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10장
앞서 6장에서 다윈은 자신의 이론의 난점에 대해 네 가지를 언급했었는데요, 7장에서는 그중 세 번째인 본능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이 부분은 조금 의외였습니다. 본능은 사실 생물학적으로 규명하기 어려운 영역인데요, 당시 생물학이나 의학이 그러한 수준이 되지 못했을 텐데 다윈은 그것까지도 염두에 두었고, 진화로 설명하고자 했으니까요.
이 장에서 다윈은 먼저 본능을 습성과 구분하였으며, 본능이 점진적으로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고찰합니다. 그러한 본능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가변적이며, 자연적인 본능과 길들여진 본능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본능이 가변적이며, 그 변이가 대물림된다는 것은 앞서 자연선택에 의해 작은 변이가 대물림된다는 진화 이론과 맥을 같이 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본능과 관련하여 자연선택 이론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점도 인정합니다. 그러나 이 이론을 적용하여 여러 동물들의 예시를 들면서 설명하고자 하였네요. 이 정도가 7장의 요약이 될 것 같아요.
그런데 본능과 습성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으며, 그 구분이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가 말한 대로 본능과 습성은 유사점이 많으니까요. 그는 습성이 대물림된 것이 본능이라고 얘기하는데 그렇다면 결국엔 습성의 일종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습성은 후천적인 측면이 많기 때문에 그것이 대물림(유전) 될 수 있는가라는 측면에서는 반론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마치 리처드 도킨스가 문화의 유전을 설명하기 위해 'meme'라는 개념을 도입한 것과 비슷하게요)
여기에서는 본능에서도 약간의 변화가 일어나고 그것이 종의 생존에 유리한 점이 있다면 그러한 본능이 보존되어 계속 전해질 것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즉, 이로운 변이들이 축적될 것이라는 점이죠. 그래서 "자연은 도약하지 않는다"는 명제를 신체 기관뿐만 아니라 본능에도 적용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본능은 소위 고등한 동물이나 하등 한 동물이나 마찬가지로 작용합니다.
그러한 본능은 오로지 자신의 종을 위한 것 (개체 혹은 집단으로서)이지 다른 종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인간처럼 다른 종의 본능을 이용하는 종들도 있기는 하죠. 또한 그러한 본능은 완벽한 것이 아니라 오류도 있고, 때로는 개체에게 위험을 안기기도 합니다.
자연 상태에서 본능의 변이가 대물림될 가능성 혹은 개연성에 대해서는 습성과 우연적인 변이의 선택이 정신적 특질을 변화시켰을 것이라는 가정을 합니다. 그러면서 가축 (혹은 반려동물)의 예를 들어 설명을 하는데요, 이는 일종의 길들여진 본능인데 자연선택에 의한 것보다는 더 가변적입니다. 또한 가축화되면 자연적인 본능은 사라진다고 하죠. 이것도 가축으로서의 습성이 대물림되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서도 우선 사람들에게 친숙한 대상으로 인위적인 면부터 시작해서 자연으로 확장해 나가는 방법을 적용하고 있네요.
그러면서 여러 동물들이 예시도 들었는데 특히 꿀벌(벌집 짓기)과 개미(노예 만들기) 이야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다윈은 꿀벌과 개미에게 감명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어쩌면 꿀벌 때문에 이번 장을 썼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드니까요. (따개비에 대한 집착을 생각하면 꿀벌에 대해서도 능히 그럴만했다고 생각되죠. ㅎ) 그런데 그러한 집단생활을 하는 사회적 곤충은 또 대부분의 개체가 불임(생식능력이 없음)이라는 특성을 보입니다. 한 여왕벌 혹은 여왕개미에게서 태어나 유전적으로 유사한 특성을 갖는 것이 본능의 대물림에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지 생각해 보는 것은 흥미로운 대목이네요.
그러한 본능은 상당히 복잡하게 발달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러한 것들도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라 단순한 형태에서 점진적으로 발전(진화)했을 것이라고 하며, 개체군 즉 집단적으로 점차 강화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본능은 정신적인 측면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명확하게 보이기 어려운 면이 있고, 이로 인해 자연선택을 통해 복잡한 본능의 진화를 설명하는 데는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현재의 발전된 생물학에서는 그러한 본능이 어느 정도는 유전정보에 의해 전해지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유전적인 요인과 환경적인 요인의 상호작용, 그리고 학습 등도 연관 지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윈이 주장한 자연선택 역시 여전히 그러한 본능의 유전에 대한 설명의 근간이 되고 있습니다.
이렇듯 이 장에서는 본능의 진화를 통해 자연선택의 광범위한 원리를 설명하며, 본능의 발달이 다윈이 옹호하는 점진주의적 접근을 뒷받침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다윈은 본능이 어떻게 적응하고 변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본능이 특별한 창조물이라는 개념에 반대하고 본능을 자연 진화 과정의 산물이라고 주장합니다.
결론적으로 본능 또한 신체적 특성과 마찬가지로 진화적 압력의 영향을 받으며, 종의 생존에 더 유리한 쪽으로 진화합니다. 어찌 보면 이 또한 단순한 내용이지만, 신체 기관보다는 덜 직접적이기에 반신반의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8장은 "잡종"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는데 원제는 'Hybridism'이라서 '잡종주의'라고 하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영어의 'hybrid'는 대체로 긍정적인 측면 (장점만 결합한)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반면 '잡종'은 부정적인 측면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이는 잡종이 인위적이거나 혹은 원치 않는 결과인 경우가 많아서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아울러 우리가 보통 말하는 잡종은 엄밀히 의미에서의 생물학적 잡종은 아닙니다. 대체로는 종 내의 교배를 통한 잡종 (품종 혹은 아종간)을 의미하니까요. 다윈이 말하는 잡종은 '종 또는 변종 간의 잡종'이라는 것을 먼저 염두에 둬야 할 것 같습니다.
다윈의 시대는 종에 대한 개념 자체가 아직 정립되지 않았고, 에른스트 마이어가 생식능력으로 구분했던 것도 20세기 중반에 들어와서였지만 (그것도 이젠 구시대적 발상이 되어 버렸지만요) 어느 정도는 외형과 교배 가능성을 통해 구분했던 것 같습니다. 다윈 역시 이 책에서 나름대로 '종'의 개념을 정립하고(분류학적 유사성이라는 용어를 썼지만 그것이 절대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은 듯합니다) 그 기원을 추적해가려고 했습니다.
다윈은 종 내 개체 간 차이가 커져 변종이 되고, 변종이 원래의 종과 생식이 불가능해짐으로써 별도의 종으로 분화하는 과정에서 생식능력이 어떻게 작용할 것인가 하는 것을 살펴보았습니다. 만약 변종이나 다른 종으로 분화된 후에 생식능력을 가질 수 없다면 그렇게 분화된 의미가 없을 테니까요. 그래서 자신의 이론의 난점 중 네 번째로 제시한 것 같습니다.ㅣ
그는 이종 교배된 종들의 불임이 종 간 교배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 박물학자들의 통념을 비판하고, 불임은 다른 차이의 부수적인 결과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아울러 두 가지 유형의 불임, 1세대 이종 교배의 불임성과 그 잡종의 불임성을 구분했습니다. 순수종은 생식 기관이 완벽하게 작동하더라도 이종간 교배 시 자손을 낳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잡종은 기능적인 생식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생식 능력에 장애가 있습니다. 그러한 이유를 몇 가지 가정을 들어 설명하고자 했네요.
이 장에서는 쾰로이터와 게르트너의 연구를 많이 참조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식물 교잡 연구를 통해 잡종의 다양한 불임 정도를 기록하였는데, 그래서 식물 얘기가 좀 많이 나왔네요. 이들의 관찰에 따르면 불임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매우 다양할 수 있고,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다들 '동물과 식물은 다르지 않나?'라고 생각하셨을 것 같아요.
그는 공통 조상의 후손으로 여겨지는 변종과 그 잡종 자손의 생식력에 대해 논의하며, 이러한 것이 생식능력에 근거한 종의 구분을 약화시킨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밀접하게 관련된 종(또는 변종)이 잡종 생식력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사례들도 보여주었습니다.
밀접한 교배를 피하면 잡종이 여러 세대에 걸쳐 생식력을 유지할 수 있으며, 식물의 접목 비유를 통해 잡종의 생식 성공 또는 실패가 특정한 진화적 적응보다는 미묘한 생리적 호환성에 의존하는 부수적인 것일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틀린 생각이죠.
현재의 생물학에서는 이종 교배가 어려운 이유는 염색체의 수가 다르기 때문으로 보고 있으며, 설사 교배를 통해 자손이 태어나더라도 생식세포의 감수분열이 일어나지 못해 생식능력이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는 어느 정도는 확률적인 면도 있어서 다소의 가능성의 분포를 보이며, 다윈 역시 이 부분에 주목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마도 1세대 이종 교배의 자손보다는 잡종 간 혹은 그 후손들 간의 교배에서 생식능력의 유무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 것 같네요.
아울러 가축화가 불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언급하면서, 여러 야생 조상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많은 가축화된 동물이 생식력이 증가하여 특정 조건에서 불임이 완화될 수 있다는 것도 보여주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다윈은 이종간 교배에서의 불임은 종의 혼합을 막기 위해 부여된 고정된 형질이라기보다는 생리적 차이와 환경 조건 등 복잡한 요인들의 상호작용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종 자체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는 생각과도 연결되어 있으며, 종의 분화 과정에서의 중간단계 혹은 과도기적인 변종의 생식이 얼마나 가능한가에 따라서 그 분화가 이루어지거나 혹은 그러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앞서 다윈은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라는 개념을 주장하면서 그에 대한 근거들과 이론의 난점들을 조목조목 제시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당시의 독자들은 다윈의 주장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 판단하기 어려웠을 것 같아요. 특히나 진화가 매우 긴 시간에 걸쳐 이루어진 것이라면 그 긴 시간 동안의 기록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겠죠.
진화에 대해 사람들이 생각하는 수준은 (아무런 기본 지식이 없다는 가정 하에) 지금이나 당시나 별반 다를 바 없었을 것 같은데요, 지금도 진화에 대해 적절한 지식을 갖추지 않은 경우에는 여러 가지 터무니없는 반론을 제기하기도 하죠. 가장 흔한 주장이 'missing link'에 대한 것인데 아마 당시에는 더 그랬을 것 같아요.
9장의 제목에서 '지질학적 기록'은 주로 '화석'을 의미하지만 지층 등 연대기를 파악할 수 있는 것들도 그러한 기록에 포함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다윈은 원래 지질학자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지질학, 특히 지층에 관심이 많았고 지층에서 나타나는 화석에도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었을 것 같아요. 현생종들은 생물이나 표본을 관찰할 수 있지만 과거의 생물들 (특히 멸종된 생물들)의 경우에는 화석으로 밖에 증거를 찾을 수 없으니까요.
그러나 당시는 생물학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진화론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화석이 필수적이었고, 그 지질학적 기록이 불완전하다는 것에 대해 변명 아닌 변명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장에서는 계속 무수한 중간 변종의 부재를 이야기합니다. 이러한 부재는 주로 진화의 역사를 연속적으로 기록하지 못한, 즉 완전한 기록이 없는 지질학적 기록의 불완전성에서 기인한다고 했죠.
찰스 라이엘의 <지질학의 원리>가 당시 베스트셀러였고, 다윈 역시 그 책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지질학적 변화가 천천히, 점진적으로 일어난다는 개념은 다윈의 진화 이론에도 영향을 미쳤죠. 그러한 시간의 축적이 결국 진화의 핵심적인 내용이며, 다윈이 진화의 연대기를 지질학적 기록으로 확인하고자 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을 것입니다.
9장은 다윈의 진화론에 대한 주요 비판, 특히 밀접하게 관련된 종을 연결해야 하는 과도기적 형태(중간 연결 고리)의 부재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다윈은 이러한 과도기적 형태의 부재를 자연선택의 원리 자체로 설명하는데, 자연선택은 중간 형태를 보다 적응된 종으로 계속 대체하기 때문에 중간 연결 고리가 거의 보존되지 않는다는군요.
또 한 가지, 다윈은 두 종 간을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중간 형태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두 종 간의 공통 조상 사이의 중간 형태를 찾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지적인데요, 다윈이 당시 진화론을 주장했을 때 '원숭이가 사람으로 진화했다'라거나 '사람과 원숭이가 사촌이다'라는 식으로 받아들인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어떤 종이 다른 종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공통조상에서 종이 분화되어 나간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 거죠. '공통 조상'이라는 개념은 '생명의 나무' 개념에서도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중간 연결 고리라고 볼 수도 있겠죠.
게다가 화석으로 발견되는 고생물들의 종 분류, 종과 변종의 구분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종의 구분이 너무 세분화되다 보면 그것을 이용한 연대 측정이나 진화의 과정을 추적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고, 변화 과정을 놓칠 수도 있습니다.
계속해서 다윈은 지질학적 기록이 기대만큼 완전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데요, 그는 종의 선택적 보존과 화석화에 필요한 조건에 대해 설명하며, 일부 종만이 보존될 가능성이 있고 그마저도 일반적으로는 일부만 보존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그는 퇴적 작용이 충분히 빠르게 진행되어 화석이 부패하기 전에 유물을 덮어야 하지만 그렇게 빠른 퇴적은 흔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다윈은 지질학적 시간의 개념을 확장하여 관련된 시간 척도가 지금까지 연구된 지층에서 볼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방대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지구의 역사가 보존되지 않았거나 침식 및 지각 활동과 같은 과정으로 인해 유실되었기 때문에 현재의 지질학적 기록에서 많은 부분이 누락되었다고 추론합니다.
당시에는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하여 암석의 연대를 측정하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지층을 보고 대략의 연대를 추정하고, 그 지층에서 나오는 화석을 통해 그 생물의 연대 또한 추정하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역으로 화석을 보고 지층의 연대를 추정하기도 했죠. 그러다 보니 오차가 꽤 클 수밖에 없고 지층 연구의 문제점들로 인해 일관된 주장을 하기에도 한계가 있었던 것이겠지요.
또한 다윈은 화석 기록에 나타난 종의 갑작스러운 출현이 순간적인 생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인 진화가 일어난 것이지만 지질학적 기록으로는 그 시간을 다 담을 수가 없기 때문에 공백처럼 보인다고 합니다. 갑자기 나타난 것처럼 보이는 종도 기록되지 않은 긴 진화 역사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그 진화의 시간은 상대적이라서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 진화가 일어났을 수도 있고, 훨씬 긴 시간에 걸쳐 일어났을 수도 있습니다. 이건 도킨스의 책들을 통해 부연할 수 있을 듯해요.
그리고 최하층으로 알려진 화석층에 근연종으로 알려진 집단이 갑작스럽게 출연하는 이유, 즉 과거에 생물들이 그렇게 많이 나타났던 이유에 대해서는 다윈도 설명하지는 못합니다. 지구상에 그렇게 몇 번의 폭발적인 번성과 대멸종이 있었지만 그러한 것들의 이유도 아직 밝혀내지 못한 것들도 많죠.
그는 여러 지역의 화석 기록을 상호 연관시키는 데 따르는 어려움과, 불완전하고 간헐적인 지질 지층을 해석하는 데 따르는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지층이 연속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아 불완전하거나 혹은 지층이 연속적이라도 하더라도 생물이 화석으로 남는 확률이 낮은 것이 결국 그 이유겠죠. 그는 이러한 불완전성으로 인한 어려움을 인정하면서도 자연선택 이론의 타당성을 주장하였고, 이를 위해 이 문제를 포괄적으로 논의했습니다.
비록 지질학적 기록의 한계로 인해 진화의 역사를 완벽하게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그러한 불완전성에도 불구하고 자연선택을 통한 종의 점진적 진화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볼 수 있음을 강조합니다.
마지막으로 다음의 인용으로 마무리할게요. (9장 마지막 단락입니다)
라이엘 경의 비유를 따르자면, 나는 지질학적 기록이란 것은 마치 변화하는 방언으로 저술되었으며 불완전하게 남겨진 세계사와 같다고 생각한다. 이 역사에 대해서 우리는 경우 두 세 세기만을 다루는 마지막 책 한 권만을 가지고 있을 따름이다. 그리고 이 마지막 책 한 권조차도 여기저기에 짧은 장만이 남아 있을 뿐이며, 매 쪽마다 겨우 여기저기 몇 줄만이 남아 있다. 이 역사를 서술하고 있는,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언어 속에서 각각의 단어들은 드문드문 이어진 장들에서 많이 다를 때 혹은 조금 다를 때도 있다. 이 단어들은 이어져 있기는 하지만 멀찍이 떨어져 있는 지층들에 파묻힌, 급작스럽게 변화하는 생명체들을 표상한다. 이런 시각으로 보면 앞에서 논한 어려움들은 크게 감소하거나, 심지어 사라질 수도 있다.
여기까지의 내용인데 아마 대체로 아시는 내용일 것 같아요. 지금은 진화 연구에 있어서 화석 기록의 중요성이 예전보다는 덜해졌지만 그래도 진화를 가장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기는 하죠. 간혹 박물관에서 화석을 보면 여전히 신기하기도 하고요. 그러니 당시 사람들은 더 그랬을 것 같습니다.
10장을 시작하기에 앞서 먼저 챕터 제목을 보겠습니다. 여기서 '유기체'는 원문에서는 'organic beings'라고 되어 있는데요, 이는 당시에 '생명체'를 지칭하는 용어로 일반적으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당시에도 유기물과 무기물의 구분은 있었고 특히 유기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었는데요, 과학 기술 수준이 지금보다는 낮았기 때문에 유기화학이나 생화학도 지금보다는 못했죠. 그럼에도 생명체를 그러한 유기물의 발전한 형태로 본 것은 어쩌면 유물론적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고, 진화의 측면에서 생명체가 변화하고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기본 가정이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천이'라는 말도 이 책에서 자주 등장하긴 했는데요, 원문에서는 'succession'이라서 앞에서 '계승(descent)'이라는 표현과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서 알아봤습니다. 이게 진화론에서는 명확한 구분이 있네요. (찾은 내용을 번역본의 용어에 맞추어 다시 정리해 보았습니다)
진화 생물학, 특히 찰스 다윈의 연구 맥락에서 '천이'와 '계승'이라는 용어는 서로 다르지만 관련된 개념을 가리킵니다:
1. 천이
- 정의: 천이는 일반적으로 화석 기록에서 지질학적 시간에 따라 종 또는 종의 그룹이 나타나고 사라지는 순서를 의미합니다. 이는 특정 생태학적 또는 지질학적 환경에서 새로운 종이 오래된 종을 대체하는 순서 또는 일련의 사건을 의미합니다.
- 문맥적 사용: 다윈은 유기체들의 지질학적 천이를 논의할 때 서로 다른 지층이나 시대에 걸쳐 서로 다른 생명체가 어떻게 서로를 따르는지에 초점을 맞춥니다. 이 개념은 다양한 진화 압력으로 인한 생물 다양성의 시간적, 공간적 변화를 강조합니다.
- 시사점: 천이가 반드시 연속된 종 사이의 직접적인 유전적 관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생태계 내에서 생태학적 또는 지리적 교체와 변화를 나타내며, 이는 더 광범위한 진화적 추세, 적응, 멸종에 의해 주도될 수 있습니다.
2. 계승
- 정의: 혈통(genetic lineage or hereditary)이란 형질과 특성이 조상으로부터 후손에게 전달되는 유전적 계통 또는 유전 과정을 의미합니다. 이는 세대 간의 생물학적 연결과 연속성을 강조합니다.
- 문맥적 사용: 다윈의 진화론의 틀에서 볼 때, "변이를 동반한 계승"은 종의 진화를 설명하는 핵심 메커니즘입니다. 계승은 새로운 종이 공통 조상으로부터 어떻게 발생하여 환경에서 생존하고 번식할 수 있는 변형과 적응을 획득하는지를 설명합니다.
- 시사점: 혈통은 생물 다양성과 종 형성의 동인으로서 돌연변이, 자연선택, 유전적 이동과 같은 진화 과정을 강조하면서 종 간의 유전적, 유전적 연결을 강조합니다.
주요 차이점
- 연결의 본질: 천이는 종의 생태적 또는 시간적 교체에 관한 것으로, 반드시 직접적인 유전적 또는 조상적 연결을 의미하지 않고 다양한 환경적 및 진화적 요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혈통은 유전적 유산과 혈통에 초점을 맞춰 종들이 공통 조상으로부터 어떻게 진화하는지를 자세히 설명합니다.
- 강조: 천이는 화석 기록과 시간에 따른 생태적 틈새에서 관찰된 패턴을 강조하는 반면, 계승은 조상 형태에서 새로운 종이 출현하는 유전적 및 진화적 메커니즘에 관심을 갖습니다.
- 범위: 예를 들어, 서로 관련이 없는 종들이 유사한 선택 압력(수렴 진화)으로 인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유사한 생태적 틈새를 점유하는 경우 직접적인 유전적 혈통 없이도 천이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혈통은 구체적으로 유기체의 조상을 정의하는 혈통과 유전적 관계에 관한 것입니다.
이러한 차이를 이해하면 특히 화석 기록과 유전자 데이터를 해석하여 지구상의 생명체 역사를 재구성할 때 진화 생물학의 논의를 명확히 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러므로 '유기체'와 '천이', '계승'이라는 개념을 이렇게 염두에 두고 보시면 좀 더 이해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럼 다시 10장 본문의 내용으로 돌아가 봅니다.
10장에서는 지질학적 시간과 공간에 따라 새로운 종이 어떻게 나타나고 사라지는지에 초점을 맞춰 종의 지질학적 천이에 대해 논의하며, 종의 불변성 개념에 대한 자연선택 이론을 뒷받침합니다.
다윈은 계속해서 "자연선택 이론은 결국은 새로운 종이 될 모든 새로운 변종들이, 그것과 경쟁하는 다른 것들보다 약간의 이점을 가지는 것에 의해 탄생하고 유지된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한다"라고 얘기하는데요, 그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고자 했던 것이죠.
그는 새로운 종은 동시에 또는 갑작스럽게 나타나지 않고 점진적으로 나타난다고 주장합니다. 증거에 따르면 육지와 수중 모두 지질학적 시기에 따라 새로운 종이 느리고 연속적으로 출현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점진적인 출현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화석 기록의 공백을 메우며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 이론을 뒷받침하는 것이죠.
또한 종과 집단마다 진화 속도가 다릅니다. 예를 들어, 일부 해양 생물종은 오랜 기간 동안 거의 변화가 없는 반면, 육상 생물종은 더 빠르게 진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종의 변화 속도가 지질 시대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 번 사라진 종은 다시 나타나지 않으며, 그 생태적 틈새를 다른 종(주로 관련 종)이 채울 수 있습니다. 이는 종은 특정 환경 조건에 적응하며, 이러한 조건이 불리하게 변하면 종은 멸절할 수 있다는 개념을 뒷받침합니다. 관련 종의 그룹('속'이나 '과')은 개별 종과 유사한 패턴을 따라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도 하는데요, 이는 환경 조건이 생존을 허용하는 한 특정 생명체의 존재가 지속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멸절된 종은 종종 현존하는 종과 명확한 혈연적 연관성을 보여 공통 조상을 나타냅니다. 다윈은 이에 대해 "형태 천이 법칙"이라는 명칭을 붙였는데요, 이를 통해 "같은 대륙 내에서 멸절한 것과 현존하는 것 사이에 존재하는 이토록 놀라운 관계"를 강조합니다. 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로 다른 종들 간의 분기 진화 관계에 대한 증거가 될 것입니다.
지질학적 증거는 종종 비슷한 유형의 진화적 변화가 전 세계적으로 거의 동시에 발생한다는 것을 보여주며, 이는 고립된 사건이 아니라 만연한 환경적 또는 생태적 압력을 나타내는데요, 특정 유형의 생물은 서로 다른 지질 시대에 걸쳐 동일한 지리적 영역에서 유사한 유형으로 천이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어느 정도의 환경적 일관성을 의미하며, 같은 지역의 이전 종으로부터 진화한 적응 종이라는 개념을 뒷받침합니다.
앞서 화석의 생성 및 보존과 발견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과 그로 인한 지질학적 기록의 불완전성을 얘기했었는데요, 이러한 불완전성은 진화 역사를 연구하는 데 있어 중요한 도전이지만 진화를 뒷받침하는 증거를 무효화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합니다.
정리하자면, 새로운 종의 점진적인 출현, 종의 특정 변화 속도와 양상, 집단의 멸절과 천이 등 지질학적 기록에서 관찰되는 패턴이 불변의 종이라는 생각보다는 자연선택 이론과 더 일치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증거는 진화가 자연환경의 압력에 의해 형성되는, 느리고 지속적인 과정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죠.
마지막 부분에서는 아래와 같이 마무리하고 있네요.
만약 지질학적 기록이 내가 믿는 만큼 불완전하다면, 적어도 기록이 훨씬 더 완벽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면, 자연선택 이론에 대한 주된 반박들은 엄청나게 줄어들거나 사라질 것이다. 한편 고생물학의 모든 주된 법칙들은 다음과 같이 분명히 단언하는 것처럼 보인다. 즉 종이란 일반적인 세대 계승을 통해 탄생되었으며, 예전 형태들은 우리 주변에서 여전히 작용하고 있는 변화의 법칙들에 의해 탄생해서 자연선택을 통해 보존된, 새롭고 향상된 생명체들에 의해 밀려나게 된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