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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란드리아 Mar 20. 2024

매슈 워커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4

4부 수면제에서 변모한 사회까지


4부 수면제에서 변모한 사회까지


12장 밤에 부딪치는 것들

13장 아이패드, 공장 사이렌, 밤술

14장 잠을 해치거나 돕는 방법들

15장 잠과 사회

16장 21세기의 새로운 수면 전망

결론 자느냐 안 자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부록 건강한 수면을 위한 열두 가지 비결


* 이 글은 네이버 <디지털감성 이북카페>에서 제가 진행했던 함읽의 내용을 다시 정리한 글입니다. 




이어 4부는 조금 우울한 얘기들로 넘어갑니다. 아무래도 현실을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겠죠. 우선 12장은 수면 장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앞서 수면부족이 야기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언급했었는데 그러한 수면부족은 자발적이기도 하지만 환경이나 생리적 이유로 인해 비자발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도 있죠. 그러한 것들은 일종의 질병, 혹은 장애로 진단되기도 합니다. 여기에서는 몽유병, 불면증, 발작 수면(기면병), 치명적 가족성 불면증 등이 소개되었습니다.


몽유병은 그 이름과 달리 비렘수면 시 발생하는 것이었네요. 우리는 이제 렘수면과 비렘수면의 차이를 알기 때문에 그게 당연할 거라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언급된 몽유병의 끔찍한 사례는 몽유병의 위험성을 일깨워주었습니다. 물론 극단적인 경우겠지만요.


불면증은 단순히 잠을 잘 못 자거나 수면이 부족한 상태는 아니네요. 이와 관련해서 진단을 내리는 기준도 있습니다.


의학계에서 수면 부족은 (i) 잠을 잘 능력이 충분히 있지만, (ii) 잠을 잘 기회가 부족한 상태를 말한다. 즉 수면이 부족한 사람은 잠을 잘 시간을 충분히 주기만 하면 잠을 잘 수 있다. 불면증은 정반대다. (i) 스스로에게 잠을 잘 기회를 충분히 주어도, (ii) 잠을 잘 능력이 부족한 상태다. 따라서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은 잠을 잘 시간을 충분히 가져도(일곱 시간에서 아홉 시간), 잠의 질/양을 충분히 확보할 수 없다.  
여기서 수면 상태를 착각하는 증상도 언급할 필요가 있겠다. 역설 불면증 paradoxical insomnia이라는 것이다. 이 환자들은 자신이 밤새도록 잠을 제대로 못 잔다고, 또는 아예 못 잔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전극 등 수면 양상을 정확히 기록하는 장치를 써서 객관적으로 지켜보면, 그렇지 않다. 수면 기록을 보면, 이들이 자신이 믿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잠을 자며, 너무나도 건강하게 푹 잔다는 것을 시사하는 사례도 있다. 따라서 역설 불면증 환자는 실제로는 잠을 잘 자면서 잠을 못 잔다고 착각, 즉 오인한다.(...) 수면 의학계는 매우 구체적인 임상 증상들이 들어맞을 때에야 비로소 불면증이라는 진단을 내린다. 
불면증도 몇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한 분류법은 불면증을 두 유형으로 구분한다. 첫 번째는 수면 시작 불면증 sleep onset insomnia으로서, 잠이 들기가 어려운 유형이다. 두 번째는 수면 유지 불면증 sleep maintenance insomnia으로서, 말 그대로 잠자는 상태를 계속 유지하기가 어려운 유형이다.


현대인들은 불면증을 흔하게 겪고 있어서 (본인은 정말 괴롭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는 유전적인 요소도 일부 있지만 대체로는 환경 또는 유전자와 환경의 상호 작용에 의한 것이 더 많고, 특히 심리적인 원인이 크다고 합니다. 이것도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는 것들이죠.


문제는 그러한 불면증의 해결이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걱정을 덜해야 한다는데 그게 마음대로 안 되니까요. 저자는 그러한 불면증을 약물로 해결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인데 이는 나중에 다시 자세히 나올 것입니다.


발작 수면, 혹은 기면병이라고 불리는 증상은 갑자기 잠에 빠지게 되는 것인데 이는 중추 신경계에 문제가 생긴 신경계 장애로 보고 있습니다. 이는 낮 과다 졸림증, 수면 마비, 탈력 발작 등 여러 가지 증상이 있는데 이러한 기면병은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는 코믹한 요소로 보이는 경우가 많아 그 심각성을 잘 못 느끼게 되네요. 특히나 탈력 발작은 갑자기 온몸의 힘이 풀려 주저 않게 되는 것이라 위험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치료 가능성이 낮아 환자 스스로 자신을 관리하는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치명적 가족성 불면증은 처음 들어보는 진단명이었어요. 특별한 이유 없이 잠을 계속 자지 못하는 것인데 이로 인해 사망으로 이어질 수도 있군요. 이는 PrNP 유전자가 비정상인 유전병이라고도 하고, 그 원인이 밝혀져오고 있지만 연구가 많이 부족한 상태네요.


그런데 수면이 부족하게 되면 왜 사망에 이르게 되는 걸까요? 이에 대한 동물 실험도 진행되었는데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습니다. 생리적 조절 및 대사 능력이 저하되고 피부조직이 괴사 되며 면역계가 작동을 못하게 되었는데요, 사람을 대상으로는 이런 실험을 할 수 없어서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겠지만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앞에서부터 계속 수면부족의 위험성을 강조해 왔던 것이겠지요.


'얼마나 잠을 자야 하는 것인가'라는 문제는 계속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된 연구도 많이 있지만 대부분 잘못된 가정 (7시간만 자면 된다는)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잘못된 결론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앞서 저자는 8시간 이상을 강조했었고, 12장에서는 9시간도 얘기하고 있네요.


하지만 잠을 많이 잔다고 더 좋은 것도 아니고, 잠을 많이 자면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마치 좌우가 반대로 된 J 형태처럼요. 그런데 그 변곡점이 몇 시간인지는 정확하지는 않겠지만 대략 9시간 정도라고 하고요. 어쨌거나 가장 이상적으로는 8시간 수면, 16시간 깨어있기랍니다.




13장은 우리의 수면을 방해하는 것들에 대한 얘기인데요, 제목은 '아이패드, 공장 사이렌, 밤술'입니다. 제목만 들어도 어떤 의미인지 알겠죠? 이는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것들이라 그 심각성을 알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경고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길어진 통근 시간과 늦은 밤의 텔레비전 시청과 디지털 기기 이용에 따른 〈수면 지체〉 — 우리 자신 및 자녀의 수면 시간 중 앞과 뒤를 잘라먹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 외에, 우리가 얼마나 많이, 그리고 얼마나 잘 자는지에 강한 영향을 미친 핵심 요인이 5가지 있다. (1) LED 조명을 비롯하여 계속 켜져 있는 전등, (2) 조절되는 실내 온도, (3) 카페인(2장에서 논의했다), (4) 알코올, (5) 천공 타임카드의 유산이다. 많은 이들에게 스스로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이 사회적으로 가공된 힘들이다.


인공조명과 디지털 기기의 사용으로 인해 생체 리듬이 교란되어 수면 시점도 불규칙해집니다. 이로 인해 잠이 드는 것도 어려워지죠. 아주 약한 불빛조차도 밤에 멜라토닌 분비를 지연시킨다고 하는데요, 특히 청색 LED가 가장 문제라고 하네요. 그래서 자기 전에 계속 디지털 기기를 보게 되면 멜라토닌의 감소가 23%나 감소한다고 하니 조심해야겠네요. 더군다나 수면의 질 (렘수면을 포함해서)의 저하로 이어지기도 한다니까요.


종이책과 아이패드의 비교를 보면, 그럼 전자책은 괜찮을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어두운 상황에서 프런트라이트를 켜고 전자책을 보는 것도 사실 별로 좋지는 않을 것 같아요. 어쨌거나 불빛이 있으면 같은 문제가 발생할 테니까요. 종이책을 읽더라도 조명이 있어야 하기에 결국 자기 전에는 어떠한 형태로든 불빛을 가급적 피하라는 얘기겠네요. 이는 시력보호 문제를 떠나서라도 중요하긴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죠.


그다음엔 '밤술'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합니다. 자기 전에 술을 마시는 것이 수면에 방해가 된다는 건 많이 알고 있지만, 술은 대체로 밤에 마시기 때문에 이것 또한 현실성은 없는 얘기죠. 차라리 아침에 술을 마시라는 저자의 얘기는 농담이겠지만, 그만큼 밤술이 수면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겠죠. 과음을 하지 않더라도 약간의 알코올도 그런 영향을 미친다고 하니까요.


알코올은 진정제로 작용을 하지만 진정을 미치는 뇌영역이 전전두엽피질이라 오히려 흥분되고 각성되는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다가 진정효과가 다른 영역으로 확산되면서 멍해지고 몽롱해지는 것이죠. 이러한 효과는 밤에 자주 깨게 하고, 렘수면을 억제하여 수면의 질을 떨어뜨립니다. 그 결과로 학습 효과도 떨어지게 되죠. 그러니 술을 끊으랍니다. ㅋ


제목에서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실내온도의 중요성도 얘기하고 있어요. 실내온도를 일정하게 하는 것이 오히려 수면에 방해가 되는 줄은 몰랐네요. 저는 추운 걸 싫어해서 5월 말까지도 겨울이불을 덮고 자는데요, 차라리 추운 것이 더 잠들기가 쉽다니... 이건 추우면 잠이 오는 것과 비슷한 걸까요? 근데 가장 이상적인 침실 온도가 18.3도라니, 그건 너무 추운 거 아닌가요? 저희 집은 겨울에 난방 안 하면 그 온도가 나오는데 말이죠... 특히나 어린아이가 있는 집은 온도를 더 높이게 될 수밖에 없고요.


아무튼 심부 온도가 1도 정도 떨어져야 한다니 이것도 기억해 둬야겠습니다. 여담으로,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잘 때 핏빗으로 제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있는데 체온의 변화도 보고 있습니다. 이건 피부온도이긴 하지만 심부온도 측정이 더 중요한 것 같네요. 베이스라인을 모르겠지만 변화되는 걸 보면 실내온도가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잠을 억지로 깨우는 것에 대한 위험성도 언급되었죠. 대표적으로 알람(자명종)인데요, 아침마다 알람을 끄고 억지로 일어나야 하는 고충은 누구나 있을 거예요. 그런데 그게 심혈관계에 계속 공격을 가하게 된다니... 저는 알람 대신에 핏빗의 진동기능으로 일어나지만 악영향은 비슷할 것 같아요. 그나마 저는 평일이나 주말에도 거의 비슷한 시각에 일어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은 별로 없는 편이지만요. (요일마다 다르지만 대략 5~6시 사이에 일어납니다)


저자도 평일이나 주말 관계없이 매일 똑같은 시각에 일어나라고 하는데요, 그것도 누구에게나 적용할 수 있는 건 아닌 듯해요. 그러고 보면 이 책에서 얘기하는 것들의 상당수는 현실적으로는 실천하기 어려운 것들이기도 합니다.


이 책을 통해 잠과 꿈에 대해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는데요, 저도 저의 수면습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고, 잠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14장에서는 불면증 치료에 대해서 약물을 사용할 것인지 요법을 사용할 것인지를 논합니다. 불면증 치료에는 수면제가 일반적으로 사용되지만 수면제는 일종의 진정제이며, 뇌에서 알코올이 작용하는 것과 같은 기전이라고 하니 충격입니다. 이는 예전의 수면제나 최근의 신형 수면제나 마찬가지인데요, 잠이 잘 들게 하거나 잘 자게 해주는 것도 아닐뿐더러 오히여 수면장애의 악순환을 일으킨다고 하는군요. 게다가 '반동 불면증'이라고 하는 의존성도 생기게 되고요. 


이러한 수면제도 다 임상시험을 거쳐 승인이 되었을 텐데, 최근의 어떤 위원회 검토 결과로는 플라세보와 비교해서도 통계적으로 무의미한 차이가 있을 뿐이군요. 약물의 작용보다는 심리적인 효과가 더 컸기 때문인 것 같네요.


저자는 수면제에 대해서 '나쁜 것, 나쁜 것, 추한 것'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매우 부정적으로 얘기하고 있는데요,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부작용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하니 그렇게 말할만한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크립키 연구진이 보인 '수면제 복용에 따른 사망 위험' 결과는 원문을 봐야 알겠지만 이 역시 과장되어 보이기는 합니다. 장기 복용뿐만 아니라 간헐적 복용도 위험도가 높다고 하고요. 이런 유의 연구가 그렇듯 단일한 요인의 영향을 분리해서 분석하는 것이 어려우니까요. 게다가 대조군을 어떻게 설정하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기도 하고요. 아무튼 수면제를 많이 복용하면 몸에 해롭다는, 정성적인 결과로 받아들이는 게 좋을 것 같네요.


하지만 수면제 복용 후 사망의 주요 원인이 높은 감염률, 자동차 사고 위험 증가 등이라고 하니 조금 납득이 되는 부분도 있네요. 발암률과도 연관이 있다는 얘기도 있고요.


그래서 저자는 그 대안으로 약물에 의존하기보다는 수면의 질을 개선하는 행동 요법들이 더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그중에 '불면증을 위한 인지 행동 요법'인 'CBT-I'는 의학계에서 1차 치료법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고 하는군요. 그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카페인과 알코올 섭취를 줄이고, 침실에서 화면 기기들을 치우고, 침실 온도를 내리라는 것 등은 명백한 부류에 속한 방법들이다. 또 환자는 (1) 주중과 주말을 가릴 것 없이 잠자리에 드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이 일정해야 하고, (2) 졸음이 올 때만 잠자러 가고 저녁 일찍 또는 중간에 소파에서 잠들지 않도록 하고, (3) 잠이 안 오는 데에도 잠자리에서 긴 시간 동안 누워 있지 말고, 일어나서 긴장을 풀어주는 차분한 무언가를 하면서 졸음이 올 때까지 기다리며, (4) 밤에 잠들기가 어렵다면 낮잠을 피하고, (5) 마음을 가라앉히는 법을 배움으로써 잠자기 전에 불안을 자극하는 생각과 걱정을 줄이고, (6) 밤에 시계를 보면서 불안감을 갖지 않도록 시계 글자판이 보이지 않게 두는 것이 좋다.


사실 간단한 것이지만,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꾸준히 하기가 어려워서 못하는 것이겠지요. 이렇게 꾸준히 할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효과가 있을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또한 '수면 위생' 습관이라는 열두 가지 핵심 비결은 부록에도 있으니 참고하시면 좋겠네요.


그리고 저자는 운동도 수면과 관계는 있지만 일관되거나 명확하지는 않다고 합니다. 그래도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좋겠죠. 다이어트와의 관계도 아직은 연구가 적어서 명확하지는 않지만 '적당히' 먹으라는군요. 그래서 그 적당한 것이 얼마만큼이죠? ^^;;




15장에서는 현대 사회에서의 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앞에서부터 계속 이어지는 내용으로 볼 수 있을 듯해요. 


현대인들은 수면부족에 시달리지만 원해서, 자발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고 직장과 일상생활 등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주말에 늦잠을 자거나 수면 습관 자체가 엉망이 되는 경우가 많죠. 그래도 '수면 빚'을 다 갚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수면 부족이 사회에 가하는 충격에 대해서 논하고 있네요. 


수면이 부족해지면 업무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로 인한 손실도 (생산성 감소와 직원들 간 상호관계 측면에서) 크기 때문에, 우선적으로는 개개인이 충분한 수면시간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직원들의 수면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 또는 좀 더 적극적으로는 업무 시간 조정, 직장 내 낮잠 허용 등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잠을 줄여야 성공할 수 있다는 그릇된 믿음이 오히려 사회를 망치고 있네요.


이러한 수면 부족은 비인간적으로 이용되기도 합니다. 특히 군대나 범법자들을 대상으로 한 고문기술로도 사용되고 있는데 이러한 '강제 수면 박탈' 행위는 매우 치명적이기 때문에 금지되어한다는 주장도 했네요.


저자가 특히 강조하고 있는 것은 학생들의 수면에 대한 것입니다. 학생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일찍 일어나 일찍 학교 수업을 시작하는 것은 일종의 '만성 수면 박탈 상태'이며, 이로 인해 심리적, 정신적으로 많은 영향을 줄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렘수면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하면 더 위험하고요. 수면부족으로 인한 증상이 정신적 질환으로 오진될 수 있을 만큼 심각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학교 교육과 건강한 발달을 논의할 때는 수면을 공공 정책으로 삼아서 강력하게 옹호해야 한다는 터먼의 주장도 있었습니다. 특히 저소득 가정의 경우엔 스쿨버스 시간을 맞추기 위해, 혹은 부모가 일터에 나가는 시간으로 인해 더 일찍 일어나야 하기 때문에 더 불리하고, 결과적으로 저소득의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하는데 이 역시도 단순화한 얘기긴 하지만 시스템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등교시간을 늦추고 아이들이 충분히 잠을 잘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여러모로 더 이득이라고 말이죠. 


마지막으로 보건 의료에서의 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요,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료진 (의사나 간호사 등)도 만성 수면 부족에 시달립니다. 특히 수련의, 전공의의 경우에는 과거에는 연달아 당직을 서는 경우도 있었고 주간 근무 시간이 100시간을 초과하는 경우도 있었는데요, 지금은 우리나라도 법률로 근무시간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것과는 별개로 여전히 무리하게 일하고 있기도 합니다. 전문의나 스태프의 경우에도 응급수술이나 당직 등으로 인한 수면 부족이 있고요.


간호사 혹은 기사직군의 경우에도 3교대나 야간근무가 있고 (정해진 근무시간이 있다고 해도 교대 전후 인수인계 및 다른 업무로 인해 근무시간을 더 초과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로테이션이 있기 때문에 근무 시간이 상당히 불규칙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이로 인해 수면의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고요. 


이런 영향으로 의료과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기에 의료진들에게 충분한 수면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것이 최고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본이라고요. 


수면 부족으로 인한 손실은 개인 혹은 소규모 그룹에게만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체르노빌 원전 사고나 엑손발데트 유조선 사례처럼 전 세계적인 악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쉽게 생각해선 안 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16장에선 '21세기의 새로운 수면 전망'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습니다. 


나는 이 문제를 풀려면 두 단계로 나누어서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 첫째, 우리는 수면 부족 문제가 왜 그렇게 변화에 저항하는 듯한지, 그리하여 점점 악화되고 있는 이유를 이해해야 한다. 둘째, 우리는 파악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개입 지점에서 변화를 일으키는 데 필요한 체계적인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하나의 마법의 탄환 같은 해결책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수면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개인별, 사회적으로 복잡하게 얽힌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죠. 작게는 개인이 바뀌어야 하고, 크게는 사회 시스템과 인식, 수면을 바라보는 문화가 바뀌어야 하는데 그 변화의 속도는 더디기만 합니다. 그래도 그러한 중요성을 계속 알려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그렇게 되어야 할 것입니다. 저자는 그러한 목적으로 이 책을 썼겠지요.


이 책에서는 수면에 대한 많은 이야기와 조언들이 있었습니다. 수면의 유용성과 수면부족의 위험성을 언급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저마다 받아들이는 것은 다르겠지만 그러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스스로 수면 습관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한다면 삶의 질과 생산성도 더 나아질 것입니다.


그러한 것을 돕기 위해 과학 기술이 이용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인간의 생활리듬, 수면리듬과 조화된 시스템들이 개발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나사의 경우에는 우주 정거장에 체류하는 우주비행사들을 위해 그러한 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다는군요. 그러한 것도 일상에 도입될 수도 있겠죠. 


나는 이 생각의 여행이 언론 매체에서 으레 접하는 건강에 관한 온갖 부정적인 기사들과 달리 낙관론을 전파했기를 바란다. 하지만 희망하는 차원을 넘어서, 이 책이 독자 스스로 더 나은 수면 해결책을 찾도록 자극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비영리적 또는 영리적 벤처 사업으로 이어질 법한 착상도 나오지 않을까.




결론에서는 '자느냐 안 자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햄릿>의 유명한 대사를 패러디했는데요, 책의 전체 분량에 비해 결론은 상당히 짧고 단순합니다. 그래서 전문을 그대로 다 옮겨도 될 것 같아요.


겨우 100년이 지나는 사이에, 인류는 잠을 충분히 자야 한다는 생물학적 명령을 내쳐 왔다. 진화가 생명에 필수적인 기능들을 위해 340만 년에 걸쳐 완성한 필수 조건을 말이다. 그 결과 선진국 전역에서 수면 단축이 일어나면서 우리의 건강, 기대 여명, 안전, 생산성, 아이 교육에 재앙 수준의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면 줄이기라는 이 소리 없는 유행병은 21세기 선진국이 직면한 가장 큰 공중 보건 과제다. 수면 소홀이라는 질식시키는 올가미, 그것이 일으키는 때 이른 죽음, 그것이 초래하는 건강 악화를 피하고 싶다면, 수면의 개인적, 문화적, 직업적, 사회적 인식에 근본적인 전환이 일어나야 한다.  

나는 우리가 게으름이라는 불리한 낙인이 찍히거나 난처한 표정을 짓는 일 없이, 밤잠을 푹 잘 권리를 되찾을 때가 되었다고 믿는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건강과 활력을 주는 가장 강력한 묘약과 다시 하나가 될 수 있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생물학적 경로로 혜택을 주는 묘약이다. 그러고 나면, 가장 심오하면서 충실한 존재감과 더불어 낮에 진정으로 깨어 있다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를 다시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부록으로 있는 "건강한 수면을 위한 열두 가지 비결"은 사실 많이 와닿지는 않지만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 내용까지 옮기지는 않겠습니다.


그런데 CBT-I가 국내에서도 의료행위로 인정을 받고 수가를 받을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수가를 받기 위해선 급여산정을 위한 (혹은 비급여라도 신기술 인정을 위한)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쉽진 않을 것 같습니다. 미국의 경우에도 그 행위 자체에 대한 비용이라기보다는 그것을 지도하고 모니터링하는 전문가에게 지급되는 비용이라고 볼 수 있으니까요.


관련해서 CBT-I therapist라는 직종도 있는 것 같은데요, 그런 전문가와 함께 한다면 더 효과는 있겠지만 비용도 많이 들 것 같아요. 그래도 점차 보편화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이 책은 과학도서, 인문학도서이기도 하지만 실용서이기도 한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고, 잠을 잘 잘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한 얘기를 해주고 있으니까요. 


막연히 알고 있던 것들을 구체적인 예시와 연구 결과들을 바탕으로 알려줘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도 잠을 많이 자는 편은 아니었지만 의식적으로라도 최소한의 수면시간은 유지하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책에서 나온 방법들도 적용해보고 싶어 졌습니다.


이 책에서  공감되는 내용이 많았지만 현실적으로 해결이 어려운 것들이 많아서, 우리 사회는 언제까지 이렇게 '잠에 대한 부채'를 안고 살아가야 하나, 마치 작은 시한폭탄이 무수히 장착된 건물 같은 기분도 들었습니다. 저도 그러한 시한폭탄 중에 하나일 수도 있겠고요. 그래서 잠을 더 잘 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쉽진 않네요. 


저자의 의도와 바람이 얼마나 통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앞으로는 수면의 중요성에 대한 얘기도 더 많이 나오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개개인, 그리고 사회적 인식의 변화인 것 같아요. 잠을 안 자는 것을 당연시하고, 높이 사던 것에서 잠을 충분히 자고도 효율성 있게 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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