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난하지만 특색은 없는 기기
예스24에서 출시된 이북리더인 크레마 페블을 예약 판매 기간이었던 작년 8월 26일에 주문해서 9월 2일에 수령했다. 원래는 9월 3일부터 순차적으로 발송할 예정이었으나 예스24 측에서 앞당겨 출고한 것이다.
당시 예스24측에서는 인플루언서들에게 '인플루언서 패키지'를 제공했었는데 여기에는 크레마 페블 본체를 비롯해서 케이스, 리모컨, 무드등, 크레마 클럽 90일 이용권, 인센스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예스24에서 사전 예약 주문을 한 고객에게는 아무런 혜택이 없었던 것에 비해 형평성이 문제가 되었던 것이다.
과거 크레마 기기가 크레마연합에서 출시될 때, 혹은 알라딘과 예스24 공동으로 출시될 때에는 기존 사용자들을 위한 할인 혜택 (기존 사용 기기 인증을 통한 할인 쿠폰 제공 등)이나 이북상품권 등의 제공이 있었으나 예스24에서 단독으로 출시한 크레마 모티프부터는 그러한 혜택이 거의 없어진 상태였다. 그러니 고객들의 불만이 많아졌고, 급기야 구매 취소가 이어지게 되었다. 예스24에서는 구매 취소가 많아지자 원래의 일정보다 서둘러 제품 발송을 시작함으로써 소비자들의 불만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었다.
그로부터 한 달쯤 지나서 예스24에서는 사전 예약 구매자들에게 젤리케이스(블루)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하였는데, 이것도 신청자에 한해서였다. 나도 신청하여 수령하였다.
크레마 페블을 수령한 후 사용기를 작성해보려 했지만 그동안 너무 바빠 책을 볼 시간이 거의 없었던 관계로 이 기기 역시 별로 사용을 못해 보았다. 하지만 더 늦기 전에 간략하나마 사용기를 작성해보고자 한다.
나는 위와 같이 크레마 페블 화이트+문학동네 세계문학 전자책 50권 세트로 구매하였다. 문학동네 세계문학 세트에 포함된 책 중 반 이상은 이미 갖고 있거나 읽은 것들이지만 그래도 구성이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저 구성은 사전 예약할 때만 판매했던 것으로, 가격은 저것보다 반 이하다)
그리고 보라색 커버 케이스와 흰색 리모컨도 구매했다. 참고로, 크레마 모티프는 화이트 기기의 경우 블랙보다 5천 원이 더 비싸서 이것 또한 논란이 되었는데, 크레마 페블의 경우에는 색상에 상관없이 가격은 동일했다.
각각의 포장 케이스는 위와 같이 재생 용지를 이용해서 심플하게 되어 있다. 형태와 기재된 걸 보면 마치 킨들 리퍼 제품을 구입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이다. 왜 굳이 영문으로 작성해 놓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크레마 제품의 패키지는 갈수록 고급스러움이 떨어지는 듯한데 이제는 확실히 원가 절감으로 가는 듯하다. 아무리 환경을 생각한다는 핑계를 댄다고 해도 말이다.
퍼플 커버케이스는 연한 보라색이어서 흰색과 잘 어울린다. 나는 커버케이스를 선호해서 대부분의 제품에 커버케이스를 사용하고 있는데, 크레마 페블의 경우에는 커버케이스가 계륵 같다.
크레마 페블이 내세우는 가장 큰 장점은 가벼운 무게다. 139g의 무게는 기존의 크레마 제품들 뿐만 아니라 6인치급 이북리더 중에서도 가장 가벼운 편이다. 하지만 커버 케이스의 무게가 스펙상 101이어서 합하면 240g이 된다. 이것도 그렇게 무거운 무게라고 할 수는 없지만, 본품의 가벼움이 상쇄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보다 가벼운 것을 원한다면 60g의 무게인 젤리케이스를 사용하면 되는데, 이는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아무튼 나는 커버케이스를 사용하기로 했다.
크레마리모컨 2는 원래 미테르에서 개발한 것인데, 블루투스 범용 리모컨이라 크레마 기기뿐만 아니라 블루투스를 지원하는 기기에서는 거의 대부분 작동한다. (간혹 안 되는 기기도 있다고 한다) 기존 크레마 리모컨이 크레마 기기 전용이었던 것에 비해 효용성이 증가했고, 미테르 리모컨의 평도 좋은 편이다. 크레마 페블에서도 잘 작동하며, 최대 3대까지 멀티 페어링이 가능해서 편리하다.
메인 화면은 위와 같다. 크레마 기기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인터페이스인데 너무 이질적이고 과해서 적응하기 어렵다. 물론 크레마 전용기가 아니라 구글 플레이스토어 및 APK를 통해 앱 설치가 가능하기에 범용기처럼 쓸 수 있는데, 그 앱들의 아이콘이 맨 아래 APPS에만 표시되며, 그마저도 삭제/숨김 불가능한 것들이 앞부분에 있어서 다음 페이지로 넘겨 봐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이 UI는 좀 개선이 되기를 바라지만, 몇 번의 업데이트가 있었음에도 변화가 없었다.
참고로 최초 수령 이후 서너 번 정도의 업데이트가 있었지만 대부분 버그 픽스 정도의 마이너 한 업데이트라 큰 변화는 없다.
상단바에는 상태표시를 비롯한 몇 가지 옵션이 있는데 뒤로 가기를 기본으로 설정해 두면 꽤 유용하게 쓸 수 있다. 그리고 명암 설정이나 리프레시 모드 (새로고침 횟수)도 상단바에 표시되어 있어 좀 더 직관적인 확인이 가능하다.
커버 케이스 대신 젤리 케이스를 장착한 상태는 위와 같은데 연한 파란색이다 보니 깔끔함은 떨어지는 것 같다. 이는 사용자마다 호불호가 있을 듯하다.
크레마 페블의 액정은 300 DPI의 카르타 1200이다. 위의 사진은 프런트 라이트를 모두 끈 상태에서 찍은 것이며 사진 보정은 하지 않았다. 바탕이 밝은 편은 아니지만, 조명이 충분한 상태라면 무리 없이 읽을 수 있는 정도이다. 실제 화면은 이보다는 좀 더 밝게 보인다. 프런트 라이트는 warm/cold 모두 조절 가능하다.
크레마 페블은 1.8 GHz의 쿼드코어 (락칩 추정), 4GB 램을 장착하고 있어 이북리더로서는 무난하게 사용 가능하다. 다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비해 느리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으며, 이북리더의 한계도 분명하다. 이는 이 기기만의 문제는 아니므로 이북리더를 처음 접하는 사용자들에게는 당혹스럽게 여겨질 수도 있다.
또한 기본 32GB의 내장 메모리를 갖고 있으며, microSD 카드 장착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반면 배터리 용량이 1800mAh여서 적은 편인데, 배터리 소모도 빠른 편이라 배터리 효율에 대해서는 불만을 표시하는 사용자가 많은 편이다. 때로는 갑자기 방전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지만, 내 경우에는 그런 적은 없었다.
전원 버튼이 아래쪽에 있는 것은 불편하였다. 아무래도 위쪽이나 옆쪽에 있는 것보다는 전원 버튼을 누르기가 불편하며, 특히 거치해서 보는 경우에는 더 불편해진다. 또한 충전 포트가 아래쪽에 있는 것 역시 거치해서 충전시 불편할 수 있으나 이는 대다수의 제품들이 그렇기 때문에 크레마 페블만의 문제는 아니다.
아울러 초기에는 제품에 유격이 있다고 하는 사용자도 많았는데, 인투원 측에서는 자체 기준을 내세워 일정 수준 이하의 유격은 불량이 아니라고 하였다. 참고로, 크레마 페블 역시 보위에 기기를 베이스로 한 것으로 추정되며, 수입 및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는 인투원에서 담당하고 있다.
예스24에서는 그동안 주로 마이크로닉스나 오닉스 제품을 베이스로 한 크레마 기기를 출시하면서 이노스페이스에서 수입과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를 담당했었는데 보위에 기기를 베이스로 하면서 드림어스로 변경했고, 이번에는 인투원으로 변경하였다. 인투원은 이북리더 쪽의 경험은 많이 없지만 서비스는 괜찮은 편으로 알려졌다.
크레마 페블의 안드로이드 버전이 11이라 아쉬워하는 사용자도 있지만, 이북리더에서는 10 이상의 버전이면 당분간 (아마도 기기 수명이 다하기 전까지는) 충분할 것으로 생각하기에 이것은 특별히 단점으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기기 자체에는 중력가속도 센서(G 센서)가 내장되어 있다고 하나, 가로모드 혹은 위아래로 자동 회전은 지원하지 않고, 앱에 따라 수동으로만 지원한다. 이 역시 아쉬운 부분이다.
경쟁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오닉스 포크 5S와 비교해 본다. 왼쪽이 포크 5S, 오른쪽이 크레마 페블인데 포크 5S가 좀 더 작지만 무게는 미세하게 더 무겁고 (약 141g), 더 단단한 느낌이 든다. 마그네틱 커버 케이스를 장착할 경우 두 기기의 무게는 거의 유사했다. 다만 스펙은 크레마 페블이 더 좋은 편인데, 금액 차이를 생각하면 당연할 것이다.
포크시리즈의 경우에는 6까지 나와있고, 글로벌 버전인 Go6로 출시되었는데, 이는 이번 사용기에서는 논외로 한다.
결론적으로 크레마 페블은 사용하기에 무난하지만 특별함은 없는 기기이다. 가장 가벼운 무게를 내세우지만 커버 케이스를 사용하면 그 장점은 사라진다. 젤리 케이스도 무게가 가벼운 편은 아니라 기기 자체의 무게만 고려할 수는 없다. 인체공학적 디자인 역시 케이스를 씌우면 상쇄된다.
반면 UI의 불편함(예스24만 사용하는 경우에는 편리할 수도 있음)이나 소프트웨어의 안정성, 배터리 효율, 마감 품질 등은 단점이다. 또한 전작들 대비 높은 금액도 단점이 될 수 있는데, 이는 원가가 계속 상승하기 때문에 예스24 측에서도 고심하는 부분일 것이다.
이 기기를 다른 사람에게 추천할 만 한가? 나는 선뜻 그러지는 못하고 좀 망설일 것 같다. 하지만 복잡한 것 싫어하고 예스24만 이용할 예정이라면 괜찮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면 대안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