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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5

5장 긴 평화

by 칼란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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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긴 평화

통계와 내러티브
20세기는 정말로 최악의 세기였을까?
치명적 싸움의 통계 1부: 전쟁의 시기
치명적 싸움의 통계 2부: 전쟁의 규모
강대국들의 전쟁 궤적
유럽에서 전쟁의 궤적
홉스적 배경, 그리고 왕조의 시대와 종교의 시대
주권 국가의 시대에 드러난 세 가지 흐름
반계몽주의 이데올로기들과 민족 국가의 시대
이데올로기의 시대 속 인도주의와 전체주의
긴 평화: 몇 가지 숫자들
긴 평화: 태도와 사건
긴 평화는 핵 평화인가?
긴 평화는 민주주의 평화인가?
긴 평화는 자유주의 평화인가?
긴 평화는 칸트적 평화인가?


일단 통계 얘기 나오니까 벌써부터 싫어하시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주 분량에서는 이게 통계학책인지 교양도서인지 모를 정도로 통계학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왔더랬죠. 통계에 익숙하신 분들이라면 아마 잘 알고 계실 내용이지만 생소하게 느껴지실 분들도 계실 듯합니다. 게다가 설명이 대부분이다 보니 저도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들도 많았어요. 그래서 생각하느라 시간이 좀 더 많이 걸린 듯합니다. 그리고 이제 이 책의 본격적인 시작입니다.


통계와 확률에 대한 얘기가 나왔으니 참고가 될만한 얘기를 잠깐 해보고자 합니다. 이 책에 나온 내용은 아니에요. ^^;;


<확률론>에서는 확률을 수학적 확률, 통계적 확률, 주관적 확률로 나눕니다.


수학적 확률은 수학적 계산으로 딱 떨어지는 건데요, 예를 들어 동전을 던져서 앞면이 나올 확률이 1/2이라는 거죠.


통계적 확률은 동전을 100번 던졌을 때 앞면이 나온 것이 51번이면 51/100이 그 확률이 됩니다. 대체로 통계적 확률은 수학적 확률에 수렴하지만 수학적 확률 계산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우리가 얘기하는 확률은 대체로 통계적 확률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통계적 확률은 수학적으로 좀 더 다루기 쉽게 확률분포함수로 나타내는 경우가 많고요, 그러한 확률분포함수가 굉장히 많은데 가장 대표적인 예가 정규분포(=가우시안 분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문제는 주관적 확률인데요, 수학적으로 계산할 수도 없고 통계를 내기도 어려운 경우에 적용되는 확률이기도 하고, 또는 말 그대로 주관적인 믿음에 의한 확률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주관적 확률은 베이지안 확률처럼 사전확률분포와 조건을 바탕으로 계산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경우에도 객관성은 결여되어 있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주관적인 확률은 타당성과 합리성, 객관성 모두가 결여되어 있는 편이죠. 주관적 확률에 대해서는 <생각에 관한 생각> 함읽 때도 많이 언급이 되었으니 참고가 되실 듯해요.


우리의 직관은 주관적 확률에 가깝지만 꼭 그런 건 아니기도 하고요, (베이지안 확률 같은 경우에는 직관과 다르기도 합니다) 수학적 혹은 통계적 확률과는 거리가 멉니다. 그래서 계산된 확률과 우리의 직관은 많이 다르죠.


그래서 핑커도 이번 장에서 그러한 직관과 확률 계산, 통계 간의 괴리에 대해서 계속 얘기하면서 설득을 하려고 한 듯해요. 애쓴 것은 보였지만 일반적인 독자들에게 얼마나 다가갔을지 모르겠네요.


또한 결정론적 결과와 확률론적 결과에 대한 구분도 필요합니다. 이를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들면 뉴턴의 운동법칙이 결정론적 결과이고, 양자역학이 확률론적 결과라고 할 수 있겠네요. 다만 확률론적 결과라고 하더라도 정해진 확률이 있는 경우(양자역학의 경우)와 그러한 것이 없는 무작위성(랜덤)으로 구분해 볼 수 있겠습니다. 핑커는 역사가 결정론적 결과가 아니라 확률론적 결과라고 이야기합니다. 즉, 역사를 지배하는 법칙 같은 것은 없다는 것이죠.


여담은 여기까지 하고 다시 책의 내용으로 들어가 볼게요~




5장은 역사학자인 토인비와 물리학자인 리처드슨의 비교로 시작합니다. 토인비는 자신의 직관을 통해 미래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남겼습니다. 그러나 리처드슨은 과거 전쟁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분석하여 좀 더 낙관적인 전망을 했습니다. 핑커는 국가 간 전쟁의 장기적인 경향성에 대해 얘기하면서 여러 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인용했지만 그중에서도 리처드슨의 연구결과를 자세하게 소개하려고 합니다.


역사학자 존 가디스가 언급한 대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전례 없이 긴 평화의 시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그 이후에도 한국전쟁과 월남전을 비롯해서 크고 작은 전쟁과 분쟁, 대량살상등이 있었지만요. 그런데 그러한 것들을 무시할 수 있을까요? 아무리 추세를 본다고 해도 개개의 '사건'들이 갖는 의미가 다르니까요.


여러 학자들의 연구 결과는 전쟁으로 인한 사망률이 감소하고 있음을 보여주었지만 그 데이터들에서 단순히 패턴을 추출하고자 하면 아무것도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데이터를 재가공하여 보다 유의미한 결과를 얻어낼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 데이터와 비교하기 위해서 인구대비로 봐야 할 필요도 있고요.


리처드슨의 경우에는 전쟁뿐만 아니라 '죽음의 싸움'이라고 일컬어지는, 폭력의 사용으로 인한 대규모 사망사건들을 분석에 포함시켰습니다. 이것들이 분석 단위가 됩니다.


또한 리처드슨은 물리학자답게 로그를 이용하여 각각의 값의 규모를 재정의했는데요, 이러한 것은 물리학이나 화학에서 pH, 데시벨 등의 정의와 유사하다고 생각하시면 될 듯합니다.


먼저 전쟁의 시기를 보면 시간의 흐름에 따른 전쟁의 발발과 규모에 있어서는 패턴과 주기가 없는 무작위적인 양상을 보입니다. 핑커는 그러한 무작위성을 강조했는데요, 이렇게 연속적으로 낮은 확률로 독립적이고 무작위적으로 발생하는 경우에는 푸아송 분포를 따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것도 많이 이용되는 확률분포함수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인지능력은 이러한 무작위성을 마치 어떤 패턴이 있는 것처럼 인식한다고 하면서 몇 가지 사례들을 얘기합니다. 이는 제가 위에서 직관과 확률 계산 간의 차이를 얘기한 것과 같은 맥락이죠. 그러나 그러한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무작위성에서는 패턴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전쟁이 발발했던 것이 과연 무작위적으로, 즉 아무 때나 나타났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전쟁은 계획적(물론 계획적이고 전쟁 준비를 하기는 하지만 시간텀으로 봤을 때는 그러한 척도는 무시될 수 있을 듯합니다) 우발적으로 발발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듯해요.


또한 대부분의 전쟁은 2년 이내로 짧게 끝났고, 1년 이내로 끝난 경우(대부분 규모가 작은 전쟁)도 많았습니다. 다만 규모가 커질수록 전쟁 기간도 길어지는 양상이 있었네요.




그러나 전쟁의 시작과 끝이 무작위적이라고 하더라도 시간에 걸쳐 봤을 때 전쟁의 발생이 감소하는 양상을 확인하고 싶었는지 좀 더 복잡한 분석 방법을 이용하였는데요,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진 않았습니다만 결론적으로는 '감소하는 패러미터의 비정규적 푸아송 분포'라는 거네요. 좀 억지스럽지만 뭔지는 알 것 같... 지 않습니다. ㅋ


그리고 전쟁의 발발이 무작위적이라고 하더라도 개별적 사건에는 결정적인 원인이 있었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의 원인이 된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의 대공 암살이 있었고, (범인인 가브릴로 프린치프가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고 했죠) 제1차 세계대전의 결과는 제2차 세계대전의 확률을 높였다고 보니까요. 물론 전쟁이 어떤 단순한 원인에 의해 발발하지는 않고 복잡한 원인과 인과관계의 얽힘으로 인해 발생하지만요.


리처드슨은 전쟁의 빈도뿐만 아니라 규모에 대해서도 분석했습니다. 앞서 빈도의 경우에는 무작위적이었지만 규모를 고려하면 어떤 패턴이 보이는 듯하네요. 작은 규모의 전쟁은 상대적으로 수가 많았지만 감소하는 추세를 보여주었고, 큰 규모의 전쟁은 상대적으로 수가 적지만 증가하는 추세였다는 것입니다.


리처드슨이 전쟁의 사망자 수와 그 빈도를 로그-로그 그래프로 나타낸 것을 보면 선형감소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원래의 척도로 나타내면 지수감소(또는 거듭제곱 법칙 분포)하는 양상인데요, 대략 사망자 수가 10배 증가하면 빈도는 1/3로 감소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패턴은 다른 연구자들의 결과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이는 과거의 결과를 바탕으로 나타난 결과일 뿐, 전쟁 자체가 그러한 패턴을 따르는 것도 아니고 어떤 제한요소(전쟁을 멈추게 하는)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또한 이러한 분포는 두꺼운 꼬리를 갖게 하는데요, 이 꼬리에 해당하는 값은 극단적이긴 하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제1,2차 세계대전이 그러한 예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러한 것은 국가 간 동맹 혹은 합병 등 그 규모가 커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동맹의 규모와 사망자수가 비례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밖에도 게임 이론 (소모전 게임, 죄수의 딜레마, 공유지의 비극, 달러 경매 등)을 통해 역설적인 상황을 얘기합니다. 이러한 역설적인 상황에서는 임의의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유리하며, 이러한 대기 시간은 기하급수적인 분포로 나타납니다.


전쟁에서 군인들이 일정한 비율로 사망한다면 기간이 길어지면 전체 사망자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며(선형적일 것 같은데요?), 전쟁이 소모전이라면 그 기간도 지수적으로 분포할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조합에 의해 규모의 분포가 거듭제곱법칙 분포로 나타난다고 하는데요, 이 부분은 머릿속으로 그려봐도 잘 모르겠네요. 사실 이 통계분석들은 잘 와닿지 않고 또 정리하기도 쉽지가 않았습니다. 이건 앞뒤 문맥을 다시 보고 좀 더 생각해 봐야겠어요. ^^;;


그리고 살인에서 세계대전에 이르기까지 모든 규모의 치명적인 싸움으로 인한 사망자의 비율을 추정했을 때 약 1.6%였다고 하네요. 전쟁으로 인해 죽은 사람의 수가 다른 폭력적 사망 원인에 비해 2%도 안 된다는 것이 의아했는데요, 그렇게 전쟁으로 사망한 사람 중에 77%는 제1,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사망했다고 하네요. 그렇게 보면 그 세계대전의 결과가 정말 끔찍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직 5장에서의 논의가 끝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뒷부분을 더 보아야겠지만 따라가기가 만만치는 않네요. 통계분석이나 그래프의 의미나 설명 하나하나를 다 따라가는 것도 무리고요. 학교 수업시간은 아니니까요. 그러나 핑커가 이러한 결과를 가져와서 '긴 평화'의 원인에 대해서 분석하는 이유는 그 자신도 그 원인을 밝히는 것이 쉽지 않았음을 알았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러니 대략적으로 양상만 기억해 둬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쟁은 무작위적으로 발생했고, 사망자 규모가 커질수록 그 빈도는 지수적으로 줄어든다는 것을요. 또한 대량살상이 일어날 수 있는 세계대전은 그 발발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불가능하지도 않는다는 것도요.


그렇게 보면 지금도 전쟁 중인 국가들은 그러한 무작위성에 포함되는 것일까 싶기도 합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도 수십 년간 쌓인 갈등이 원인이고 언제든지 터질 수 있는 화약과 같은 것이었으니까요. 비단 그 국가들 뿐만 아니라 그러한 갈등이 쌓인 화약은 전 세계 곳곳에 있고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닙니다만.




우선 리처드슨의 연구 결과를 요약하는 것으로 시작했는데요, 강대국들, 유럽들의 전쟁 궤적을 추적하는 과정은 통계적인 방법을 따르다가 이후부터는 다시 내러티브로 전환이 됩니다. 그런데 그러한 설명과 서사가 계속 이어지다 보니 지루하기도 했고, 흐름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네요. 집중해서 읽지 않는다면 저자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놓칠 수도 있는 듯해요. 그래서 띄엄띄엄 읽기보다는 단시간에 집중해서 읽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튼 이해와 정리에 다소 어려움은 있었지만 (그리고 저도 태블릿으로 정리하려니까 노트북보다는 좀 불편한 점이 있지만) 그래도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5장의 제목은 '긴 평화'인데요, 핑커는 현재의 긴 평화의 시기가 정말로 긴 평화의 시기인지를 규명하는 과정이 되는 듯합니다. 그리고 어떻게 그러한 긴 평화의 시기가 가능해졌는지도 고찰해보고자 했습니다.


리처드슨의 연구 결과에 이어 핑커는 레비의 연구 결과도 인용합니다. 이는 일부 공간적, 시간적 범위에 대한 전쟁의 궤적을 데이터셋으로 나타낸 것이었는데 핑커가 이를 2000년까지 확장했네요. 이로부터 강대국들, 유럽국가들의 전쟁이 궤적이 가시적으로 드러납니다. 사실 강대국들이라고 한 것이 유럽의 주요 국가들이기 때문에 유사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듯해요.


그러한 궤적에서 전쟁의 빈도와 지속시간, 그리고 파괴력을 보았는데요 이 역시도 리처드슨의 결과와 유사했습니다. 즉 빈도와 지속시간은 감소하고 파괴력은 증가했다는 것이죠. 이는 전쟁을 하는 단위가 커짐에 따라 나타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브레케(?)가 좀 더 많은 데이터를 이용해서 분석한 결과도 보여주었습니다. 이경우 서유럽과 동유럽을 구분해서 보여주었는데 서유럽의 분쟁수는 감소하는 추세인 반면 동유럽국가 들은 분쟁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 수도 17세기초 종교전쟁과 18세기말~19세기초의 프랑스혁명&나폴레옹 시기, 제1,2차 세계대전이 피크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거의 전쟁은 명분이 있었고, 홉스가 말한 싸움의 세 가지 원인에 해당하며, 필연적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리고 통치자들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했죠.




루어드는 그러한 유럽에서의 분쟁을 다섯 가지의 시대로 구분했는데요, 위에서 언급된 소제목들은 그러한 시기로 구분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을 것입니다.


1. 왕조 시대: 왕조가 성립되며 통치와 권력 유지를 위해 전쟁을 하게 됨.

2. 종교 시대: 종교 간 갈등으로 전쟁을 하게 됨. (특히 가톨릭과 개신교 간)

3. 주권 국가 시대: 점진적인 주권 국가의 통합으로 빈도는 적어지고 피해는 커짐. 이는 '군사혁명'의 결과임 (전문적인 상비군 양성)

4. 민족국가 시대: 프랑스혁명과 나폴레옹 전쟁 이후 유럽에 민족주의가 성행함. 민족주의적 갈망으로 독립전쟁 발생. 제1차 세계대전의 직접적인 발발 원인.

5. 이데올로기 시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이데올로기가 지배하게 됨.


이에 대해 마이클 하워드는 지난 두 세기를 계몽주의적 인도주의, 보수주의, 민족주의, 유토피아적 이데올로기라는 네 가지 힘이 작용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특히 보수주의와 민족주의는 계몽주의에 반대되는(대항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것을 보면 각각의 전쟁이 결과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원인이기도 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민족주의와 보수주의가 합쳐지면서 전제군주국가들도 등장했습니다. 여기에 전쟁을 문제의 해결책으로 보는 군국주의 국가들도 등장했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전쟁을 야기하게 되었습니다.


윌슨의 '민족자결주의'는 그러한 민족주의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었는데요, 이는 특히 식민지 국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죠.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3.1 운동의 직접적인 요인이 되기도 했고요.


또한 UN과 같은 국제적인 리바이어던이 긴 평화에 기여한 바는 있지만 한계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분쟁을 피하기 위한 국제중재재판소나 전쟁에 대한 국제규약인 제네바 협약 같은 것도 생겼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은 여러 면에서 의미를 갖는데요, 이젠 의도적인 전쟁의 개시가 더 이상 정당화될 수 없다는 인식이 보편화되었습니다. 특히나 명예를 놓고 벌이는 결투와 같은 전쟁은 웃음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를 합니다.


또한 제1차 세계대전은 수많은 문학작품에서 다뤄지면서 전쟁의 비극과 허무함, 인간성의 상실에 대하 비판적인 시각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한 작품들을 통해 독자들도 전쟁의 비극과 고통에 공감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여기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대규모 갈등의 현저한 감소와 전쟁 및 국제 관계의 진화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데요, 여러 맥락에서 "제로"라는 놀라운 통계를 강조합니다. 핑커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다음의 사건들이 한 건도 없었다고 말합니다.


- 핵무기의 사용

- 냉전 중 초강대국 간 전투

- 1953년 이후 강대국들 간 전쟁

- 서유럽에서의 국가 간 전쟁

- 주요 선진국들이 정복을 통해 영토를 확장하지 않았음

- 정복을 통해 국제적으로 인정된 국가가 소멸된 경우가 없음


핑커는 이러한 "제로"들을 역사를 통해 폭력이 감소하게 만든 심리적 변화에 기인한다고 설명합니다. 전쟁의 심리적 측면들, 즉 지배와 복수 등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러한 것들이 국가 차원에서 작용하지 않아 전쟁 빈도를 감소시켰다고 합니다.


긴 평화가 우연은 아니며 지도자와 대중의 사고방식도 바뀌었음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명예에 대한 것도 사라졌죠. 1962년 쿠바사태에서도 보듯이, 명예보다는 실리를 더 추구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한 지역에서 폭력이 감소하면 다른 곳에서 폭력이 증가한다는 '폭력 보존의 법칙'이나 한 지역에서 폭력이 압축되면 다른 쪽에서 솟아오르는 '수력의 법칙'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죠. 하지만 이런 장기적인 평화가 영원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고도 경고합니다.


징병제 감소와 인구 대비 군대 규모의 감소, 국경의 획정, 비전투 기능의 외주화 및 로봇, 드론과 같은 첨단 기술의 사용은 전쟁 감소에 기여한 요인으로 언급됩니다.


하지만 국경분쟁에 대해서는 이스라엘의 예시를 들었는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전쟁은 지금도 진행 중이라는 점이 아이러니컬하고, 또 이 책에서 언급된 것 중 많은 것들이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진형형이라는 점에서, 핑커는 지금의 상활들을 어떻게 보고 있을지, 지금도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또한 미국과 유럽의 전쟁에 대한 태도 변화와 베트남 전쟁에 대한 항의와 같은 전쟁에 대한 대중 저항의 역할도 언급됩니다. 그리고 군대 (미해병대의 예시)의 경우에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이어서, 이 긴 평화가 핵무기의 존재 때문인지를 검토합니다. 핵무기의 사용은 인류의 파멸을 가져올 것이기에 누구도 섣불리 강요할 수 없는 전쟁 억제 효과를 가지고 있지만, 장기 평화의 유일한 이유는 아니라고 말합니다. 핵무기를 금기시하고, 핵무기 보유 자체에 대해서도 낙인을 찍는 현상도 생겼는데 이는 과거 독가스의 사례와 유사하다고 지적합니다. 이는 독가스나 핵무기 등에 대한 혐오감이 반영된 것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국제적인 협약을 통해 핵확산을 금지하게 되었죠. 그럼에도 북한처럼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못하는 국가들은 여전히 있고요.


핑커는 또한 이 긴 평화가 민주주의적 평화인지를 검토합니다. 물론 역사적으로 민주주의 국가의 경우에도 전쟁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추세선은 올바른 방향을 향하고 있으며, 그것이 역사의 법칙이 되기도 했습니다. 러셀과 오닐 등은 민주주의와 전쟁 간의 관계를 다중회귀분석방법을 이용해서 분석했는데요, 민주주의 국가들의 경우 전반적으로 분쟁을 피하는 경향이 있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전쟁 자체가 별로 없었기에 민주주의와 연결해서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민주주의를 좀 더 한정적으로 생각해서 자유주의로 해석할 경우 (정치적, 경제적 자유를 강조라는 고전적 자유주의)에는 좀 더 긍정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핑커는 그 자유주의를 자본주의, 혹은 신자유주의로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네요. 전쟁보다는 자유무역을 통한 이득이 더 크다는 것을 강조하고, 상업의 진정효과가 민주주의의 진정 효과보다 더 크다고 했지만 그렇게 말하기 위해서는 전제될 것들이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긴 평화가 칸트적 평화인지를 고찰하는데 4장에서 언급됐던 칸트의 영구평화론 3원칙 중에서 '자유국가연합'은 실현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이는 세계 정부 (국제적 리바이어던)와 같은 형태가 아니라 정부 간 조직 (IGO)의 형태로 나타나며, 여러 영역에서 국가의 정책을 조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전쟁을 막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하죠.


이러한 국제기구와 민주주의, 무역은 전쟁을 억제하는 삼각형의 꼭짓점을 이루었습니다. 민주주의는 평화를 선호하고, 무역은 평화를 선호하며, 정부 간 기구에 가입하는 것은 평화를 선호합니다. 이들은 칸트가 말한 삼각형의 현대적 대응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말미에서 핑커는 선진국들 사이의 전쟁에 대한 최근의 회피가 기술 발전과 정보의 확산으로 인한 것인지, 역사적 경험에서 얻은 교훈이 현재 전쟁과 평화에 대한 태도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질문합니다. 그러한 얘기는 다음 예 계속 나올 것 같네요.




생각보다 분량이 좀 많았고, 이번에도 약간의 통계+정성적인 내용, 그리고 인용들이 많다 보니 조금 지루하게 느껴지셨을 것 같기도 한데요, 그래도 내용의 이해는 전반적으로 용이한 편이었던 듯해요. 몇 가지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생각해보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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