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커뮤니케이터는 레드오션일까?

by 칼란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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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내가 딸아이에게 청소년용 물리학 책을 사주었다. 유튜버 '이과형'이 쓴 <이과형의 그런데 이것은 과학책입니다>라는 책으로, 고전과학과 현대과학 두 권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나는 잘 모르는 유튜버였지만 꽤나 유명한 모양이다. 아마 아내는 SNS 추천을 보고 샀겠지만, 내심 아이가 과학에 흥미를 갖길 바라는 마음이 컸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딸아이의 반응은 우리의 바람만큼 뜨겁지는 않았다.


부모는 아이가 과학과 친해지길 바라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과학은 어렵고 지루한 과목인 듯하다. 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다. 돌이켜보면 학창 시절에도 과학을 재미있게 배운 기억이 드물다. (나는 좋아했다) 결국 '어떻게 가르치고 전달하느냐'의 문제다.


그래서인지 최근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TV, 유튜브, 강연장 등 다양한 곳에서 대중을 만나는 그들의 이름이 이제는 낯설지 않다. 현직 교수나 연구원부터 전업 크리에이터, 작가까지 출신도 다양하다. 특히 민태기 박사의 <판타레이>를 읽었을 때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유체과학의 역사를 그토록 흥미롭게 풀어내는 것을 보며, 우리나라에도 과학사를 이렇게 맛깔나게 쓸 수 있는 분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사실 나도 그런 역할을 막연히 꿈꿔본 적이 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전달력'이 부족함을 느낀다. 아내나 아이에게 설명하는 것조차 버거울 때가 많으니까. 확실히 나는 강연 체질은 아닌 듯하다.


과학 커뮤니케이터에게는 지식의 깊이만큼이나, 그것을 대중의 언어로 번역해 내는 소통 능력이 필수적이다. 또한 전반적인 과학을 얕게 훑기보다 자신의 전공 분야를 깊이 있게 파고드는 편이 낫다. 섣불리 모르는 분야를 건드렸다간 금세 밑천이 드러나거나 잘못된 정보를 전달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가끔 커뮤니케이터들의 발언이 오류라며 지적받는 경우를 본다. 전문가들 눈에는 거슬리는 부분이겠지만, 대중화 과정에서 겪는 어쩔 수 없는 한계 같기도 하다. 물론 대중이 그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위험성은 경계해야겠지만 말이다.


나는 이들의 활동을 긍정적으로 보고 응원하지만, 한편으론 '이 시장도 이미 레드오션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유튜브만 봐도 관련 채널이 넘쳐나고, 진입 장벽 또한 만만치 않다. 이미 유명한 사람들이 자리를 잡은 상황에서 '매튜 효과(부익부 빈익빈)'로 인해 후발주자가 주목받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전문 과정이나 '페임랩' 같은 등용문을 통해 치열한 경쟁 속에서 또 다른 스타가 탄생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나는 그럴 깜냥은 안 되니, 그저 우리 가족 전담 '과학(겸 역사) 커뮤니케이터'로 만족해야겠다.


p.s. 성공한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인문학적 소양과 탁월한 스토리텔링 능력을 갖추고 있다. 단순히 지식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보게 하고 사고를 트이게 만든다.


비록 말로 하는 건 어렵지만, 언젠가 글로는 도전해보고 싶다. 특정 분야의 과학사나 대중 과학서를 써보는 꿈. 그 꿈을 위해 오늘도 틈나는 대로 부지런히 과학책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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