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한국어가 쉽다'라고 했나?
이번 학기에 <한국어 어문규범>을 수강하였다. 이전에 <한국어 문법론>과 <한국어 의미론>을 수강하였기에 한국어 문법에 대해서 겨우 감을 잡고 있었다. 어문규범은 실제 어떻게 읽고 쓸 것인가를 정한 것인데, 다음과 같이 크게 네 가지로 규정되어 있다.
- 한글 맞춤법 (맞춤법, 띄어쓰기)
- 표준어 규정 (어휘, 발음)
- 외래어 표기법
- 로마자 표기법
한 학기 동안 이 과목을 들으면서 느낀 것은 '충격과 혼돈의 도가니'였다. '대환장 파티'라고나 할까...
퀴즈, 중간고사, 기말고사도 망했고, 한국어 과목 수강한 것 중에서는 A+를 못 받을 것 같다. A-라도 받으면 다행이려나.
한국어 어문규범을 보면 '아니, 이게 왜?' 싶은 것들이 정말 많다. 규칙이 있지만 규칙이 적용되지 않거나 예외가 너무 많고, 예외의 예외도 많다. 이유가 없거나 설명 불가능한 것들이 많다. 국립국어원에 항의하고 싶을 정도다. 그래서 더 혼란스럽고 납득이 안 되기도 했다.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의 상당수는 비표준어이며, 외래어 (외국어) 대다수는 외래어 표기법에 안 맞는다. 게다가 영어 발음 표기는 미국식이 아니라 영국식이 원칙이라고 한다. 다만, 영국식이라고 명문화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국립국어원의 자세는 확고한데, 어쨌든 자기들이 정한 대로 적으라고 한다. 실제로, 한글 맞춤법 규정은 1988년 제정된 이래로 개정된 적이 없고, 표준어 규정이나 외래어 표기법도 거의 변경되지 않았다. 다만, 시대의 흐름을 반영해서 새로운 (복수) 표준어가 추가되거나 아주 미세하게만 수정되는 정도였다. 애초 우리가 어떤 것이 표준어인지 몰랐던 것이 많았던 것 같다.
국립국어원의 입장을 어느 정도는 이해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 원칙을 고수할 것 같다. 그러나 갈수록 현실과 괴리가 생기는 것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그나마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는 규정을 따를 수 있다고 하더라도 표준어와 외래어 표기까지 그래야 할까?
그런데 우리가 초중고를 다니면서 한국어 문법을 그렇게 체계적으로 배운 적은 없는 것 같고, 국어 시간에 조금씩, 그때그때 배워서 전체적으로 정리를 못한 것 같기도 하다. 외래어 표기법은 따로 배운 적이 없는 것 같다.
우리가 못 느껴서 그렇지, 한국어는 난도가 정말 높은 언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말'도 복잡하지만, 아마도 '글'로서의 역사가 짧아서, 그리고 체계적으로 정립된 것이 불과 수십 년에 지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겠다.
어쩌면, 한국인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말과 글로 인한 오해가 많은 것은 한국어의 그 난해한 특성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여담이지만, 북한의 '조선말 규범'에 대해서도 일부 배웠는데 원칙의 적용에 있어서는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더 합리적인 면들이 많았다. 물론 우리 기준에서는 이상하거나 어색한 표현들이 많긴 했지만.
p.s. 제미나이에게 고대 그리스어, 라틴어, 한국어의 난도를 비교해 달라고 했다. 예상했던 대로 한국어, 고대 그리스어, 라틴어 순으로 난도가 높았는데, 초기 난도는 고대 그리스어나 라틴어가 높아 보이지만, 깊이 들어가면 한국어의 난도가 치솟는다. 다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초반에서만 머물기에 그 난도를 체감하지 못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