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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학기가 끝나다

by 칼란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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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기말고사도 모두 끝나고, 4학년 1학기도 마무리되었다. 졸업까지 한 학기만 남았다.


14주, 약 석 달 반 동안의 기간 동안 강의 듣고, 과제하고, 시험 보느라 바쁘게, 정신없이 보냈지만 지나고 나면 늘 아쉬움이 남는다. 강의는 좀 더 꼼꼼하게 들을 걸, 과제는 좀 더 시간을 들여서 할 걸... 시험도 준비를 좀 더 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고. 그때는 압박감에 그냥 그 시간이 지나가기를 바랐지만, 아쉬우면서도 홀가분한 기분이 드는 건 학생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학기는 미디어와 관련된 수업이 많았다. <현대작가론>과 <한국어의미론>을 제외하고는 모두 미디어 관련 수업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각각은 겹치는 부분이 있으면서도 차별점이 있었다.


예를 들어 <스토리텔링과생각의진화>는 스토리텔링과 작법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다루면서도 후반부는 디지털스토리텔링으로 확장되어 영상과 애니메이션, 게임까지 그 영역이 확장된 바 있다. 그러한 커리큘럼은 <영상서사론>과 중복되는 부분이 있었는데, 영상 관련해서는 지난 학기에 수강했던 <영화미학과비평>이나 <희곡과드라마작법>에서도 배운 바 있다. <영상서사론>은 영상과 관련된 서사 전반에 대해 광범위하게 배운 것이기 때문에 다른 영역과 겹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한 번 배웠던 내용을 다시 배우게 되면 처음보다는 익숙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반면 '이미 아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소홀하게 여기게 될 수도 있다.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 <영상으로읽는문화콘텐츠>에서는 영상 (주로 영화)에 담겨 있는 여러 가지 문화 요소 (음식, 환경, 여행, 음악, 축제, 역사, 의상 등)에 대해서 탐구하였고, <일본애니메이션의이해>에서는 열 두 편의 일본 애니메이션 작품을 자세하게 분석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했고, 대부분 여러 차례 본 작품들이라 즐겁게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이번 학기에는 대체 과제보다 시험을 보는 과목들이 많아서 예전보다 부담이 줄었고, 대체 과제 및 기타 과제도 그리 어렵지 않은 것들이라 즐겁게 준비할 수 있었다. 반면, 시험은 아직도 익숙하지 않아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에서 애를 좀 먹었는데, 나는 역시 시험보다는 과제물이 더 좋다. 과제물은 작성할 때는 힘들고, 마음의 부담이 많지만 결과물을 보면 뭔가 했다는 뿌듯함이 들기 때문이다.




애초 문예창작, 특히 순수 문예인 시나 소설 쪽을 생각하고 공부를 시작했지만, 미디어 쪽도 꽤 배우게 되었고, 다른 장르의 문예(수필, 희곡 등)에 대해서도 배우게 된 것은 유익했다. 영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영화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것도 좋았다.


한편, '이러한 내용들을 시간과 돈과 노력을 들여 배울만한 가치가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생각하기 나름일 것이지만,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공부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관련 책 한 권 사서 독파하거나 유튜브 동영상을 보면서 관련 지식을 습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강제성이 부여되고, 평가를 받아야 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꽤 비싼 수업료를 내고 배우는 것이기에 그냥 대충 하게 되면 너무 아깝게 느껴진다. 내 수업료는 강의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수업 진행과 평가에 대한 모든 과정에 대한 비용인 것이다. 씁쓸하긴 하지만, 공부는 역시 어느 정도 강제성이 있어야 하게 된다. 특히, 성인이 된 이후에는.


학점은 나의 노력에 대한 객관화된 지표이지만, 사실 내가 이 학과를 졸업하고 졸업장을 받더라도 그걸 사회에서 내세우거나 보여줄 만한 것은 못될 것이다. 어쩌면 자기만족일 수도 있고, 단지 작가로서의 꿈에 조금 더 다가가기 위한 노력의 증표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단지 그 뿐이다.


실질적으로 나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까? 내가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지금까지 배운 것들을 얼마나 써먹을 수 있을까? 그건 모르겠지만, 넓고 깊게 보는 시각과, 마음가짐에 있어서는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이제 다시 두 달 반 정도의 여름방학이다. 방학 동안에는 책도 좀 더 많이 읽고, 글도 써봐야겠다. 특히, <현대작가론>에서 언급되었던 작가들의 책도 좀 읽고, 그동안 읽으려고 사두었던 책들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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