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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쇠소녀'들이 알려준 것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동기 부여가 된 <무쇠소녀단> 시즌1

by 칼란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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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러닝, 수영, 피트니스 등에 관심이 많아 유튜브에서 관련 동영상을 자주 찾아보는데 알고리듬으로 자꾸 <무쇠소녀단>이라는 프로그램의 동영상이 추천되었다. TV에 나왔던 내용을 편집해서 올리는 것 같은데 보다 보니까 꽤 재미있다. 아무래도 내가 최근 운동에 관심이 높아져서 그렇겠지. 확인해 보니 작년에 tvN에서 시즌1을 방영했고, 현재는 복싱에 도전하는 것으로 시즌2를 방영하고 있었다. 그래서 시즌1을 정주행 했다.


이 프로그램에는 진서연, 유이, 설인아, 박주현이라는 네 명의 여배우가 트라이애슬론 올림픽코스 (수영 1.5 km, 사이클 40 km, 러닝 10 km) 경기의 참가자로 출연하고, 김동현이 단장으로 출연한다. 그들은 4개월 동안 훈련하며 통영 트라이애슬론 대회에서 컷오프 없이 완주를 목표로 한다.


초반에는 다소 억지스럽거나 재미를 위한 요소가 많은 듯했지만, 중반을 넘어서면서 좀 더 실전을 위한 훈련이 이어졌다. 방송에 다 나오지는 않았지만 개인 훈련량 역시 상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종목마다 스페셜 코치(이미 많이 알려진)가 등장해서 팁을 알려주었고, 트라이애슬론 전 국가대표 선수였던 허민호는 프로그램 후반부에 아예 전담 코치를 맡았는데 이것이 정말 '신의 한 수'였다고 생각된다. 허민호 선수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출연자들에게 훈련법과 실전에서의 팁들을 알려 주었고, 참가자들을 잘 단련시켜 가는 모습이 그려졌다. 아울러 통영 대회에서도 페이스 메이커로 함께 출전하기도 했다.


김동현 단장 역시 본업인 운동으로 돌아와 정말 진지하게 역할에 임했고, 말로만 단장이 아니라 정말 팀원들을 잘 이끄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게다가 1화에서 실제로 창원 트라이애슬론 대회에 참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이는 아무래도 프로그램의 진행을 위한 예행연습 차원이 아닐까 싶었다. 그만큼 그 역시 진심으로 이 프로그램에 임했다. 특히, 종목 별로 취약한 참가자들을 위해 별도의 훈련을 하며 챙기는 모습도 평소 이미지와 다르게 보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빛이 나는 것은 네 명의 출연자들의 도전 정신이었다. 아무리 평소에 운동을 했더라도, 방송이고 예능이더라도 출연을 결정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그들은 최선을 다했고,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 냈다. 프로그램을 보면서 네 명 모두를 응원하게 되었다. 이름과 얼굴 정도만 아는 배우들이고 평소에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보게 되었고, 호감이 생겼다. 특히, 멘털과 근성이 보통이 아니었다. 본받을만한 점이다.


특히 각자의 약점과 트라우마를 극복해 가는 모습이 그대로 보여준 점이 좋았다. 진서연은 물공포증이 있어서 수영을 못하고, 유이는 의외로 자전거를 못 탄다. 설인아는 건강 상의 문제도 있고, 부상이 잦았다. 박주현은 체력이 약하고 햇빛 알레르기까지 있다고 했다. 그러한 점들로 인해 그들의 고생이 더 했다.


그러한 것이 방송을 위한 설정이라고 하더라도, 거짓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그 네 명이 트라이애슬론에 도전하는 과정을 그린 이 예능이 단지 예능에 그치지 않고 정말 도전하는 모습이 진정성 있게 느껴진 것이다. 내가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대리 만족도 느꼈다.


수영하고, 자전거 타고, 달리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수영하는 듯한, 자전거를 타는 듯한, 달리는 듯한 생각도 들었다. 그 느낌을 잘 안다. 제주도 전지훈련 가서 라이딩하는 장면에서는 나도 자전거로 제주도 일주하던 기억도 났고, 삼막사 업힐 구간 장면에서는 삼막사는 아니지만 많은 산들을 업힐로 올랐던 기억도 났다. 머리의 기억보다는 몸의 기억에 더 가까울 듯하다.




이 프로그램의 포텐은 마지막 11화에서 터졌다. 참가자들이 통영 트라이애슬론 대회에 참가하여 네 명 모두 컷오프에 걸리지 않고 완주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인간 승리라고 할 만하다. 각 종목마다 얼마나 힘든지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컷오프와 완주라는 압박감 속에서, 실제 경기와 방송이라는 부담감 속에서 해냈다는 것이 더 대단하다.


각자 약점 종목에서는 아슬아슬한 모습도 보였지만, 그리고 중간에 다치거나 부상의 모습도 있었지만 결국 완주하는 모습에 울컥하기도 했다. 한 명씩 결승선에 들어올 때마다 왜 그렇게 눈물이 나려고 하는지. 감정이 메마른 나 같은 이도 그렇게 느꼈으니, F 감성인 사람은 아마 눈물을 쏟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깔끔하게 딱 거기서 끝낸 것도 좋았다. 뒷얘기가 많았겠지만 (tving에서 일부 장면이 추가된 확장판을 공개하기도 했지만) 이미 과정에서 다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길게 말 안 해도 이해할 수 있다.


요즘 운동 관련 예능 프로그램도 많지만, 그중에서 콘셉트를 잘 잡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운동 관련 예능이라면 진정성은 필요한 것 같은데, 이 프로그램은 진정성에 대한 의심을 지우게 했다.


'출연료 받고, 체계적으로 훈련 및 관리해 주고 지원해 주면 나도 할 수 있겠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게 생각처럼 될까? 생각은 쉽지만 행하기는 어렵다. 물론 의지가 있는 사람에게는 좋은 환경일수록 더 성공하기 쉽겠지만. 방송은 방송이더라도 너무 부정적으로 보지는 말자.


현재 방영 중인 시즌2는 복싱이라 내 관심과는 좀 멀어서 볼지 안 볼 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의 도전이 궁금하다. 시즌2에서는 진서연 대신 금새록이라는 배우가 출연하게 되었는데 손목 부상 때문이라고 한다.




사실 나도 30대 때부터 트라이애슬론 올림픽코스를 컷오프 내에 완주하는 것이 버킷리스트였는데,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그 꿈과는 멀어져 어느덧 50대의 나이가 되었다.


물론 수영, 사이클, 러닝을 각각 그 정도 거리 이상을 해 본 적은 있다. 수영은 오픈워터가 아닌 실내 수영장에서 쉬어 가며 한 것이니 1.5 km를 완주했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사이클과 러닝은 어느 정도는 할만하다고 생각했다.


결혼 전에 주로 미니벨로를 타다가 로드 바이크에 입문하려던 차에 결혼 준비를 하면서 로드 바이크를 포기한 적이 있었다. 지금도 아내에게 그 얘기를 하면 "내가 자전거 사지 말라고 했어?"라고, 자기 탓하지 말라고 하지만, 정작 "그럼 로드 바이크 사도 돼?"라고 하면 "자전거는 안 돼"라고 딱 잘라 거부한다. 아내는 걱정이 많은 편이라, 특히 안전 문제에 예민하기 때문이다. 내가 트라이애슬론 대회에 나간다고 하면 그것도 반대할 것이다.


하지만, 나도 나만의 작은 기적을 이루어 보고 싶다. 그동안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에 도전해 보고 싶다. 우선은 내년쯤에 마라톤 하프 코스 정도에 도전해 볼 생각이고, 기회가 된다면 아쿠아슬론까지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트라이애슬론은... 일단 아내의 마음이 바뀌기를 바라야겠지만.


수영이나 러닝도 거진 20년 만에 다시 시작했기에 차근차근 연습하며 체력과 자세를 만들어 나가는 중이라 앞으로도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운동은 내가 움직일 수 있는 한 계속할 수 있는 것이고 해야 하는 것이기에 조급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마음이 있는 한, 기회는 있을 테니까. 그리고, 핑계 대지 말고 운동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 나도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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