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를 잘 안다는 착각
'한국어 어문 규범'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우리말과 글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 제정한 것으로서 크게 한글 맞춤법, 표준어 규정, 외래어 표기법,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 등 네 범주로 이루어져 있다. 이중 가장 까다로우면서도 중요한 것이 한글 맞춤법일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한글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으며 한글이 가장 과학적이고 배우기 쉬운 글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글자'로서의 의미다. 문자 이전에 말이 있었고, 문자는 말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한 것일 따름이다. 그렇다 보니 말과 글의 괴리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또한 우리말에서 문법이 체계적으로 정립되기 시작한 것도 겨우 20세기에 들어와서니까 그 역사가 짧으며, 문법을 정리한 학자들 (계파) 간의 이견으로 인해 아직도 논란이 되는 부분이 많다. 그래서 논란이 되는 부분은 가급적 단순하게 정리하고 교육 목적으로 만든 것이 '학교문법'이며 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데 기본이 된다.
어문 규범은 문법의 하위에 들어가지만, 그 자체로서도 중요도가 높다. 아마 문법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어문 규범 역시 상당히 까다롭다.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나 작가도 그 그 규정을 완벽하게 지키기는 어렵다. 맞춤법도 그렇지만 띄어쓰기는 특히 더 그렇다. 그렇기에 글을 쓰는 사람은 늘 사전을 가까이 두어야 하고, 자신이 쓴 문장이 맞는지 계속 검토해야 한다.
요즘에는 대다수의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에서 한글 맞춤법 교정 기능을 제공하고 있기에 이를 이용해서 교정을 할 수 있다. 많이 사용하는 한글워드프로세서(보통 아래아한글, 혹은 HWP라고 하는)에서도 그러한 기능을 제공하는데, 여기에는 부산대에서 개발한 한글 맞춤법 교정 엔진이 내장되어 있다고 한다.
MS워드에도 한글 교정기능이 있기는 하지만 어느 엔진을 사용하는지 모르겠다. MS워드는 대체로 영문을 작성할 때 이용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나는 영문 교정 목적으로는 Grammarly를 이용한다)
부산대 한글 맞춤법 검사프로그램은 가장 오래된 만큼 가장 많이 이용되고, 신뢰도도 높은 편이다. 다른 프로그램에 내장되거나 혹은 웹상에서 이용할 수도 있다. 한글워드프로세서에서는 빨간색 혹은 파란색 밑줄로 표시되기 때문에 적절한 표현으로 바꿀 수 있다. 빨간색은 어문 규범 상 틀린 것이고, 파란색은 더 나은 표현으로 바꾸어주는 것이지만, 제안하는 표현이 늘 맞거나 더 좋은 것은 아니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한글워드프로세서에 있는 교정 기능은 주로 과제나 보고서, 외부에 제출하는 글을 작성할 때 유용하며, 웹 상의 부산대 한글맞춤법 프로그램은 일반적인 용도로 쓰기에 적합하다.
브런치에도 맞춤법 검사를 기본으로 제공한다. 검사 엔진은 잘 모르겠지만 이것도 상당히 유용한데, 브런치에 글을 작성한 뒤에는 꼭 맞춤법 검사를 한 후 발행하고 있다. 카카오 측에서도 한글 맞춤법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특히 작가(!)로서 글을 쓰는 것이기에 기본 기능으로 넣은 것이리라.
그 밖에도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 사이에서도 한글 맞춤법 검사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 있고, 앱이나 웹에서 그런 기능을 제공하는 프로그램들도 있다. 이들을 잘 사용하면 유용하겠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그런 노력과 수고를 하지 않는다.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국어를 잘한다는 착각을 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한 페이지 정도의 글을 작성해서 한글 맞춤법 검사기에 넣고 돌려보길 바란다. 과연 어느 정도의 정확도를 보이는지 확인이 가능할 것이다. 나도 매번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는데, 이건 알면서도 잘 고쳐지지 않는다. 습관이 되었기 때문이다. 또는 '이게 맞나?'라고 생각하면서 한 것이 오히려 잘못된 표기를 하도록 하기도 한다.
물론 완벽하게 글을 쓰기는 어렵다. 하지만 영어로 글을 쓸 때는 문법을 그렇게 따지면서 (다른 사람의 영어 표현이나 글은 그렇게 지적질하면서) 한국어에 대해서는 왜 틀려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다른 사람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에 앞서 나부터 잘해야겠다. 요즘에는 더욱 그러한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