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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합평 수업 시작

합평 수업 듣기를 잘했다

by 칼란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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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 5주 차부터 세 과목의 합평 수업이 시작되었다. 합평은 ZOOM을 통해 실시간 온라인 세미나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아무래도 인원이 많으면 진행이 어렵기 때문에 수강 신청 당시부터 30~35명 정도의 인원 제한이 있었다. 그래서 수강 신청도 치열했던 것.


앞서 이야기한 바 있지만, 나는 욕심을 부려 무려 다섯 과목의 합평 수업을 신청했다가 월~금요일 내내 이어지는 세미나 스케줄을 보고 어쩔 수 없이 두 과목을 취소한 바 있다. 그런데 실제 수업에 참여해 보니 예상대로 5일 연속 실시간 수업을 듣는 것은 무리였다.


세미나에 참석하지 않고, 나중에 올라오는 녹화 영상을 보고 보고서를 제출해도 출석으로 인정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정말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실시간 온라인 수업에 꼭 참여하고자 한다. 그래야 이 수업을 듣는 보람이 있을 테니까.




합평은 '문창과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글쓰기는 정말 많이 했지만, 그것을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기회는 사실상 거의 없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과제물을 교수님께서 평가를 해 주시지만 그것은 학점을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고, 피드백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내가 어느 부분에서 잘 썼는지 아닌지 알 수가 없었다.


합평을 위해서는 우선 창작 작품을 제출해야 하고, 그 작품을 교수님은 물론 학생들 모두가 보게 된다. 수업에 참여하기 이전에 미리 다른 학우들의 작품을 읽어 보고 대략적인 감상을 정리해 본다.


이번 학기에 시 창작 및 합평 과목을 두 개 신청했는데, 이들 각각의 방법은 강의 내용이나 교수법, 합평 방법이 달라 둘 다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 각 과목의 합평은 모두 유익했다.


<시창작세미나1>의 경우에는 세 차례에 걸쳐 시 작품을 제출하고, 2주에 걸쳐 모든 학생의 작품을 낭독 및 평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시간이 꽤 오래 걸리고, 한 학생 당 10분 남짓의 시간 밖에 주어지지 못했다. 10분이 짧을 수도, 길 수도 있는 시간이지만 그 시간 안에 최대한 효율적으로, 그리고 집중적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며, 최대 세 작품에 대해서 합평이 이루어지므로 다양한 시를 써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또한 이 수업에서는 학생들의 참여가 좀 더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했다. 첫 수업에서는 3시간이 넘게 이어졌다.


특히, 이 과목은 각 작품을 토론게시판에 올려 두어서 학생들이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도록 하였다. 온라인 수업이라는 특성상 시간의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미리 이야기를 좀 나눌 수 있어서 어느 정도 정리가 되는 부분도 있다.


반면 <시창작연습2>는 시를 한 편씩 제출하여 총 4주 동안 낭독하고 평가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졌다. 그래서 좀 더 여유롭게 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교수님께서도 더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해 주셨다. 실질적으로 시를 수정하고, 방향성을 알려 주신 점이 많이 도움이 되었다. 다만,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보다는 교수님의 평가가 주로 이루어졌지만, 향후에는 좀 달라질 수도 있을 듯하다.


다른 학우들의 작품을 보자 주관적으로 어떤 작품은 기성 시인 못지않게 훌륭했고, 어떤 작품은 그렇지 못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교수님이나 다른 학우들이 보는 시각은 또 다를 수 있고, 실제로 그랬다. 이를 통해 아직 내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낀다. 시를 쓰는 것도, 시를 읽고 느끼는 것도 모두.


<아동문학창작세미나2>는 동시 또는 동화 작품을 제출하고 이에 대해 합평을 진행하였는데, 동시는 세 편, 동화는 단편 또는 장편을 제출하도록 하였다. 나는 단편 동화를 써서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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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목도 학생들이 돌아가며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나중에 교수님께서 정리 및 피드백을 해 주시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 다른 과목에 비해서 좀 더 엄격한 모습을 보여주셨다. 한 학생 당 30분 이상 충분한 시간을 갖고 토론을 진행했기 때문에 많은 이야기들을 할 수 있었다.


각 과목의 일정 상 내 작품은 아직 수업에서 다루지 않았는데, 오늘 <시창작세미나1>에서 한 작품을 발표하게 되어 있다. 내가 쓴 작품을 평가받는다는 것은 좋을 수도, 안 좋을 수도 있는데 안 좋은 소리를 듣고 싶은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학생들이나 교수님의 냉정한 평가가 창작자에게는 더 유익하겠지만, 평가를 당하는 순간에는 감정적인 동요가 있을 수밖에 없으리라. 내가 애정과 노력을 쏟은 만큼 좋은 평가를 받고 싶은 것이 당연할 테니까.




합평 수업이 좋기는 하지만 저녁 늦게 이루어지지 때문에 좀 어려운 여건이 되기도 한다. 내 경우에는 야근이 많은 편이다 보니 집에서 들을 수 없어서 그냥 회사에서 들었는데, 수업이 늦게 끝나면 집에 12시가 넘어서 도착한다. 그나마도 계속 일을 해야 하면 수업에 집중하기 어렵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집에 가서 수업을 듣고자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딱 6주만 (연휴나 다른 일정 때문에 시간이 띄엄띄엄 있기도 하지만) 잘해보자.


그럼에도 합평 수업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이 수업이 중요하며 의미 있기 때문이다. 이번 학기가 지나면 이렇게 합평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지 않을까 싶다. 내가 따로 문학 창작 모임에서 활동하거나 혹은 문예창작 전공으로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는 한 말이다.


합평 수업 신청하기를 잘했다. 비록 마지막 학기에 수강하게 되기는 했지만, 마지막 학기라서 다행이기도 하다. 유종의 미를 거두는 의미이자 나의 문창과 학위 과정을 마치는 의미에서.




p.s. 오래전에,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무렵부터 대학교 2학년 때까지 (군대 가기 전까지) 시문학 동호회에서 활동한 적이 있었다. PC통신 내 동호회여서 주로 온라인으로 활동했지만, 한 달에 한 번 정도 정기 모임이 있어서 회원들이 모여 자작시를 읽고, 그에 대한 평가를 했었다. 그것이 내가 경험해 본 유일한 합평이었다. 그러나 문예창작을 전공하면서, 특히 교수님이나 이미 등단 경험이 있는 학생들이 참여하는 합평은 수준이 다르다.


p.s.2. <시창작연습2>의 교수님께서는 수업과는 별개로, 오프라인에서 합평을 진행하는 행사도 준비하셨다. 나는 참여하지는 못하지만, 그것도 의미 있을 것 같다. 다만, 오프라인의 분위기는 어떨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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