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 한 지 3주 차가 되었다. 아직 각 과목의 수업 스타일에 적응해 가는 중이지만, 그래도 강의도 놓치지 않고 듣고 있고, 토론이나 과제도 하려고 한다.
이번 학기에는 합평 및 실시간 온라인세미나 과목도 세 과목이나 있는데, 합평을 위해 작품도 미리 올려야 한다. 각자 지정된 날짜 이전에 올려야 하기에 그전에 작품을 완성해야 하는데, 벌써 마감이 다가오는 과목도 있다.
그나마 시 창작 과목이라 좀 더 수월하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아무렇게나 쓴다고 시가 되는 것은 아니며, 특히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기반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더 어렵다. 3주 정도 강의를 들었다고 해서 시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었다고 할 수 없으며,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지기도 했다.
그러나 어떻게든 마감 전에 시는 쓸 것이다. 기존에 썼던 습작을 좀 수정해서 내 볼까 싶다가도 지금 내 감성과 맞지 않을 듯하여 그냥 새로 써 보기로 했다.
하얀 바탕 화면에서 깜빡이는 커서를 보며 몇 자 적어 내려가지만 이내 멈추고 만다. 이미 썼던 글자들도 지운다. 이래서야 어디 시를 쓸 수 있을까?
내가 쓴 시를 누군가 보고, 그에 대한 평가를 한다는 사실에 부담감을 느낀다. 그러나 피할 수 없는 일.
어떤 시가 나올지 나도 궁금하다. 그걸 '시'라고 부를 수 있을 지조차 의문이다.
한때는 시인이 되고 싶었지만, 이젠 나의 샘물은 말라버렸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