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부. 선택
25. 베르누이 오류
26. 전망 이론
27. 소유 효과
28. 나쁜 사건
29. 네 갈래 유형
30. 드문 사건
31. 위험관리 정책
32. 심리적 계좌
33. 역전
34. 틀과 사실
제4부는 '선택'이라는 제목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시스템 1과 시스템 2의 특성을 살펴보며 어림짐작과 편향, 과신을 거쳐 이젠 선택의 문제로 오게 됐네요.
우리의 삶은 늘 선택의 연속이기에 선택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본인도 납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죠. 이번에 다룰 내용들은 그런 선택의 밑바닥에 깔린 것들인 것 같아요.
25장은 '베르누이 오류'를 다루고 있습니다. 베르누이는 유명하죠. 유체역학에서 '베르누이 원리'를 배우신 분들도 많을 텐데요, 그 다니엘 베르누이입니다.
이번장의 핵심질문은 이것입니다.
서로 다른 단순한 도박을 두고 선택할 때,
그리고 도박을 할지 아니면 확실한 이익을 취할지를 두고 선택할 때,
그 선택을 지배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러한 것과 관련된 이론이 '기대효용 이론'인데요, 이는 합리적 행위자 모델의 기초가 되며 합리성이라는 공리를 토대로 한 선택 논리였습니다.
베르누이 이전 수학자들은 도박은 기댓값으로 평가된다고 생각했다. 기댓값은 가능한 여러 결과에 각각의 확률로 가중치를 부여해 계산한 가중평균이다. (...) 베르누이의 생각은 간단명료했다. 사람들의 선택은 금액 가치가 아니라 결과에 대한 심리적 가치, 즉 효용을 기초로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도박의 심리적 가치는 받을 수 있는 금액의 가중평균이 아니라, 확률로 가중 평가한 결과의 효용의 평균이다.
확률계산 얘기가 나오면서 내용이 좀 어려운 것 같은데요, 쉽게 말하면 수학적으로 계산된 기댓값(금액)이 아니라 확률로 평가된 효용을 더 따지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이게 심리적인 영향을 미쳐서 예상과 다른 선택을 하게 된다는 거네요.
하지만 저자들은 그런 베르누이의 이론에도 오류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앤서니와 베티라는 가상의 인물의 예를 들면서 '준거점'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그런데도 어떻게 효용이론이 살아남았는지 의문이라고 하죠. 이는 '맹목적 이론 추종'이라고 비판합니다.
저자들은 새로이 '전망이론'이라는 것을 내놓았습니다.
우리는 도박을 연구한 지 5년이 지나 마침내 〈전망 이론: 위험 부담이 따르는 상황에서의 결정 분석 Prospect Theory: An Analysis of Decision Under Risk〉이라는 논문을 완성했다. 우리 이론은 효용 이론을 본떴지만, 근본적인 방식에서 효용 이론을 탈피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우리 모델은 현실을 그대로 묘사하는 것이며, 그 목적은 도박에서 선택을 할 때 합리성이라는 공리가 체계적으로 무시되는 현실을 기록하고 설명하는 것이었다.
왜 합리성이 무시되는지, 그러한 얘기는 이후에 좀 더 자세하게 설명됩니다.
26장은 전망이론에 대한 설명입니다. 저자들은 효용이 '상태'가 아닌 '변화'에 달렸다는 것을 강조하며 기존 이론을 재차 지적합니다. 그런데 이는 이득이 아닌 손실의 경우에 더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우리는 주로 승산이 높은 도박과 낮은 도박의 차이에만 관심을 가졌다. 그러던 어느 날, 아모스가 지나가는 말처럼 물었다. “손실은 어떨까?” 우리는 그 즉시 깨달았다. 우리가 초점을 다른 곳으로 돌리면 우리에게 낯익은 위험 회피가 위험 추구로 대체된다는 것을.
또한 준거점이 중요하다는 것도 다시 강조합니다. 25장에서의 내용이 좀 반복되는 것 같기도 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전망 이론의 핵심에는 세 가지 인지적 특징이 있는 게 분명하다. 이 특징들은 금전적 결과를 평가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며, 저절로 일어나는 많은 지각, 판단, 감정에 공통으로 존재한다.
이러한 것들은 시스템 1의 작동원리이며, 중립적 준거점과의 비교에 근거한 평가, 민감성 감소 원칙, 손실 회피 등의 특징을 가집니다. 특히 손실회피의 경우에는 그림 10의 그래프를 들어 준거점에서 기울기가 급격하게 바뀐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손실보다 이득이 얼마나 커야 시도를 할 것인가를 '손실 회피율'로 나타내게 되는데 1.5~2.5배 정도라는군요. 그 정도의 확신이 없다면 사람들은 대체로 시도하지 않을 거라는 거죠.
전망이론은 그러한 것을 바탕으로 하지만 이 역시도 한계는 있습니다. 이는 "전망 이론이 묘사하는 인간은 부와 총체적 효용의 장기적 전망에 따라 움직이지 않고, 이익과 손실이 불러일으키는 즉각적인 감정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 이라는데요, 특히 실망과 후회를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합니다. 후회는 후회 이론이라는 것도 있네요.
전망 이론은 이런 상황에 취약하다. 어떤 결과(이 경우는 한 푼도 못 따는 경우)가 거의 일어날 것 같지 않거나 다른 결과의 가치가 매우 높을 때도 애초 결과의 가치를 바꿀 수 없다. 쉽게 말해, 전망 이론은 실망을 다루지 못한다. (...) 전망 이론과 효용 이론은 후회도 고려하지 않는다. 두 이론이 공통적으로 단정하는 것은 가능한 옵션들은 개별적이고 독립적으로 평가되고, 그중에서 가치가 가장 높은 옵션이 선택된다는 것이다. 아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이 단정은 명백히 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망이론은 기대효용이론보다 더 나은 이론으로 받아들여졌는데요, 이는 기존의 기대효용이론으로는 설명하지 못한 것들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많은 학자가 전망 이론을 받아들인 이유는 그것이 ‘옳아서’가 아니라 효용 이론에 덧붙인 개념, 특히 준거점과 손실 회피 개념이 복잡하지만 가치 있기 때문이었다. 그 개념은 새로운 예측을 내놓았고, 그 예측은 사실로 판명되었다. 우리는 운이 좋았다.
27장의 제목은 '소유 효과'입니다. 상당히 흥미로운 내용이었어요.
이번장 앞부분에 나온 '무차별 곡선'은 저는 '파레토 곡선'으로 알고 있었는데요, 경제학 전공은 아니라서 그 차이가 뭔지는 잘 몰랐습니다. 내용을 검색해 보니 파레토 곡선은 무차별 곡선을 기수형태에서 서수형태로 바꾼 것이라고 하는데 사실 별 차이는 모르겠습니다. (사실 제가 대학원 다닐 때 연구주제가 수학적 최적화 알고리듬 개발이었거든요. ^^;;)
아무튼 이 무차별 곡선 역시도 준거점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에 잘못된 예측을 하게 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러한 오류를 해결한 것이 행동경제학이라고 하는군요.
이 예는 무차별 곡선의 표준 모델이 예견하지 않는 선택의 두 가지 측면을 드러낸다. 첫째, 취향은 고정된 것이 아니어서 준거점에 따라 달라진다. 둘째, 변화의 불이익은 이익보다 더 커 보이는 탓에 현 상태를 선호하는 편향이 생긴다. (...)
흔히 통용되는 무차별 곡선과 베르누이가 부의 상태로 결과를 표시한 것은 공통적으로 한 가지 잘못된 단정에 기초한다. 어떤 상태에 관해 내가 느끼는 주관적 만족, 즉 효용은 오직 그 상태에만 달렸지, 과거 이력과는 상관없다는 것이다. 이 잘못된 단정을 바로잡은 것은 행동경제학의 성과 중 하나다.
특히 그러한 행동경제학이 잘 나타난 사례가 소유효과입니다. 이는 거래 목적이 아닌 소유 목적의 구매가 일반적인 경제학의 원칙과는 다르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그러한 소유효과는 거래대상물에 대해 객관적 가치 혹은 액면적 가치를 넘어서는 주관적 가치를 부여하게 된다는 건데요, 이는 손실 회피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자신이 소유한 물건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죠. 이는 뇌 영상법으로도 증명된 사실이라네요. 신기합니다.
그런데 그런 경험은 누구나 해보셨을 거예요. 단지 돈 때문이 아니라, 그것에 담겨 있는 의미 때문에 팔지 못하는 경우도 많죠. 누가 웃돈을 더 준다고 해도 말이에요. 어찌 보면 비합리적인데 그러한 이유도 알게 되었네요.
하지만 그런 것도 거래 경험이 많아지면 무뎌지는지, 그런 성향이 줄어든다고 합니다.
그런데 빈곤층의 경우엔 소유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니, 그 이유도 납득이 됩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고, 지금 당장의 상황을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니까요. '문제는 가난한 사람의 선택은 언제나 여러 손실 사이의 선택이란 것이다'라는 말이 안타깝게 들리던 마무리였습니다.
28장의 제목은 '나쁜 사건'입니다. 여기에서는 손실 회피를 좀 더 자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손실을 회피하려 하고, 이는 현상 유지를 선호하게 하며 보수주의로 이어집니다.
이제는 손실 회피를 두 시스템이라는 더 넓은 맥락에, 특히 부정과 도피가 긍정과 접근을 압도한다는 생물학적, 심리학적 관점에 포함시킬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서 언급된 대로, 부정과 도피가 긍정과 접근을 압도하는데요, 그러한 비대칭성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한 것 같습니다. 이것 역시 굳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아요. 본문에서는 그 비대칭성이 5:1 정도 되어야 긍정적인 면이 더 앞설 수 있다고 하는군요... 나쁜 것보다 좋은 것이 다섯 배 이상 많아야 한다는 것인데 살면서 그러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죠. 그래서 삶은 늘 힘든가 봅니다. ㅋ (누군가 인생의 80%는 안 좋은 일, 20%는 좋은 일이라고 했던 것 같기도 한데요)
아무튼 우리는 이익 달성보다 손실 회피 성향이 강합니다. 그렇다고 손실 회피 성향이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건 아니고,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서 더 나은 성과를 낼 수도 있다는군요.
하지만 이득을 얻는 것이 아닌 손실을 나눠야 하는 경우엔 문제가 더 힘들어집니다. 누구도 더 큰 손해를 원하지는 않으니까요. 이는 인간뿐만이 아니라 동물들도 마찬가지라는군요.
기존의 경제학 이론에서는 공정성에 대해 별로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는데요, 저자들은 그러한 공정성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그래서 그러한 문제를 공정하게 하기 위해 법률이나 규제가 있기도 한데요, 그러한 공정성은 과연 공정한 것인가라는 의문도 들어요. 뭔가 우리 사회에서의 씁쓸한 면도 떠올리게 되었네요.
우리 논문은 당시 많은 경제학자가 지혜로 여기던 생각, 즉 경제행위는 자기 이익에 지배되고, 공정성에 대한 관심은 대개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에 도전했다. (...) 좀 더 최근에 나온 연구도 준거점에 의존하는 공정성 관찰을 지지했고, 공정성에 대한 관심은 경제에서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는데, 이는 우리가 추측은 했으나 증명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29장은 '네 갈래 유형'입니다. 이 용어는 앞서 잠깐 언급되긴 했었는데요, 저자들이 주장하는 바를 표로 정리한 것을 보여줍니다.
복잡한 대상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때면(자동차를 살 때, 사윗감을 판단할 때, 불확실한 상황을 내다볼 때 등) 각각의 특성에 가중치를 부여한다. 쉽게 말해, 각 특성마다 평가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는 뜻이다. 가중치 부여는 알게 모르게 일어나며, 시스템 1이 작동한 결과다. (...) 가중치는 해당 결과가 나타날 확률과 관련 있다.
도박은 확률과 기댓값이 작용하는 전형적인 사례여서 결정 연구에서 많이 이용되는데요, 그렇게 확률로 가중치를 부여하더라도 확률의 변화에 따른 결과는 반영하지 못합니다. 특히 '가능성 효과'와 '확실성 효과'가 갖는 파급력을 못 보는 것이죠. 그러한 가능성과 확실성은 이득뿐만 아니라 손실에도 영향력을 미칩니다. 이에 저자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결론은 간단명료하다. 사람들이 어떤 결과에 부여하는 결정 가중치는 그 결과가 발생할 확률과 같지 않으며, 기대 원칙과 반대다. 가능성 효과 때문에 일어날 것 같지 않은 결과에 과도한 가중치가 부여되고, 거의 확실한 결과에는 그 확실성에 비해 낮은 가중치가 부여된다. 따라서 어떤 값에 확률로 가중치를 부여하는 ‘기대 원칙’은 심리학적 기반이 약하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기대원칙이 공리로서 작용합니다. 이러한 기대원칙 공리에 반기를 든 알레 같은 사람도 있었지만요.
하지만 상황은 간단치 않다.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고 싶다면 기대 원칙을 ‘반드시’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폰 노이만과 모르겐슈테른이 1944년에 소개한 효용 이론 공리의 핵심이다. 이들은 불확실한 결과에 확률에 비례하지 않는 가중치를 부여한다면 일관성이 없어지고 또 다른 낭패를 본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들이 합리적 선택이라는 공리에서 도출한 기대 원칙은 곧바로 기념비적인 성과로 인정되었고, 이로써 기대효용 이론은 경제학과 기타 사회과학에서 합리적 행위자 모델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저자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반영하여 '결정 가중치'를 제시하였는데 이는 수학적인 확률과는 다릅니다. 앞서 가능성과 확실성이 작용한 결과죠. 이 역시 이익과 손실 둘 다 적용 가능합니다.
그러면서 이익과 손실, 결정 가중치와 확률을 결합하여 '네 갈래 유형'을 만들었네요.
아모스와 나는 전망 이론을 연구하기 시작하면서 금세 두 가지 결론을 얻었다. 사람들은 부보다는 이익과 손실에 가치를 부여한다는 것, 그리고 사람들이 결과에 부여하는 결정 가중치는 확률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둘 다 완전히 새로운 내용은 아니지만, 그 둘을 합치면 우리가 ‘네 갈래 유형 fourfold pattern’이라 부른, 지금은 굳어진 이름의 유별난 선호 유형을 설명할 수 있다. (...) 선호 성향을 나타내는 네 갈래 유형은 전망 이론의 핵심 성과 중 하나로 꼽힌다. 네 칸 중 셋은 익숙한데, 하나(오른쪽 상단)는 새롭고 예상 밖이다.
저자들은 이를 바탕으로 앞서 자신들이 제시했던 예시들을 설명하고자 합니다. 그러면서 위험 추구를 이유를 찾았는데요, 이는 민감성 감소, 확률과 결정 가중치 간 차이 때문입니다.
비슷한 많은 결정을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낮은 확률의 큰 손실을 피하려고 웃돈을 지불할 경우 결국 비용이 더 많이 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분석은 네 갈래 유형에 속하는 모든 경우에 해당한다. 기댓값을 꾸준히 이탈하면 장기적으로는 손해다. 그리고 이 규칙은 위험 회피와 위험 추구에 모두 해당한다.
사실 경제학 얘기도 많이 나오고, 행동경제학도 본격적으로 나오고 있어서 조금 어렵게 느껴졌을 수도 있겠어요. 게다가 확률 계산과 예시도 많이 나와서 일일이 다 따라가려면 머리가 복잡해지기도 했죠. 그래서 저도 예시를 일일이 다 이해하기보다는 전체적인 개념을 이해하는 것 위주로 읽었습니다.
그래도 우리의 행동 기저에 있는 심리학적인 요소들과 그 해석들을 알게 되니 조금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특히 소유 효과는 끄덕끄덕합니다.
30장의 제목은 '드문 사건'입니다. 이건 아마 평소에도 많이들 느껴보셨을 거예요. 아주 낮은 확률이지만 위험하게 느껴지는 것은 심리적으로 더 크게 느껴져서 꺼리게 된다는 것인데요, 개인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편적으로 어느 정도는 갖고 있는 성향인 것 같습니다. 저자 역시 그러한 것을 본인의 예를 들어서 얘기하고 있네요. 그런데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일이라면 그럴 수밖에 없을 듯해요.
잠재적 위험은 무시할 정도라는 것도 알았고, 내 행동이 그런 사건에 영향을 받는다면 대단히 낮은 확률에 지나치게 높은 ‘결정 가중치’를 부여한 탓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시스템 2는 사건 발생 확률이 낮다는 것을 ‘알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절로 생기는 불안이나 그 불안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을 없앨 수는 없다. 시스템 1은 차단이 안 된다. 감정은 확률과 따로 놀뿐 아니라 정확한 확률에도 둔감하다.
그러한 과대평가와 과대 가중치는 드문 사건이라고 하더라도 그 외의 확률을 파악하지 못할 때 더 커진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발생확률 1%인 것만 생각하고 나머지 99%를 생각하지 못한다면 그 1%를 과장되게 평가한다는 것이죠. 심지어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개별적인 사건발생 확률의 총합이 100%를 넘기도 하고요.
확률과 결정 가중치의 관계에서 볼 때 전망 이론은 효용 이론과 다른데요, 효용 이론에서는 결정 가중치와 확률이 같지만 전망 이론에서는 확률 변화가 결정 가중치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두 이론 모두 결정 가중치는 결과가 아닌 확률에 의존한다고 보지만 확률 변화의 관점에서는 차이가 나는 것이죠. 이는 앞에서도 나온 내용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확률이라는 것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결과를 명확하게 표현하면 불확실한 전망이라고 하더라도 더 높은 확률로 평가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요, 특히 금전적인 결과와 무관하게 생생한 설명을 자세하게 하면 계산을 망칠 수 있다고 하죠. 그래서 말주변이 좋은 사람이랑 얘기할 때는 더 조심해야 하는 듯합니다. (약장수가 괜히 약을 잘 파는 건 아닐 테니까요. ㅋ)
또한 인지적 편안함도 확실성 효과에 기여하므로 왜곡된 판단을 하게 될 수 있습니다. 쉽게 생각되는 것은 그래서 더 위험하기도 하겠죠.
그리고 '분모 무시'가 나오는데 이는 분모, 즉 전체를 고려하지 않고 개별 사건만을 생각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오류를 의미합니다. 사실 사건과 확률은 다른데요, 사람들은 개별 사건에 대한 인식, 충격 때문에 확률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못하게 된다는 거죠. 즉, 열 번 중에 한 번 일어나는 사건이나 백 번 중에 한 번 일어나는 사건이나 마찬가지의 위험성이라고 여기니까요. 그렇게 빈도로 나타내게 되면 심리적으로 더 큰 효과가 있어서 일부러 그렇게 하는 경우도 많지만요.
분모 무시에서 예상되듯이, 확률이 낮은 사건은 ‘가능성’, ‘위험’, ‘확률’ 같은 추상적인 말로 표현할 때보다 상대적 빈도로 묘사할 때 더 큰 가중치가 붙는다. 이미 살펴보았듯이, 시스템 1은 범주보다 개체를 더 능숙하게 다룬다.
이제까지의 증거가 제시하는 가설은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사건이나 결과라도 유난히 두드러져 보이거나 그곳에 관심이 집중되면 사건이 과대평가되고 해당 결과에 과도한 비중이 부여된다는 것이다. 사건을 생생하게 설명하거나, 확률 전달 방식을 바꾸거나, 또는 사건을 단순히 언급하기만 해도, 그 사건은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전망 이론대로, 서술에 기초한 선택은 가능성 효과를 낳아, 드문 결과에 실제 가능성보다 훨씬 큰 비중을 둔다. 이와 정반대로 경험에 기초한 선택에서는 가중치를 과도하게 부여하는 일이 절대 없으며, 가중치를 지나치게 적게 부여하는 일은 흔하다.
31장의 제목은 '위험관리 정책'이에요. 확률이 보통이거나 높은 다른 많은 선택에서 그렇듯이, 사람들은 이익과 관련해서는 위험을 회피하려 하고, 손실과 관련해서는 위험을 추구하려 하는데요, 이러한 것은 시스템 1의 자동 반응에 의해 '확실한 이익'과 '확실한 손실'을 감정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시스템 2가 작동해야 하는 복잡한 계산을 하기에 앞서 감정적으로 먼저 결론을 내려버리는 거죠.
그러므로 잘못된 결정을 하지 않으려면 뭔가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자는 이를 '틀짜기'라고 했고요, 넓은 틀짜기와 좁은 틀짜기가 있다고 했습니다. (framing을 틀짜기로 번역했나 봅니다)
• 좁은 틀짜기narrow framing: 서로 별개라 생각되는 두 가지 단순한 결정의 연속.
• 넓은 틀짜기broad framing: 네 옵션을 한꺼번에 고려한 하나의 포괄적 결정.
좀 더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넓은 틀짜기가 명백히 우월하며, 대부분의 경우에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해줍니다. 하지만 인간은 좁은 틀짜기에 익숙하도록 타고났다는군요... 단순하고 일관성도 없고요. 뭐든 안 좋은 게 기본이라면 그런 이유가 있겠죠? (뭐든 진화상의 이점으로 생각해 보려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ㅋ)
그런데 손실 회피와 좁은 틀짜기가 합쳐지면 대가가 큰 재앙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위험관리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좁은 틀기로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은 위험한 선택을 마주할 때마다 그때그때 호불호를 정한다. 그런데 관련 문제가 생길 때마다 일상적으로 적용하는 ‘위험관리 정책’을 가지고 있다면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 관건은 이처럼 손해를 보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이익이 거의 확실하다는 생각으로 손실의 고통을 줄이거나 없앨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 외부 관점과 위험관리 정책은 많은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명백히 다른 두 가지 편향을 바로잡는다. 하나는 계획 오류에 나타나는 과장된 낙관이고, 하나는 손실 회피 성향으로 인한 지나친 신중함이다. 두 가지 편향은 서로 반대다. 과장된 낙관은 손실 회피의 심각한 피해를 막고, 손실 회피는 지나친 낙관의 어리석음을 막는다.
32장은 '심리적 계좌'라는 제목으로 되어 있는데 이는 실제 돈이 오가는 계좌와 심리적 계좌의 유사성에서 기인한 것 같아요.
이러한 심리적 계좌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대체로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계좌이긴 하지만 여러 용도로, 특히 자기 절제 목적으로도 이용됩니다. 그리고 득점이나 이득을 따질 때도 널리 쓰인다는군요.
이러한 심리적 계좌는 '성향 효과'라는 편향이나 '대리인 문제' 등 선택의 문제 혹은 매몰비용이 발생할 경우에 다른 판단을 하게 합니다. 그러한 차이가 갈등요소가 될 수도 있고요.
그런데 '후회'는 심리적 계좌와 어떤 연관이 있는 걸까요?
후회는 감정이며, 자신에게 내리는 벌이기도 하다. 후회의 두려움은 수많은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이건 하지 마. 후회할 거야”라는 흔한 경고를 생각해 보라) 실제로 후회의 경험은 친숙하다. 두 명의 네덜란드 심리학자가 후회의 감정을 적절하게 설명한 적이 있다. 이들은 후회에 동반되는 감정으로 “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생각, 축 처지는 느낌, 이미 저지른 실수와 잃어버린 기회에 대한 미련, 자신을 벌주고 잘못을 고치려는 성향, 사건을 되돌려 다시 처리하고 싶은 마음”을 꼽았다. 뼈저린 후회는 지나간 행동 대신 다른 행동을 하는 자신의 모습을 아주 쉽게 상상할 수 있을 때 느끼는 감정이다. 후회는 실제로 일어난 일의 대안이 쉽게 떠오를 때 생기는 사후 가정적 감정 가운데 하나다.
한 번도 후회하지 않고 사는 사람은 없겠죠. 실제로는 매일이 후회의 연속이 아닐까요? 매번 결정을 내리면서도 후회하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합니다. 그러한 후회가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러한 후회에 대한 우려가 더 나은 직관을 할 수 있도록 하기도 한다는군요.
그리고 '하고 후회하는 것과 하지 않고 후회하는 것 중에서 어느 것이 더 클까?'라는 질문도 종종 합니다. 즉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면 어떤 결정을 해야 하는가?'와 같은 문제일 수도 있겠죠? 이는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것으로 잘못되었을 때는 그 '일탈'로 인한 결과를 더 크게 받아들인다고 하죠. 잠재적 이익은 잠재적 비용보다 작기에 '성공해야 본전'이랄까요? 그런데 그러한 실패가 두려워서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잖아요. ㅋ
여기서 핵심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한 것과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것의 차이가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 자동으로 선택되는 기본 옵션과 그 옵션에서 일탈한 행동의 차이다. 기본 옵션에서 일탈할 때는 평범한 것을 상상하기가 쉽다. 그리고 그 일탈로 안 좋은 결과가 생기면, 일탈과 평범함의 불일치가 고통의 근원이 될 수 있다.
특히나 위험을 다른 이점과 맞바꾸는 것을 격렬히 거부하는 성향은 위험을 관리하는 법률이나 규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더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제가 하고 있는 일 중에 법률적인 규제와 관련된 것도 있고, 위험성을 관리하는 것도 있는데요, 법률이나 규제 내용들을 보면 '이런 것까지 해야 해?'라고 생각되거나 부당하게 생각되는 것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낮은 가능성도 심각한 결과도 초래할 수 있기에 상당히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면도 있죠. 이는 앞서 나온 '드문 사건'과도 연관되는 내용인 것 같네요.
그래도 후회로 인해 망가지지 않으려면 우리는 후회에 대한 면역력을 더 키워야 합니다.
후회를 예상해 선택이 달라진다면 과연 합리적일까? 후회에 약한 것은 졸도에 약한 것과 마찬가지로 삶의 일부이며, 인간은 거기 적응해야 한다.
적절한 예방 조치로 후회에 면역력을 키우는 방법도 있다. 어쩌면 후회가 예상될 때 터놓고 드러내는 것이 가장 유용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상황이 안 좋을 때, 후회할 가능성을 조심스레 따져보고 결정했던 때를 기억한다면, 후회를 조금 덜 느낄 수도 있다. 후회와 사후 판단 편향은 함께 온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사후 판단을 막을 행동을 할 수 있다. (...) 대니얼 길버트와 그의 동료들은 사람들이 예상하는 후회는 실제로 느낄 후회보다 더 크게 마련이며 그 이유는 자신이 펼칠 심리적 방어의 효과를 과소평가하기 때문이라는 도발적 주장을 폈다. 그러면서 그 심리적 방어에 ‘심리적 면역 체계’라는 이름을 붙였다.
33장은 '역전'이에요. 언뜻 와닿지가 않는데 무엇에 대한, 어떤 의미의 역전일까요?
이는 '선호도 역전'인데요, 바꿔치기와 세기 짝짓기에 능숙한 시스템 1에 의해 평가 방법에 따라 다른 결정을 하게 되는 모순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단일 평가(한 가지 조건만으로 평가)할 때와 공동 평가(두 가지 이상의 조건으로 평가)할 때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이죠. 단일평가에는 시스템 1의 감정 반응이 개입하기 쉽고, 신경 써서 세심하게 비교해야 하는 공동평가에는 시스템 2가 개입하게 됩니다.
선호도 역전은 심리학과 경제학의 차이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경제학에서는 무시되었던 요소들이 심리학에서는 중요하며, 그러한 요소들이 이제는 경제학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져야 함을 강조합니다. 그래서 이 책의 주제인 '행동경제학'이 나오게 된 것이기도 하겠죠.
그런데 여러 조건을 조합해서 판단을 내릴 경우 그 조건이 서로 다른 범주에 속한 것이라면 문제가 됩니다. 범주가 달라지게 되면 일관성을 상실하게 되니까요. 또한 공동평가는 문제의 대표성을 바꿔놓을 수도 있기 때문에 다른 결과가 나타나게 되기도 합니다.
단일평가와 공동평가가 항상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거나 판단은 늘 뒤죽박죽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여섯 살짜리 남자아이라든가 탁자라든가 하는 여러 범주로 나뉘고, 범주마다 기준이 있다. 판단과 선호도는 범주 안에서는 일관되지만, 범주가 다른 대상을 비교하고 평가할 때는 일관성을 잃을 수 있다.
공동평가가 일반적으로는 더 합리적일 수는 있지만 그 정보의 가치, 사실성 등에는 유의해야 합니다. 잘못된 근거를 기반으로 판단을 하게 되면 (잘못된 정보가 많아질수록) 잘못된 결론을 도출할 수도 있으니까요.
시스템 2가 개입하는 비교 판단은 보통 시스템 1의 감정의 세기를 반영하는 단일평가보다 일관될 가능성이 높은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체계는 단일 평가를 더 선호한다는군요. 그래서 판결이라든가 행정처벌이 그렇게 일관성이 없고 들쭉날쭉해 보이나 봅니다. (그럴 때마다 AI를 도입하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하고요)
마지막 34장은 '틀과 사실'입니다. 이는 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심리적으로는 다르다는 것이네요.
문장이 일으키는 연상 작용, 그러니까 시스템 1이 문장에 반응하는 과정으로 보면, 두 문장의 진짜 ‘의미’는 다르다. 이처럼 논리적으로 동일한 진술이 다른 반응을 유발하는 탓에 인간은 이콘만큼 합리적일 수 없다.
그래서 부정적인 말을 하거나 부정문으로 묻지 말라고 하죠. 저자들은 이야기 구성 방식이 믿음과 선호도에 미치는 부당한 영향에 ‘틀짜기 효과’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앞에서도 '넓은 틀짜기', '좁은 틀짜기' 얘기도 나왔었는데 이번엔 그와는 좀 다르게 말 그대로 '프레임에 가두는' 것을 의미하는 듯해요.
'프레임'이라는 단어는 일상에서도, 특히 정치와 관련해서 많이 쓰이고 있는 용어인데요, 상대방을, 혹은 어떤 것을 프레임에 가두게 되면 그것에서 벗어나기 어렵죠. 실제로 우리 사회는 그런 수많은 프레임에 갇혀 돌아가기도 하고요.
그러한 '틀'은 개인의 판단, 선택에서도 작용합니다. 스스로를 프레임이 가두거나 혹은 갇혀 있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틀짜기 연구에서는 각각에 따라 뇌의 활성화 영역과 강도를 측정 했는데요, 그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틀짜기 연구에서 발견한 주요 사실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
• 흔히 흥분과 연관되는 영역(편도체)은 참가자의 선택이 틀에 좌우될 때 활발해지는 성향을 보였다. 감정이 많이 실린 ‘갖는다’와 ‘잃는다’라는 말은 그 즉시 확정된 결과를 택하거나(이익으로 틀짜기할 때) 확정된 결과를 피하는(손실로 틀짜기할 때) 성향을 유발한다. 감정 자극은 편도체에 빠르게 접근하는데, 편도체는 시스템 1 개입을 암시하는 강력한 증거다.
• 뇌에서 갈등, 자제력과 연관된다고 알려진 영역(전측 대상회)은 참가자가 자연스러운 행동을 하지 않았을 때, 그러니까 ‘잃는다’라고 명시되었는데도 확정된 결과를 택했을 때, 더욱 활발해졌다. 시스템 1의 성향을 거스르면 갈등을 유발하는 모양이다.
• 틀짜기 효과에 덜 민감한 가장 ‘합리적인’ 참가자들은 뇌의 앞부분에서 활동이 증가했다. 결정을 이끄는 논리적 추론과 감정을 결합한다고 알려진 영역이다. 놀랍게도 ‘합리적’ 인간은 신경에서 갈등하는 증거가 강하게 드러난 사람이 아니었다. 엘리트 참가자들은 (항상은 아니지만 자주) 별다른 갈등 없이 사실을 기반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도 시스템 1의 개입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군요. 반면 시스템 2가 잘 작동하는 사람은 틀까지 효과에 대해서도 덜 민감하며, 사실을 기반으로 결정을 내리는 듯합니다.
하지만 틀을 다시 짜는 일은 번거롭고, 시스템 2는 보통 게으릅니다.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우리는 대부분 제시된 틀에 따라 수동적인 결정을 내리고, 그러다 보니 우리 선호도가 어느 정도나 사실보다 틀에 좌우되는지를 발견할 기회도 드물다고 하는군요.
이 책을 읽으면서 매번 느끼지만, 그러한 것들이 과연 어떤 이득이 있는 걸까 싶어요. 사회가 이렇게 혼란스러워진 원인인 것 같기도 한데 말이죠.
살면서 틀짜기가 불가피하다면, 그럼 어떤 것이 '좋은 틀'일까요? 이야기를 구성하는 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지만 더 넓은 틀과 포괄적 계좌로 생각하면, 대개는 더 합리적인 결정이 나온다고 합니다.
위 이야기 중에 현금을 잃어버린 이야기는 좀 더 합리적인 결정을 이끌어낸다. 이 틀짜기가 좀 더 나은 이유는 손실은 비록 표를 잃어버린 경우라도 ‘매몰’로 처리되고 매몰 비용은 무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 이력은 문제가 아니며, 현재 주어진 선택과 그 선택의 예상되는 결과만이 문제될 뿐이다.
그런데 우리의 결정은 정말 하찮은 것, 생각지도 못했던 것에 좌우되기도 합니다.
이제까지 거듭 살펴보았듯이 중요한 선택은 해당 상황의 하찮은 특징에 좌우된다. 중요한 결정을 그런 식으로 내리고 싶지 않건만, 정말 당혹스러운 일이다. 게다가 우리는 우리 생각이 그런 식으로 작동한다고 느끼지 않지만, 인지 착각의 증거를 부정할 수는 없다. (...) 합리적 행위자 모델을 신봉하는 사람들은 중요한 문제에서 선택을 어떤 식으로 제시하느냐는 당연히 선호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이 점이 합리적 모델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과의 중대한 차이다. 합리적 모델 신봉자들은 틀짜기에는 관심도 두지 않을 것이고, 그러다 보니 우리는 더 안 좋은 결과를 심심찮게 떠안는다. (...) 합리성에 회의적인 사람들은 그런 결과에 새삼 놀라지 않는다. 하찮은 것이 선호도를 결정하는 위력에 주목하도록 훈련된 덕이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도 그런 훈련이 되었으면 하는 게 내 바람이다.
아마 마지막 문장이 저자가 이 책을 쓴 목적인 것 같아요. 우리는 합리적이지 않고 틀짜기에 의해 혹은 의외의 요소에 의해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인간이 비합리적인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훈련을 하라는 것이겠지요. 우리는 정말 작은 것의 영향을 많이 받으니까요.
저는 4부를 읽으면서 많은 생각들이 떠올랐는데요, 특히 '드문 사건'과 '위험성'에 대해서 더 그런 생각들이 들었습니다. 저는 제가 합리적으로, 데이터에 근거하여 판단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반해 어떤 사람들을 늘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서 판단하기도 하거든요. (그게 제 아내라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ㅋ) 그 두 사람 간에는 의견의 일치를 보기가 쉽지 않죠. 우리 사회는 그러한 판단을 하는 스펙트럼이 너무 넓다보니 더욱 더 일치된 결론에 다다르기 어려운 것 같고요.
비단 그것이 단순한 문제라면 상관이 없을 수도 있지만,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면 과연 어느 쪽이 더 나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그에 따르는 비용이나 시간, 노력 등을 감안해야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