쇄적으로 발생하지만 대부분의 내용은 무의식에 남고, 일부만 의식에 입력된다고 하는군요. 


또한 그러한 점화효과는 또한 개념이나 단어에만 국한되지 않고 행동과 감정도 촉발할 수 있다고 합니다.  생각이 행동에 미치는 것을 '관념운동 효과'라고 하는데요, 이는 반대로 움직임이 생각에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우리는 무의식의 지배를 받는 존재이기도 하군요.


이 부분에서도 과연 그럴지 조금 의문이 들었는데 저자는 '불신하지 말라'라고 합니다.  그러한 것을 인정해야 오히려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고 말이죠.


4장 말미에서는 점화 효과를 보여주는 사례로  '벽에 붙은 그림'과 '모인 금액' 같은 관계에 대한 내용이 있었는데 이는 '누군가가 지켜본다는 상징만으로도 사람들을 자극해 행동을 개선시킨 분명한 사례'라고 합니다. 


그런데 마지막에 있는 눈그림은 넘 섬뜩하네요. 그래서 효과가 너무 확실했나 봅니다. (혹시나 그 사무실의 보스가 아니었을까 싶네요. ㅎ)




5장에서는 '인지적 편안함'을 이야기합니다. 익숙한 것이 편안하다는 것은 다들 직관적으로 알고 계실 듯합니다. 그러한 것은 '편안함'과 '압박감' 사이에 놓이지만, 압박감이 커질수록 시스템 2가 작동하게 되고 '인지적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고 하는군요.


또한 그러한 편안함은 착각을 야기하기도 합니다. 착각은 시각적 착각(착시) 뿐만 아니라 기억에서도 일어납니다. 일반적으로 우리의 생각은 착각에 취약한 것이죠.


저코비는 간단한 실험 결과를 통해 '친숙함'이 '과거성'이라는 특성을 가지며 사람들은 이것이 과거의 경험이 직접 투영된 결과라고 느끼지만, 이 역시도 착각이라고 했죠. 즉, 경험하지 않은 것도 경험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데 '낯익다'는 느낌은 시스템 1에서 나오고, 시스템 2는 그 느낌에 기대어 참/거짓을 판단합니다. 하지만 익숙함이 커질수록 그것을 진실로 믿게 되는 경향도 커지고, 편향되기 쉽습니다. 거짓말도 반복해서 들으면 그럴싸하게 들리는 거죠. (그래서 말도 안 되는 광고를 그렇게 줄기차게 하는 것이겠지요. 이것도 '단순 노출 효과'일까요? ㅋ)


그러다가 갑자기 '설득력 있는 글쓰기 요령'을 알려줍니다. 이건 좀 뜬금없긴 했지만 도움은 되었어요. 일단 인지적 압박을 줄이기 위해 가독성을 극대화하고, 어려운 말 대신 쉬운 말로 쓰라는 것이죠. 그리고 전달하려는 내용을 간결하게 표현하고 기억하기 좋게 표현하먀, 운율을 곁들여 시처럼 쓰라는군요. 이는 시스템 2가 게으르기 때문이랍니다. 만약 인지적 압박을 느껴서 시스템 2가 작동하기 시작하면 시스템 1이 제시한 직관적 답을 거부하게 만들기 때문에 쉽게 가고 싶으면 자극하지 말아야겠습니다. ㅎㅎ


 '단순 노출 효과'는 의식과는 무관하며, 오히려 의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더 효과적이군요. 애초에 우리가 무엇을 보더라도 그에 대해 일일이 반응을 하지는 않으니까요. 그것이 새로운 자극이라고 하더라도 익숙해지게 되면 무감각해지지만 무의식에는 남아있게 됩니다. 그래서 이후에 유사한 자극에 대해서 익숙함 혹은 호감을 느끼게 되는 듯해요. (물론 안 좋은, 싫은 자극이라면 회피하려고 하겠죠)


어떤 자극이 반복되어도 무해하면 안전하다고 느끼게 되는데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들은 그런 식으로 진화해 왔습니다. 모든 자극에 대해 매번 동일한 반응을 하게 되면 에너지 소모도 많아지고 상당히 피곤 해질 테니까요. 물론 이것도 개체별로 편차가 있겠습니다만. (사람들도 예민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무던한 사람도 있고요)


사르노프 메드닉이 얘기한 '창조력의 본질'은 '비상하게 잘 작동하는 연상기억'이라고 합니다. 이를 시험하기 위해 '연관 단어 찾기 검사'를 만들었는데요, 이는 지금도 창조력 연구에 흔히 사용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검사에서는 기분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군요. 그렇다면 기분에 따라 창조력도 달라진다는 얘기겠지요? 실제로 그렇다고 합니다. 


그래서 익숙함 -> 편안함 -> 좋은 기분 -> 직관적 일관성 감지 -> 창조성이라는 관계가 성립될 수도 있는 듯해요. 반대로 기분이 안 좋으면 창조성이 떨어질 수도 있겠군요. (글을 몇 번 날려 먹었더니 기분이 안 좋아져서 이 글을 다시 쓰는 저의 창조성은 많이 떨어진 듯합니다. 거기에 시간의 압박감도 있고요. ㅋ)




6장에서는 '정상, 놀람, 원인'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네요. 시스템 1은 정상 여부(아마도 기저를 이룰)를 판단하고, 그것이 기저 혹은 확률적 평균을 벗어나게 되면 놀라게 될 것입니다. 저자는 놀람에는 두 종류가 있다고 하는데요, 한 가지는 '예상을 벗어난 일이 발생할 때'이고, 다른 한 가지는 '우연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입니다. 


'정상'이라는 단어에 대해 저는 'normal'이라는 단어와 더불어 'statiionary'라는 단어도 떠올렸어요. 물론 여기서 얘기하고 있는 것은 전자지만, 문맥상 후자라고 해도 뜻은 통할 것 같아요. 


우리는 살면서 무의식적으로 모든 일을 확률적으로 평가하게 되는데요, 낮은 확률의 일이 발생하면 놀라게 될 것입니다. 마치 '그런 일이 실제로 발생했습니다!'라면서 요. 확률이 낮더라도 불가능 (아예 0인 것은 없으니) 한 것은 아닌데도, 때로는 그것이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것보다 더 큰 확률인데도 그렇게 느끼는 것이죠. 


또한 사람들은 어떠한 사건의 발생에 대해 그 원인을 찾아 연결 지으려고 합니다. 좋은 말로 해서 '인과관계를 파악한다'는 것이지, 실상은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의 탓으로 돌리려는 인간의 속성 때문인 것 같아요. 이건 태어날 때부터 그런 것 같고, 심지어는 인간이 아닌 동물들도 그러한 경향도 있는 듯하네요. 그러나 이는 논리적으로 따진 결과가 아니라 단지 '느낌'일 따름입니다. 그 인과관계라는 것이 없거나 틀린 경우도 많으니까요. 


이는 시스템 1이 논리적 사고 없이 직관으로 인식하기 때문인데요, 시스템 2가 작동하기에는 그 능력이 부족한 경우 그러한 오류를 범하기 쉬워집니다. 특히 통계 논리가 필요한 상황에서 더 그렇습니다. 저도 통계학을 전공으로 공부하기도 했지만 (사실 통계학 자체도 불완전하다고 느끼면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통계학의 기본적인 지식이 부족해서 잘못된 해석이나 주장을 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게 여겨지기도 합니다. 




7장의 내용은 '속단'에 대한 것입니다. 속단은 말 그대로 대충 넘겨짚거나 성급히 결론을 내는 것인데요, 때론 효율적이기는 하지만 대체로는 그에 따르는 위험성이 높아 부정적인 경우가 더 많은 듯합니다. 그러한 속단을 하게 되는 이유도 이해는 되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정당화하기는 어렵겠지요.


그런데 본문에서 예시를 든 '은행'은 원문에서는 어떻게 나와 있을지 궁금합니다. 원문을 이해하기 쉽게 다른 내용으로 의역을 한 것 같아서요.


사람들은 모호성을 내버려 둔 채 의심을 하지 않고, 더 나아가 믿고 확신을 하게 됩니다. 그러한 편향으로 인해 속단에 이르게 되는 것이죠. 


특히 '확증 편향'은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요, 이것도 시스템 1에 의해 작동합니다. 시스템 1은 잘 속고 무엇이든 믿도록 편향되어 있어서 시스템 2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그렇게 되기 쉽죠. 하지만 시스템 2라고 해서 다 믿으면 안 됩니다. 일부러 확증 증거를 찾는 '긍정적 시험 전략'은 시스템 2에 의해 작동하게 되니까요. 


저자는 '과장된 감정 일관성', 즉 '후광 효과'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있습니다. 이는 '어떤 사람의 아직 보지 못한 부분을 포괄해 모든 것을 좋아하는 (또는 싫어하는) 성향'입니다. 대체로는 긍정적인 감정의 일관성의 의미로 많이 사용되는 듯해요. 다른 말로 하면 '눈에 콩껍질이 씐 것'일지도요. ^^;;


그런데 '후광 효과'라는 단어도 많이 쓰이지 않나요? 영어로는 많이 안 쓰이는지 저자도 안타깝다고 하는군요.


이러한 후광 효과는 목격 순서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이는 '첫인상'으로 볼 수도 있겠죠. 그러면서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합니다. 그러한 것도 납득은 됩니다. 이러한 것도 대부분 경험해 보셨을 텐데요, 이 또한 확증편향의 사례이지 않을까 싶어요.


정보는 판단에 중요합니다. 하지만 한쪽으로 쏠리게 되어도 위험하고, 부족해도 속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져 위험합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 적은 정보라도 일관성을 가지게 되면 그것을 믿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렇듯 보이는 것에만 의존하게 되면 편향에 빠지기 쉽습니다. 7장 말미에서는 예로 '과신', '틀짜기 효과', '기저율 무시' 등을 들고 있습니다. 




8장에서는 '판단이 내려지는 과정'에 대해서 얘기합니다. 이는 직관적 판단을 위한 '기초 평가'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시스템 1은 이를 위해 항상 작동하면서 모니터링하고 평가합니다. 대체로는 이러한 기초 평가만으로도 판단을 할 수 있지만, 이는 어림짐작과 편향에 빠지게 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어려운 문제를 쉬운 문제로 대체하여 답하기도 하죠.


저자는 이러한 시스템 1의 특성을 '다른 차원의 값을 서로 비교 변환하는 능력'과 '머릿속 산탄총'이라고 부르는 특징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았습니다.


전자의 특성을 설명하기 위해 블록탑 그림과 직선들의 평균 길이를 예시로 보였는데요, 이런 쉬운 문제는 시스템 1 수준으로도 판단 가능합니다. 시스템 1은 범주를 원형의 집합, 즉 전형적인 본보기의 집합으로 보기 때문에, 평균은 잘 다루지만 합계에는 서투릅니다. 그러다 보니 ‘합계를 닮은 변수’를 판단할 때, 범주의 크기는 무시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시스템 2가 작동하게 되겠지요.


또한 시스템 1은 세기(강도)의 크기를 다양한 차원 해서 서로 짝을 이루게 하는데요, 이는 시스템 1의 탁월한 능력이기도 하지만 잘못된 짝을 이루게 될 가능성도 많습니다. 또는 다른 범주의 것을 같은 것으로 연결하는 '범주의 오류'를 야기할 가능성도 많죠. 그런 것에 기초한 예측은 엉터리가 될 것이지만 시스템 1로서는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머릿속 산탄총'은 마치 산탄총처럼 하나의 표적만 겨냥하기가 불가능한 시스템 1의 특성을 비유한 말입니다. 시스템 1은 동시에 여러 가지를 다루고 과잉 계산을 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불필요하게 많은 총알을 소모하게 됩니다. 예를 들자면 어떤 것을 판단하는데 괜히 다른 것까지 판단함으로써 효율성이 떨어지거나 시스템의 낭비로 이어지는 것이죠. 


다르게 표현하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산만한 것일까요? 그런데 시스템 1이 원래 그러한 속성이라면, 그건 우리의 잘못은 아닌 거잖아요...




마지막 9장에서는 문제를 바꿔치기해서 더 쉬운 문제에 답하는 것에 대해 얘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떠한 문제에 대해서 (복잡한 계산 문제 같은 것이 아니라면) 별 어려움 없이 답을 하게 되는데 실상은 그 문제에 대해서 정확하게 답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 관련 있는 더 쉬운 문제로 바꿔 답을 하기 때문이라는군요.


가끔 대화를 하다 보면 어떤 질문 혹은 주제를 자기가 아는, 자기식으로 해석해서 말하는 사람들을 보게 되는데요, 이는 효과적인 전략이긴 하지만 타당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본문에서 나온 '어림짐작'은 원래 단어는 'heuristic'인데 이는 저도 연구할 때, 특히 모델 개발이나 알고리듬 개발할 때 종종 써먹는 방법이라 친숙한 단어네요. 'Eureka'와 같은 어원이라니, 왠지 긍정적인 느낌이지만 여기에서는 다소 부정적인 뉘앙스인 것 같네요.


그러한 어림짐작은 의도적 선택은 아니고 머릿속 산탄총이 문제에 대한 우리 반응을 엉터리로 조준한 결과라고 변호합니다. 그런데 시스템 2는 그러한 시스템 1의 동작에 대해 검증하지 못하고 그냥 인정하는 경우가 많다는군요. 


3차원 어림짐작(착시)이나 기분 어림짐작, 감정 어림짐작 등은 다른 범주 혹은 순서의 문제가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예시들인데 시스템 2의 특성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태도 문제에서는 시스템 2가 시스템 1의 감정을 비판하기보다 옹호하면서, 강제 집행자가 아닌 승인자의 역할을 하며, 주로 기존 믿음과 일맥상통하는 정보를 찾을 뿐, 그 믿음을 조사하겠다는 의도는 보이지 않습니다. 즉, 적극적으로 논리적 일관성을 추구하는 시스템 1이 고분고분한 시스템 2에 해법을 제시하는 형식이 되는군요.


결국 상보적인 관계라고 생각했던 시스템 1과 시스템 2의 관계는 시스템 1이 1차적 판단을 내려도 시스템 2가 제대로 검증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러한 관계는 차후에 더 자세히 나오겠지만 일단은 여기까지 해서 1부가 끝났습니다. 1부를 마무리하면서 시스템 1의 특징에 대해서 정리를 한 내용이 있는데 이해에 도움이 될 것 같아 가져와 봅니다. 이 책의 이해를 위해서는 시스템 1의 특성을 잘 이해해 둘 필요가 있으니까요.


시스템 1의 특징

• 어떤 대상을 보고 인상, 느낌, 끌림을 만들어내는데, 이것이 시스템 2의 인정을 받으면 믿음, 태도, 지향성이 된다. 
• 저절로 빠르게 작동하고, 노력을 거의 또는 전혀 하지 않으며, 자발적 통제라는 인식도 없다.
• 특별한 유형이 감지되면, 시스템 2가 개입해 주의를 집중하도록 조종할 수 있다.
• 훈련을 많이 하면 노련한 반응을 보이고 노련한 직관을 발휘한다.
• 연상기억으로 활성화된 여러 생각에서 논리적으로 일관된 유형을 지어낸다.
• 진실이라고 착각할 때, 기분이 좋을 때, 긴장감을 늦출 때, 인지적 편안함을 느낀다.
• 정상적인 상황과 놀라운 상황을 구별한다.
• 원인과 의도를 추론하고 조작도 한다.
• 모호함을 무시하고 의심을 억누른다.
• 편향에 사로잡혀 어떤 것을 믿거나 확신한다.
• 감정을 지나치게 일관되게 유지한다(후광 효과).
• 기존 증거에 초점을 맞춘 채, 보이지 않는 증거는 무시한다(보이는 것이 전부다).
• 한정된 일련의 기초 평가를 내놓는다.
• 집단을 표준과 원형이라는 대표 이미지로 인식할 뿐, 전체를 통합해 생각하지 않는다.
• 분야를 넘나들며 세기를 짝짓는다(예: 크기와 음량 짝짓기).
• 애초 의도보다 많은 내용을 처리한다(머릿속 산탄총).
• 어려운 문제를 쉬운 문제로 바꿔치기할 때가 더러 있다(어림짐작).
• 정적 상태보다 변화에 민감하다(전망 이론).
• 낮은 확률에 지나치게 비중을 둔다.
• 수량에 대한 민감성 감소 성향을 보인다(정신물리학).
• 이익보다 손실에 더 강하게 반응한다(손실 회피).
• 결정을 내릴 때 여러 선택을 별개로 보면서 문제를 좁은 틀에서 다룬다.


우리가 알고 있던 내용들도 있고, 또 기존에 알고 있던 내용에 반하는 내용도 있지만 여전히 흥미롭습니다. 또한 아직은 어떠한 주장을 강하게 펼친다기보다는 그냥 '이런 것들이 있다' 정도의 수준에서 계속 얘기해주고 있어서 마치 가이드를 따라서 심리학계의 유물들 구경하는 듯하기도 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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