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학기는 예전에 비해 수업이 한 주 줄어 들어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사이의 수업 기간이 5주밖에 안 된다. 즉, 중간고사가 끝난 후 기말고사까지 한 달여밖에 안 되는 것. 원래 이 시기는 조금 여유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여유를 느낄 새가 없다.
더구나 중간고사 기간 말미부터 5월 초까지 꽤 길게 여행을 다녀온 여파가 크다. <스토리텔링과생각의진화> 과목은 다행히 중간고사 미응시자 과제 제출로 대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체 과제가 무엇인지 공지를 미리 해 주지 않아서 불안한 마음으로 여행을 떠났는데, 아니나 다를까, 대체 과제 제출 마감일이 여행에서 돌아온 다음날인 5월 6일이었다. 그나마 하루 정도 여유를 두려고 5월 5일에 귀국한 것이 다행이었다. 거기에 마감이 임박한 퀴즈나 토론 제출 등 할 것들이 더 있었다. 밀린 강의도 들어야 했고.
그러나, 가족에게 일이 발생하여 5월 6일에도 과제를 할 시간이 촉박했다. 지난 학기에 이어 이번 학기에도 왜 매번 이러는지 모르겠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늘 있다고 해도.
어찌어찌, 겨우 넘긴 중간고사였다.
중간고사가 지나간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기말고사를 준비해야 한다. 기말고사는 네 과목 시험을 치러야 하고, 두 과목은 대체 과제가 있다. 시험 보는 과목 중에서도 두 과목은 시험과 과제 제출 둘 다 한다. 퀴즈와 토론 제출을 해야 하는 과목도 있다. 이번 학기 과목들은 참 다양한 방법으로 평가를 한다 그것들을 다 준비하려면 앞으로 남은 2~3주 남짓 한 시간도 빠듯할 것 같다.
그런데 5월 말에 부모님의 생신이 있으시고 (두 분의 생일이 일주일 차이), 아버지의 경우에는 올해가 팔순이시라 시골집에 내려갔다 오기로 했다. 하지만 이동 거리가 너무 멀어서 (내 고향은 경남이다...) 날짜를 좀 지나서 현충일이 낀 연휴에 가기로 했다. 내가 운전해서 가야 하기에.
하지만 설마 했는데 <스토리텔링과생각의진화> 과목의 시험 날짜가 하필 6월 8일 저녁이네. 게다가 이번에도 동시 평가다. 이 과목이 한 학기 내내 이렇게 발목을 잡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원래 대체 과제 제출 과목이었다가 갑자기 동시 평가 시험으로 바뀌어서) 끝까지 애를 먹게 되었다.
미응시자 대체 과제 제출은 중간이나 기말 중 한 번 밖에 인정이 되지 않으므로 기말은 무조건 응시해야 한다. 아무래도 당일 아침에 일찍 올라와야겠다. 차가 많이 안 막히면 좋겠다.
이번 학기에 무엇을, 얼마나 배웠는지 잘 모르겠다. 분명 배운 것도 많고 유익한 것들도 있었지만, 애초 내가 사이버대 미디어문예창작학과에 편입해서 배우려고 했던 목적과 목표에 부합하는지는...
순수문학에 좀 더 집중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글을 쓰고 싶어 배우고 있지만, 그리고 글을 많이 쓰게 되기는 했지만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지는 못한 것 같다. 아무래도 시간이 부족하니까. 특히 사색의 시간이 부족하니까.
아직은 채우는 시간. 그러나 과정을 모두 마치게 되면 다시 비우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그보다는 일단 기말고사 준비와 과제 제출에 집중하자.
p.s. 중간고사 과목 중에 가장 어려웠던 과목은 <일본애니메이션의이해>였다. 이 과목은 논술 답안을 평가하는 것이었는데, 주제에 맞춰 제한된 시간(1시간 30분) 내에 3,000자 이상 (A4 두 매 분량)의 글을 써야 했다. 그런데 시험 시스템에서는 특수키의 이용이 불가능해서 글을 썼다가 수정하는 것이 어려웠다. 편집기나 워드프로세서를 이용하면 문장이나 문단 이동도 용이하고 수정도 간단한데... 오로지 스페이스, 백스페이스, 엔터만 가능. 하긴, 지필 시험도 틀리면 지우개로 지우고 다시 쓰는 수밖에 없지만.
시간이 충분할 줄 알았는데 제한 시간이 거의 다 돼서야 제출할 수 있었다. 글자 수를 넘기는 것도 쉽지 않았다. 오래간만에 많이 긴장했다.
과제로 내주어도 될만한 주제를 굳이 시험 답안으로 제출하게 한 교수님의 의도도 이해는 한다. 제한된 상황에서 학생들이 얼마나 순발력 있게, 논리적으로,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글을 쓸 수 있는가를 보고 싶으셨을 수도 있다.
기말고사도 아마 그런 식으로 나올 것 같은데, 이번에는 과연 어떤 주제가 나올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