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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란드리아 Mar 20. 2024

매슈 워커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1

1부 잠은 무엇일까


1부 잠은 무엇일까


1장 잠이 들다

2장 카페인, 시차증, 멜라토닌

3장 잠을 정의하고 청하기

4장 유인원, 공룡, 뇌의 반쪽씩 잠자기

5장 평생에 걸친 잠의 변화


* 이 글은 네이버 <디지털감성 이북카페>에서 제가 진행했던 함읽의 내용을 다시 정리한 글입니다. 




이 책은 '수면과 꿈의 과학'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어요. 저자인 매슈 워커는 신경과학자로서 20여 년간 수면에 관한 연구를 해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책이 그의 첫 번째 저서라고 하네요. 


우리는 누구나 잠을 자고 꿈을 꾸지만 왜 잠을 자야 하는지, 왜 꿈을 꾸는지에 대한 정확한 답을 알지는 못합니다. 대략의 이유는 알지만요. 그러한 궁금증을 갖고 계셨다면 이 책에서 그에 대한 어느 정도의 답과 또 수면 연구에 대한 최신지견도 함께 아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도 그렇거든요.


그중 1부에서는 잠에 대한 얘기를 본격적으로 하면서 잠이라는 게 뭔지, 어떻게 잠이 들게 되는지, 수면에 방해가 되는 요소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를 간략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앞부분에서부터 수면의 필요성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네요.


수면 시간이 으레 예닐곱 시간에 못 미치면, 면역계가 손상되고 암에 걸릴 위험이 두 배 이상 증가한다. 수면 부족은 알츠하이머병에 걸릴지 여부를 결정하는 주요 생활양식 요인 중 하나다. 수면 부족 — 일주일에 단 한 차례 심하지 않은 수준으로라도 — 은 혈당 수치를 심각하게 교란함으로써 당뇨병 전 단계로 분류되는 상황을 일으킬 수도 있다. 잠을 짧게 자면 관상동맥이 막히고 허약해져서 심혈관 질환, 뇌졸중, 울혈성 심장 기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불안한 마음은 베개를 쉬지 못하게 만든다〉라는 샬럿 브론테 Charlotte Brontë의 선견지명이 담긴 지혜가 딱 들어맞듯이, 잠을 설치면 우울, 불안, 자살을 비롯한 모든 주요 정신 질환 증상들이 더 심해진다.


수면 부족은 단지 피로가 쌓이는 것뿐만 아니라 심각한 질병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하는군요.  알고 있는 내용이긴 하지만 잠을 잘 자야겠다는 것을 일깨워줍니다. 그런데 저는 평균 수면시간이 대략 6 시간 정도 되는데 이 정도면 위험하진 않은 거겠죠? ^^;;


의사도 과학자도 우리가 왜 잠을 자는가라는 물음에 일관적이거나 완벽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우리가 삶의 다른 세 가지 기본 욕구 — 먹고, 마시고, 번식하려는 — 의 기능은 설령 수백 년 전부터는 아니라고 해도 수십 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점을 생각해 보라. 그러나 네 번째의 주된 생물학적 욕구이자 동물계 전체에 공통된, 이 잠을 자려는 욕구는 수천 년 동안 과학의 탐구망을 계속 빠져나갔다.
(...)
우리가 왜 잠을 자는지를 진화 관점에서 규명하려는 시도는 이 수수께끼를 더 복잡하게 만들기만 한다. 어떤 관점을 취하든 간에, 잠은 가장 미련한 생물학적 현상처럼 보일 것이다. 잠을 자는 동안에는 식량을 모을 수 없다. 사회 활동도 할 수 없다. 짝을 찾고 자식을 낳는 일도 할 수 없다. 자식을 키우고 보호할 수도 없다. 게다가 잠을 자는 동안 자신도 포식자에게 취약한 상태가 된다. 그러니 잠은 인류의 모든 행동 가운데 가장 수수께끼 같은 것에 속한다.


잠을 왜 자야 하는지는 아직도 명확한 답은 없지만 그래도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서 대략의 추정은 할 수 있는 듯해요. 하지만 그 답은, 이유는 한 가지가 아니죠. 저자는 '우리는 왜 잠을 잘까'라는 질문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하네요. 그런데 이 질문이 이 책의 제목이 아니던가요~?


그래서 이 책은 수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 그것이 건강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고찰해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가 잠이 들어도 괜찮다고 하는군요. 일종의 수면유도제가 되었으면 하는 저자의 바람일 수도 있겠습니다. ㅋ




2장에서는 어떻게 잠이 들고, 어떤 것들이 수면을 방해하는지를 본격적으로 알려줍니다. 여기에서는 '자기 수면 리듬', '수면 압력'이라는 용어가 나오는데요, 이해가 어렵지는 않을 듯해요. 우리는 하루에 대한 리듬이 있고 (태양의 움직임과는 무관한, 생체에 내장된 시계라고 하죠. 


단, 이 시계는 24시간이 아니라 그보다 좀 더 긴 26~28 시간의 주기로 작동합니다), 그 리듬의 일정 시점에 잠을 자게 됩니다. 생체리듬, 생체시계에 대한 연구는 드메랑의 미모사 연구, 클라이트먼과 리처드슨의 동굴 실험 등이 소개되었네요.


언제 잠을 자고 싶은지, 그리고 언제 깨고 싶은지를 결정하는 주된 요인이 두 가지 있다. 이 대목을 읽을 때, 그 두 요인은 독자의 마음과 몸에 강력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첫 번째는 뇌 깊숙이 자리한 24시간 주기의 체내 시계로부터 나오는 신호다. 그 시계는 밤과 낮의 일정한 시간에 피곤하다거나 정신이 또렷하다는 느낌을 생성하는 주기적인, 밤낮의 리듬을 만들어 낸다. 두 번째 요인은 뇌에 쌓여서 〈수면 압력 sleep pressure〉을 가하는 화학 물질이다. 깨어 있는 시간이 길수록, 화학 물질 수면 압력이 더 쌓이며, 그 결과 더욱 졸리게 된다. 낮에 얼마나 정신이 얼마나 또렷하고 주의력이 높은지, 밤에 언제 피곤함을 느끼고 잘 준비를 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잠을 잘 잘지를 규정하는 것은 어느 정도는 이 두 요인 사이의 균형이다.


또한 하루 주기 리듬에 따라 체온도 변하고, 생리학적인 현상도 변하게 되는데 그 주기는 사람들마다 차이가 있다고 하죠. '시간형'이라고 하는 얘기를 하면서 올빼미형과 종다리형에 대한 얘기도 합니다. 그런데 올빼미형에 대한 변호를 해주는 걸로 봐선 저자도 올빼미형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


그렇게 잠이 들도록 하는 것은 화학물질들 때문이고, 그것이 뇌에 수면 압력을 가하게 됩니다. 대표적인 것이 멜라토닌과 아데노신인데 저자는 멜라토닌이 수면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잠이 들 시점을 알려주는 작용을 한다고 하네요. 마치 달리기 경기의 심판처럼 스타트 신호만 준다는 것이죠. 이 부분은 저도 오해했던 것인데 뒤에서 아마 좀 더 자세히 설명이 될 것 같아요.


멜라토닌 농도도 하루 리듬 주기에 따라 변하게 되는데 그 농도가 많아질수록 잠에 대한 신호가 더 강해지겠죠. 자연스럽게 잠이 들고 깬다면 별문제가 없겠지만 소위 'Jet lag'라고 하는 시차문제는 멜라토닌 주기와 관련이 있어서 적응하는데 하루에 한 시간 정도의 보정이 가능하다고 하는군요. 음... 시차문제는 싫지만 지금은 시차문제라도 겪어보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카페인이 수면에 방해가 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는데요, 거미에게 여러 가지 약물을 투여하고 집 짓게 한 실험은 흥미로우면서도 꽤 충격적이네요. 카페인이 다른 마약류보다도 더 심각한 거 아닌가요? (캡처하고 싶은데 캡처 방지가 되어 있어서 아쉽습니다)


그리고 수면과 각성을 조절하는 두 요인 (과정-C와 과정-S)에 대한 설명과 그림이 있었는데요, 과정-C는 각성욕구, 과정-S는 수면욕구로서 다소 다른 패턴의 주기함수를 보이는데 그 차이가 커질수록 수면에 대한 욕구가 더 커집니다. 이 두 가지가 매일, 매 순간 우리 몸속에서 일어나는 과정이군요. 이걸 개인별로 확인할 수 있다면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요) 자신의 수면 패턴에 대해 알아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


그런데 수면이 부족하게 되면 수면 욕구가 커지는데 과정-S는 계속 증가는 반면 과정-C는 오르락내리락하기에 그 차이 역시 늘었다 줄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결국에는 아데노신이 계속 쌓여 수면 욕구가 압도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는 거죠. 수면이 부족하게 되면, 저자가 '수면 부채'라고 언급한 대로 계속 빚이 쌓이게 됩니다. 즉, 만성 피로가 되는 것이고, 다양한 정신적 및 신체적 질병들을 유발합니다.




여기까지 어떻게 잠이 들고 왜 잠을 자야 하는지를 얘기했는데, 3장에서는 이러한 잠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대한 얘기를 합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나 동물이 잠이 들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죠. 저는 반수생거북이들을 키우고 있는데요, 거북이들도 물론 잠을 잡니다. 그런데 가끔은 거북이들이 자고 있는지 죽었는지 몰라서 깜짝 놀랄 때가 많아요. 한 번은 계속 건드려도 움직이지 않기에 정신적 공황상태가 된 적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이 녀석이 아주 깊은 잠에 빠졌었는지 (아니면 아픈 상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깨어나기는 하더라고요. 그러니 다른 대상이 잠이 들었는지를 확인하는 건 아주 오랜 옛날부터 (아마도 원시시대부터) 아주 중요했을 것 같아요.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는 남이 자고 있음을 시사하는 많은 징후들을 알아보는 데 놀라울 만치 능숙해진다. 이 징후들이 너무나 믿을 만하기에, 현재 과학자들은 인간과 다른 종들에게서 잠들어 있음을 시사하는 관찰 가능한 특징들의 집합이 있다고 본다. (...) 첫째, 자는 동물은 전형적인 자세를 취한다. (...) 둘째, 이와 관련된 징후이기도 한데, 자는 동물은 근육이 축 늘어져 있다. (...) 셋째, 자고 있는 동물은 의사소통이나 반응을 하는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는다. (...) 잠을 정의하는 네 번째 특징은 쉽게 깨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점에서 혼수상태, 마취, 겨울잠, 죽음과 다르다. (...) 다섯째, 앞장에서 살펴보았듯이, 잠은 뇌의 시교차상핵 조율기에서 나오는 하루 주기 리듬에 맞추어서 24시간 간격으로 충실하게 진행되는 패턴을 따른다. 사람은 주행성이므로, 낮에 깨어 있고 밤에 자는 쪽을 선호한다.


당연한 얘기이긴 한데 어쨌든 우리는 이런 사실들로 다른 대상이 자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거죠. 그렇다면 우리가 잠이 들었다가 깼다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이것도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여기서도 잠잤다는 설득력 있는 결론을 제공하는 보편적인 지표들이 있다. 사실은 두 가지다. 첫째는 외부 인식의 상실이다. 바깥 세계를 지각하는 일을 멈춘다는 뜻이다. 우리는 더 이상 주변 세계를 의식하지 못한다. (...) 잠을 잤는지를 스스로 알아서 판단하게끔 하는 두 번째 특징은 두 가지 상반되는 방식으로 경험하는 시간 왜곡 감각이다. 가장 명백히 드러나는 차원에서 볼 때, 우리는 잠을 잘 때 시간 감각을 의식하지 못한다.


우리는 잠이 들었을 때 외부의 자극과 시간을 인식하지 못하게 됩니다. 사실 자극은 들어오는데 뇌가 그에 대한 처리를 안 하는 거죠. 하지만 무의식 속에 시계는 계속 돌아갑니다. 그래서 거의 정확한 시간에 깨는 '고문'을 매일 경험하게 되는 거죠. 


어쨌든 뇌의 그런 정확한 시계 기능과 더불어 또 한 가지 신기한 점은 '시간 왜곡 현상'이라는 점입니다. 꿈속에서는 '시간 확장'이 있다고 하죠. 그래서 꿈속에서는 시간이 길게 늘어질 때가 많다고 하는데요, 그런 경험을 하게 되면 적게 자도 왠지 많이 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죠. 특히 일어나기 싫을 때 5분씩, 10분씩 알람을 늦춰가며 더 잘 때의 꿀맛 같은 잠이 그런 것인가 봐요. ^^;;


수면에 대한 실험 또는 확인은 '수면 다원 검사(PSG)'를 통해 하게 되는데 국내에서도 이런 검사를 하는 병원이나 센터들이 많죠. 이는 뇌파, 눈 운동, 근육 활성 검사를 통해 수면의 질과 수면을 방해하는 요인들을 찾아내는 것인데요, 각각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와 있습니다.


클라이트먼과 애서린스키가 REM 수면을 발견한 이후 REM(렘), non-REM(비렘) 간의 연구가 꽤 많이 진행되었습니다. 일반인들도 그런 용어를 많이 들어봤을 것이고, REM 수면이 꿈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도 많이들 알고 있지요. 비렘수면은 현재 네 단계로 세분되었다고 하고요.


이러한 비렘과 렘은 서로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90분 주기로 밀고 당기는 씨름을 반복하는데요, 이러한 주기성은 대뇌에서 정보를 처리하고 신경 회로를 갱신하는데 필요하다고 합니다. 즉, '뇌 안의 한정된 저장 공간을 관리하기 위한 것'이죠. 


우리(그리고 다른 모든 포유류와 조류)의 수면 주기가 이렇게 반복되면서도 극도로 비대칭적인 양상을 띠는 이유가 무엇인지, 과학자마다 견해가 다르다. 그리고 수많은 이론이 나와 있다. 나는 비렘수면과 렘수면의 불균등하게 오락가락하는 상호 작용이 밤에 우리 신경 회로를 우아하게 재편하고 갱신하는 데 필요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뇌 안의 한정된 저장 공간을 관리하기 위함이라는 이론을 내놓은 바 있다. 기억 구조 내에서 한정된 수의 뉴런들과 연결들을 통해 저장 용량이 정해져 있기에, 우리 뇌는 기존 정보의 보유와 새 정보를 위한 충분한 공간 확보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점 sweet spot〉을 찾아야 한다. 이 저장 방정식의 해를 구하려면, 어느 기억이 새롭고 두드러진 것이고, 어느 기억이 이미 있는 기억과 겹치거나 중복되거나 더 이상 필요 없는 것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잠은 우리의 기억 저장 문제를 우아하게 관리하고 해결하는 것인지 모른다. 처음에는 비렘수면의 전반적으로 삭제하는 힘이 주도를 하고, 나중에 렘수면의 새기는 손길이 뒤섞고 서로 연결하고 세부적으로 덧붙이면 서다. 인생 경험이 계속 변화하기에 우리의 기억 목록도 끝없이 갱신되어야 하므로, 저장된 경험이라는 자전적 조각상도 결코 완성되지 못한다. 그래서 뇌는 늘 새롭게 다시 잠을 잘 필요가 있다. 매일 밤 다양한 수면 단계들이 전날의 사건들을 토대로 우리 기억망을 자동적으로 갱신할 수 있도록 말이다.


렘과 비렘은 각각의 역할이 있는데 비렘은 삭제하고 (덜어내고), 렘은 연결하면서 (덧붙이면서) 우리의 기억을 마치 조각상처럼 다듬어 가는 것이네요. 오, 이건 좀 신기합니다.


그러면서 비렘수면과 렘수면시 뇌파의 변화를 설명해 주는데 흥미로웠고 각각의 뇌파를 저주파(AM)와 고주파(FM)로 비유한 설명, 파일 전송에 비유한 설명도 와닿았어요. 하지만 이 부분을 어렵게 여기거나 지루하게 생각하셨을 수도 있을 듯해요. 그에 대한 설명을 다 옮기는 것도 무리일 것 같아서 이렇게만 정리해 봅니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각각의 수면패턴에서 특정 뇌파가 나타나고 그것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네요. ㅎ


눈운동, 뇌파에 이어 근육의 긴장이 풀리는 상태도 얘기되었는데요, 이는 뇌에서 근육 활동을 억제하기 때문입니다. 즉, 꿈을 꿀 때 몸이 움직이지 않도록 막기 위해서죠. 꿈꾸다가 다른 사람을 치거나 주변과 부딪히거나 하면 안 될 테니까요. 


진화는 왜 렘수면 때 근육 활동을 불법화하기로 결정한 것일까? 근육 활동을 없앰으로써 꿈을 꿀 때 몸이 움직이지 않도록 막기 위해서다. (...) 렘수면 때 뇌에서는 운동 명령들이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 그것이 움직임으로 가득한 꿈을 꾸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현명하게도 대자연은 이 허구적인 움직임들이 현실이 되지 못하게 생리적 구속복을 마련했다. 특히 자기 주변을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는 점을 고려해서다.


꿈을 꾸게 되는 과정에 대한 얘기는 이전에 <통섭>에서도 언급된 바가 있었는데요, 이 책에서는 아마도 그보다 좀 더 자세히 꿈에 대한 얘기가 나올 것 같습니다.




4장에선 '유인원, 공룡, 뇌의 반쪽씩 잠자기'라는 제목으로 내용이 이어졌습니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는 여러 동물들의 잠자는 패턴에 대한 이야기였는데요, 특히 진화적 관점에서 잠이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를 고찰했네요. 


유전학자 테오도시우스 도브잔스키 Theodosius Dobzhansky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생물학의 모든 것은 진화에 비추어보아야만 의미가 있다."

이런 연구를 통해서, 잠이 사람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일찍 나타났으며, 훨씬 더 심오한 영향을 끼쳤음을 시사하는 답이 나왔다.


그게 적어도 무려 5억 년 전이라고 하는군요!! 지렁이도 잠을 잔다니 신기한데, 사실은 단세포 생물조차도 하루 주기 리듬과 유사한 활동을 거친다고 하니 더 신기합니다. 생명체는 처음 생겨날 때부터 잠을 자도록 되어 있었군요.


그런데 잠을 자는 것이 좋다면 깨어 있는 것은 왜 필요한가에 대한 의문도 가질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기본적인 상태가 잠을 자는 것이었고, 이후에 각성 상태가 출현한 것이라는 가설을 얘기했죠. 황당해 보이지만 저자가 얘기하니 뭔가 그럴듯해 보입니다. (일단은 저자의 말을 믿어봅시다)


동물들마다 잠을 자는 시간이 다른 이유는 아직 명확하게 알려져 있진 않습니다. 같은 동물군 내에서는 비슷하지만 (물론 객체별 편차는 있지만, 통계학적으로 군내 분산이 군간 분산보다는 적겠죠) 다른 동물들 간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을 겁니다. 더구나 수면 시간뿐만 아니라 수면의 조성 (특히 렘수면의 유무), 수면 시 뇌가 반씩 깨어 있는 동물들도 있다는 점, 특수한 상황하에서의 수면 패턴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도 차이가 있네요.


비렘수면과 렘수면 모두 역할이 있기 때문에 둘 다 필요한데 둘 중에서는 비렘수면이 먼저 나타났다고도 합니다. 렘수면은 조류와 포유류에게만 있으며 각각 독자적으로 나타나게 되었다고 하는군요. 이것도 일종의 수렴진화겠죠? 


그러한 렘수면은 객체의 생존에 직간접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필요합니다. 다만 수생 포유동물처럼 특별한 경우엔 렘수면이 거의 없고, 뇌가 반씩 깨어 있기도 한다니 참 힘들게 사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ㅎ


하지만 인간도 새로운 환경이 되면 (낯선 곳에 가게 되면) 잠을 잘 못 자는 이유가 뇌의 절반씩 자는 양상과 비슷해진다고 하니 신기하군요. 또한 새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을 때 서로 다른 방향을 보며 한쪽 뇌씩 자는 것도 신기했고요. 


특수 상황은 먹이를 구해야 하거나 새끼를 돌봐야 하거나 멀리 이동해야 하는 경우 등인데 철새들 중에 날아가면서 잠깐씩 자거나 혹은 극단적으로 안 자는 새들도 있다니 이 책을 통해 몰랐던 것들을 많이 알게 됩니다. 뭔가 잡다한 지식이 쌓이는 느낌이에요. ㅋ


잠을 자는 양상도 단순히 문화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생물학적이라는 얘기도 인상적이었어요. '시에스타'로 많이 알려져 있는 낮잠문화가 유럽 여러 나라에 있었는데 최근엔 점차 없어졌다죠. 하지만 그로 인해 여러 가지 질환이 나타나고 사망위험도 올라갔다니 딜레마겠네요. 이거 낮잠을 자야 하나요, 말아야 하나요? 이것도 현대화의 비극이네요.


인간의 수면 양상 중에서 특별한 점은 다른 동물들보다 수면 시간은 짧지만 렘수면의 비율은 더 높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는 인간이 땅에서 편안하고 안전하게 잘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라는데요, 렘수면을 늘림으로써 수면 시간도 줄일 수 있었다는군요. 그러한 렘수면 덕분에 인간은 정서적 효과가 생겼고, 지능도 더 발달하여 공동체를 이룰 수 있었으며, 문화도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얘기합니다. 또한 창의성에도 기여하는군요. 


그렇게 인간을 비롯한 여러 동물들의 수면에 대해서 얘기하면서 4장이 마무리되었습니다.




5장에선 '평생에 걸친 잠의 변화'라는 제목으로 인간의 생애주기에 따른 수면의 변화를 얘기합니다. 태어나기 전부터 영유아 시기, 청소년 시기, 성인 시기, 중. 노년 시기 등으로 구분했는데요 5장의 내용도 흥미로웠어요. 


자궁 속에서 거의 잠들어 있는 것 같은 태아도 비렘수면과 렘수면 단계가 있는 수면을 한다니 신기하네요. 보통 렘수면에서 꿈을 꾼다고 하는데 아무것도 본 적이 없는 아기는 과연 꿈을 꿀까 (그건 아닐 거라고 하지만)라는 궁금증은 여전합니다. 


그런데 이 렘수면이 뇌의 성숙을 촉진하며, 신경망의 토대를 만들어 놓는데 중요하다고 하는군요. 심지어 렘수면이 없으면 그런 작용이 멈추는 실험결과도 있었다니 렘수면이 아주 중요한 것 같고요, 그것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와도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습니다. 


특히 알코올이 태아의 렘수면을 방해하므로 임신 시 음주(폭음)를 하면 안 되는 이유기도 하네요. 요즘엔 임신 도중에 음주를 하는 사람은 거의 못 본 것 같지만요. 


유년기에는 다상 수면 패턴에서 점차 이상 수면 패턴으로 바뀌고 마침내 단상 수면 패턴이 된다고 하네요. 이건 아이를 키워본 분들이라면 잘 아실 것 같아요. 아기가 태어나 한동안은 밤낮 없는 생활을 한동안 하다가 그나마 아기가 통잠을 자기 시작하면 좀 나아지죠. 아이가 하루에 한 번 낮잠을 자는 동안 꿀맛 같은 시간도 느껴보고요. 저도 그랬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ㅋ


그런데 수면 패턴은 안정화(?)되어가는 반면 렘수면은 점점 줄어들어서 비렘수면과 렘수면의 비율이 아기 때 50:50에서 성년이 되면 80:20이 된다고 하는군요. 렘수면이 중요하다면서 왜 렘수면이 줄어드는지도 설명해 줍니다. 즉, 유년기 때까지는 뇌에서 '연결'이 중요한 과정이었는데, 나중에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제거'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하는군요. 이는 앞서 비렘수면과 렘수면의 작용에서도 나왔던 내용이네요. 


흥미로운 점은 그러한 성장과정에서 후두엽의 발달이 먼저 이루어지고 전두엽은 나중에 이루어진다는 점이었어요. 아니, 그래서 그런 건가요? 제 딸아이를 보면 가끔 정말로 '뇌가 없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는데 그러한 이유로도 설명되는군요. 전두엽은 대체 언제 발달하나요...


아무튼 뇌의 성장에 잠이 중요하다는 건 알겠지만 현실적으로 청소년들은 공부 때문에 충분한 수면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물론 저도 그러한 시기를 거쳐오긴 했지만요. 그러한 결과 정신 장애가 유발될 수도 있으니 '뭣이 중한겨!'와 같은 말이 나올 만도 합니다.


청소년의 뇌가 하루 주기 리듬을 상당히 앞당겼다가 성인이 되면서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는 점도 몰랐어요. 그것도 사춘기의 변화 중 하나겠네요. 그렇게 되는 이유는 부모로부터 독립을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하니 자연이란 참으로 신기합니다. 


중년과 노년의 잠에 대한 내용은 읽으면서 좀 울적해지기도 했네요. 제가 이제 중년을 지나 점차 노년에 가까워져 가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고, 부모님들을 생각하면서 그렇기도 했어요. 또한 우리가 노인분들의 수면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었다는 것도요.


나이를 먹을수록 잠을 덜 자도 된다는 말은 틀린 것이며 오히려 더 잘 자야 한다고 하네요. 노인들은 잠을 자고 싶지만 못 자는 것이라고요. 특히 수면의 양과 질의 감소, 수면 효율 감소, 수면 시간 교란으로 인한 문제들은 삶의 질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며 의학적인 문제들도 야기합니다. 간접적으로는 넘어지거나 부상을 당할 위험도 높아지고요.


그래서 저자는 노인들을 위한 몇 가지 조언과 더불어 노인들의 수면에 대한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우리나라도 노년층이 많아지면서 여러 가지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데 수면도 중요한 문제라니, 이에 대한 관심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도 이러한 내용을 참고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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