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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란드리아 Jun 11. 2024

소보로빵 좋아하세요?

내가 먹고 싶은 건 소보로빵

이미지 출처: https://namu.wiki/w/소보로빵


언젠가 아내에게 영화 <올드보이>처럼 한 가지 음식만 먹고살아야 한다면 뭘 먹겠냐는 질문을 해봤다. 아내는 '김치볶음밥'이라고 했다. 아내는 나에게는 뭔지 묻지 않았다. 이미 답을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소보로빵.


소보로빵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빵이고,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질리지 않고 먹는 빵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소보로빵에 특별한 추억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꾸준히 좋아하는 빵이다. 그래서 아내가 가끔 제과점에 갈 일이 있을 때, 내 몫으로는 소보로빵만 사 오곤 한다. (그러나 아내는 소보로빵을 가장 싫어한다고 했다)


왜 좋아할까. 빵 위에 올려진 토핑이 고소하고 맛있으니까. 사실 저 부분 때문에 '소보로'라고 불리는 것인데, 소보로는 일본어로 '갈아서 조리한 부스러기 같은 음식'을 뜻한다고 한다. 토핑 부분이 그렇게 보여서 그렇게 부르지만 정작 일본에는 없고 한국에만 있는 빵이다. 토핑이 없는 소보로는 그 정체성을 잃어버린 밀가루 덩어리일 따름이다.


이렇듯 '소보로'가 일본어이기 때문에 표준어로는 '곰보빵'이라고 하지만, 곰보빵의 어감이 더 안 좋은 것 같아 나는 그냥 소보로빵이라고 하련다.




나는 빵을 좋아했지만 언젠가부터 버터와 크림이 많이 들어간 음식은 소화를 못 시키게 되어 먹을 수 있는 빵 종류가 한정되었다. (유당이 있는 우유도 소화를 못 시켜서 주로 두유나 오트밀크를 마신다) 그래도 소보로빵은 먹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소보로빵도 못 먹게 됐다면 나는 절망했을 것이다. 소보로빵 외에 속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빵은 베이글이나 식빵, 단팥빵 정도다.


소보로빵은 웬만한 제과점에는 다 있지만 맛이 좀 다르다. 또는 식감도 다르다. 토핑이 너무 딱딱하거나 혹은 별 맛이 안 나기도 한다. 그런 곳은 실망스럽다. 유감스럽게도 우리 회사 내 제과점에서 파는 소보로빵이 그렇다. 만들기 쉬워 보이는 빵이지만 그만큼 기본기가 필요한 빵이기도 하다. (만들어 본 적은 없다) 토핑에 땅콩이 들어가면 더 좋지만 없어도 괜찮다.


또한 나는 원래의 소보로빵 그 자체를 좋아하기에 안에 팥이나 크림이 든 것은 안 좋아하고, 소보로빵을 튀긴 것도 안 좋아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성심당의 튀김소보로도 내 입맛에는 맞지 않는다. 다행인가? 그걸 좋아했다면 계속 생각이 났을 테니까. 그리고 소보로의 사촌(또는 원조)이라고 할 수 있는 멜론빵도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그러고 보면 내 입맛이 좀 까다로운 것 같기는 하다.


사실 내 입맛이 까다롭다기보다는 난 별로 식탐도 없고, 소식하며, 먹는 것을 즐기는 편이 아니라서 그렇다. 먹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먹는 그런 류. 딱히 좋아하는 음식은 없지만, 특별히 싫어하는 음식도 없다. 다만 달고, 짜고, 맵고, 시고, 자극적인 음식과 비린 음식을 안 좋아한다. 재료 본연의 맛이 살아 있는 것, 그리고 담백하거나 고소한 음식을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나와 입맛이 정반대인 아내는 내 입맛에 맞추기가 힘들다고 한다. 


그러니 내가 소보로빵을 꾸준히 좋아하는 것은 당연한 것 같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내가 소보로빵을 그렇게 좋아한다는 것은 우리 가족, 특히 아내와 딸아이만 알고 있다. 우리 부모님께서도 잘 모르신다. 하긴, 부모님께서는 내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도 모르시니까.


아침부터 갑작스레 소보로빵 얘기를 하게 되었다. 오늘 아침에도 출근 후 소보로빵과 커피 한 잔으로 아침을 먹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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