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우리는 어떻게, 왜 꿈을 꾸는 걸까
9장 으레 일어나는 정신병적 증상
10장 야간 요법으로서의 꿈
11장 꿈 창의성과 꿈 제어
* 이 글은 네이버 <디지털감성 이북카페>에서 제가 진행했던 함읽의 내용을 다시 정리한 글입니다.
3부는 <우리는 어떻게, 왜 꿈을 꾸는 걸까>라는 제목이 붙어 있어요. 꿈에 대한 내용도 흥미로운 주제인데 이에 대해서 자세히 알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되었습니다.
9장에서는 '으레 일어나는 정신병적 증상'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어요. 조금 의아한 제목이죠? 일단 어떤 내용이 있을지 따라가 봅니다.
우리가 꿈꿀 때 뇌의 작용은 어떠한지 PET이나 fMRI를 이용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었습니다. 특히 fMRI는 인지과학 연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2000년대 이후의 연구 결과들은 이것을 이용한 것이 많았죠. 이를 통해 다음과 같은 사실도 발견되었습니다.
사실 렘수면에 들어가서 꿈을 꾸기 시작할 때 활성이 급증하는 뇌 영역은 크게 네 군데가 있다. (1) 복잡한 시지각을 가능하게 해주는 뇌 뒤쪽의 시공간 영역, (2) 운동을 일으키는 운동 피질, (3) 전에도 말한 바 있는, 자전적 기억을 형성하는 해마와 그 주변 지역, (4) 편도체와 띠이랑이라는 뇌의 깊은 곳에 있는 감정 중추들이 그렇다.
꿈을 꾸는 것이 뇌의 작용이라는 프로이트의 가설은 어느 정도는 사실로 받아들여졌지만, 그의 '꿈의 해석', 정신 분석 이론은 무너졌습니다. 프로이트는 <통섭>에서도 욕을 먹더니 여기에서도 마찬가지네요. 아마 앞으로도 계속 '고통받는 프로이트'가 될 것 같아요. 하지만 그의 업적을 모두 엉터리라고 할 수도 없다죠. 어쨌거나 그가 '꿈'을 신화의 단계에서 신경과학의 단계로 내려오게 했으니까요.
그런데 다른 사람이 꾸는 꿈의 내용을 알고 싶다는 것은 연구자들도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일본에서 한 실험은 참 흥미롭긴 했는데 표본이 너무 적고, 또 실험이 얼마나 정확하게 이루어졌는지도 알 수 없어서 일단은 가능성 정도로 생각해야 할 것 같네요.
사실 저도 꿈을 많이 꾸는 편이라 다른 사람들보다는 제 꿈을 기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많이 합니다. 가끔은 꿈이 너무 생생해서 기록해 두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잊어버리니까요.
그런데 꿈에는 어떤 기능이 있을까요? 마치 드라마가 한참 재밌을 때 딱 끊어버리듯이, 저자는 이렇게만 말하고 9장을 끝냈네요. 다음 내용이 너무 궁금합니다.
9장에서는 꿈의 효용성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마무리되었는데요, 10장에서는 그 답이 주어집니다.
이와 비슷하게 진화가 오랜 세월에 걸쳐 구축한 뇌의 신경 회로들은 렘수면과 렘수면이 지원하는 기능들을 얻기 위해서였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인간의) 뇌가 나름의 특정한 방식으로 렘수면을 생성할 때, 우리가 꿈이라고 부르는 것도 함께 생기는 것일 수 있다.
저자는 렘수면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사실 저도 이 책을 읽기 전에도 렘수면과 비렘수면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고, 수면패턴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지만 렘수면과 비렘수면이 각각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다 알지 못했습니다. 특히 렘수면의 중요성에 대해서요.
저자를 비롯해서 과학자들은 렘수면의 두 가지 기능적 혜택을 찾아냈습니다. 첫 번째 기능은 우리의 정서적 및 정신적 건강을 함양하는 일과 관련이 있으며, 두 번째 기능은 문제 해결 능력과 창의력입니다. 10장에서는 첫 번째 기능에 대해서, 11장에서는 두 번째 기능에 대해서 다루고 있네요.
꿈꾸기의 가장 큰 효과는 진정제로 작용하는 것이며, 이것이 일종의 '야간 요법'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렘수면 시의 꿈은 낮 시간 동안의 힘든 일, 심지어 정신적 외상을 일으킬 수도 있는 감정적 사건들에서 고통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고 하죠. 이건 놀라운 발견인 것 같아요. 우리가 꿈을 그냥 꾸는 것이 아니라고 하니까요.
사실 나는 렘수면이 이 작업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 모두 자전적 기억의 그물에 얽매여서 만성적인 불안에 빠져 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상적인 경험을 떠올릴 때마다, 우리는 세세한 기억까지 떠올리지만, 그 기억에 밴 스트레스를 주는 감정까지 다시 겪지는 않는다. 렘수면의 꿈꾸는 단계는 이 독특한 뇌 활성과 신경 화학적 조성을 토대로, 우리가 그런 상황에 다시 놓이는 것을 피하게 해 준다.
그 이론이 예측했듯이, 야간 요법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렘수면의 꿈꾸는 상태였다. 그리고 꿈꾸는 상태에서 스트레스 관련 뇌 화학 물질이 감소했음을 반영하는 특정한 전기 활성 패턴이었다. 따라서 모든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시간 자체가 아니라, 정서적 요양을 제공하는 꿈 꾸는 잠을 잔 시간이었다. 잠을 자라, 그러면 아마 치유될 것이다.
그러면서 그러한 요법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일련의 실험이 진행됩니다. 그 결과 잠을 잠으로써 감정반응이 줄어드는 것이 확인되었죠. 그리고 렘수면의 꿈꾸는 상태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특히나 감정적 상처의 치유에 필요하다고 하고요.
특히나 PTSD와 같은 고통스러운 경험을 한 경우에는 그 경험에 관한 꿈을 꾸게 됨으로써 그로부터 벗어날 수도 있게 된다는 카트라이트 등의 연구도 있었죠. 이는 뇌의 노르아드레날린 농도와 연관이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또한 저자가 래스킨드의 연구 결과를 우연히 알게 되어 함께 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함으로써 프라조신의 임상적 효과가 야간 감정 치유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을 증명했고, 이는 현재 FDA 승인을 받은 공식 PTSD 치료방법이라고 하네요.
더 나아가 렘수면은 생존과 관련이 있는 다른 혜택들도 있다고 합니다. 이는 뇌의 감정 해독(reading)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인데요, 잠을 잘 자면 뇌의 감정 해독망이 더 정확히 조율되지만 잠을 잘 못 자면 타인의 감정들을 정확히 구분하지 못한다고 하네요.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제가 늘 수면이 부족해서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제대로 못 읽는 것인가라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
그런데 이 렘수면 감정 재조정은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 시작되는데요, 이는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스스로 사회 감정적 세계를 헤쳐 나가야 하고, 부모로부터 독립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니, 이것도 진화의 신비네요.
11장에서는 '꿈 창의성과 꿈 제어'라는 제목으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앞서 렘수면의 기능 중 두 번째인 '문제 해결 능력과 창의력'을 언급했었는데 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인류 역사에서 일어난 가장 혁신적인 도약 중에는 내가 착상 감각 ideasthesia이라고 부르곤 하는 이 꿈꾸는 과정을 통해 나온 것들도 있다. 우리가 아는 모든 것들을 어떻게 하나로 끼워 맞출지를 알려 준 탁월한 해답만큼 렘수면 꿈의 영리함을 가장 잘 보여 주는 사례는 아마 없을 것이다.
꿈은 '창의력 배양기'라고 합니다. 그리고 꿈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거나 걸작이 탄생하게 된 사례들도 많이 있죠. 이 책에서는 멘델레예프의 예와 폴 매카트니, 키스 리처즈, 메리 셸리의 예 등이 나와 있습니다. 이는 과학적인 발견, 예술 창작 등도 꿈에서 영감을 받을 수 있는 유명한 사례들이죠. 그 밖에도 아마 많을 것입니다.
심지어 에디슨은 꿈에서 본 것을 바로 적기 위한 괴상한 방법까지 적용했다니... 여러 의미로 대단한 사람이긴 한 것 같아요. ㅋ
저자는 렘수면이 창의성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한 실험도 했었네요. 스틱골드도 비슷한 실험을 진행했었는데 렘수면 시 영감을 주는 형태의 기억 혼합이 일어나며, 이것이 창의성의 근간이 될 거라고 합니다.
단어 맞추는 능력과 의미론적 연결을 살펴본 이 두 실험은 비렘수면 상태와 각성 상태의 뇌와 비교할 때, 꿈꾸는 뇌의 작동 원리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렘수면에 빠져서 꿈을 꿀 때, 영감을 주는 형태의 기억 혼합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기억 단위들 사이의 가장 전형적이면서 뻔한 연결들을 보라고 얽매여 있는 상태에서 풀려난다. 뇌는 가장 멀리 떨어지고 명백하지 않은 정보들 사이에 연결을 추구하는 쪽으로 적극적으로 나선다.
하지만 단순히 창의적인 방식으로 정보들을 융합하는 차원을 넘어서 정보 집합으로부터 추상적인 일반지식과 상위 개념을 창안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요, 이것의 예로 규칙성의 발견, 암호 해독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앞서 잠을 못 자면 학습능력 및 문제 해결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의 반대 사례이면서, 렘수면으로 인해 추가로 얻어지는 이득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꿈과 관련하여 흥미로운 것 중 하나는 자각몽인데요, 이를 영어로는 '루시드 드림'이라고 하죠. 아마 많이들 들어보셨을 거예요. 저도 자각몽을 종종 꾸는 편인데요 (꿈을 워낙 많이 꾸는 편이라서요), 꿈에서도 '이것이 꿈이라는 사실'을 인지한다는 게 신기하기도 해요. 물론 매번 그런 것은 아니지만요. 어떤 때는 그것이 꿈이라는 것일 알고, 어떤 때는 그렇지 않은데 그 이유도 궁금했습니다.
그러한 자각몽도 과학적인 근거가 있으며, 저자는 심지어 자각몽을 꾸는 경우에 언제, 어떤 꿈을 꿀 지도 통제할 수 있다는 증거도 있다고 하는군요. 이것이 꿈을 마음대로 꿀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그러한 가능성이겠죠. 그런데 자각몽이 유용한지 아닌지는 아직 모릅니다. 이는 여전히 일부의 사례이며 아직 연구되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니까요. 저자는 자각몽에 대해서 상당한 기대를 보이고 있습니다.
꿈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인데, 기대했던 것보다는 많은 내용을 다루고 있진 않았지만 그래도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거기에 저자가 직접 실험한 내용들과 관련 연구들도 언급되어 있어서 관련 내용을 찾아봐도 재밌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