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같이 러닝 할 때

부부 러닝의 장단점과 에피소드

by 칼란드리아
Gemini_Generated_Image_kj972dkj972dkj97.png 실제 사진을 바탕으로 했지만, 실물보다 약간(?) 미화된 부분이 있음


아내와 같이 러닝을 시작한 지 어느덧 넉 달이 지났다. 내가 먼저 7월부터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했고, 나에게 자극을 받은 아내도 광복절부터 함께 뛰게 됐다. 무더웠던 한여름 밤에 시작. 그런데 의외로 러닝이 아내 적성에 맞았나 보다. 지금까지 꾸준히 잘 뛰고 있는 걸 보면.


아내를 러닝의 세계로 인도하기 위해 가민 워치와 샥즈 골전도 이어폰을 사주었고, 러닝화나 옷도 원하는 대로 다 사라고 호기롭게 말했다. (물론 나도 원하는 대로 샀다.) 둘 다 가민을 차고 앱에서 기록을 비교하거나, 러닝 마일리지가 쌓여가는 걸 보며 뿌듯해하곤 한다.


요즘은 아내가 나보다 더 열심히다. 내가 야근이나 수업, 수영 때문에 못 뛸 때도 아내는 혼자 나간다. 덕분에 월 마일리지도 아내가 나를 앞지르기도 한다. 이에 자극받아 나도 더 뛰게 된다. 아내의 월 마일리지는 대략 150 km 정도. 초보 치고는 적은 편은 아니다.




아내를 이 바닥(?)으로 이끈 입장에서 뿌듯하기도 하지만, 함께 뛰며 느끼는 장단점도 확실하다.


부부 러닝의 장점

같이 뛰며 응원과 격려를 주고받으니 확실히 힘이 난다.

대화를 나누며 뛰니 지루하지 않다.

러닝 정보 공유라는 공통된 화제가 생겼다.

서로의 자세를 봐줄 수 있다.

뛰기 싫은 날에도 서로를 끌고 나가는 강제성이 생긴다.

아내가 야간에도 안전하게 뛸 수 있다.

페이스 조절을 도와줘 무리하지 않게 해 준다.

가장 큰 장점, 러닝 용품 지름에 서로 너그러워진다.


부부 러닝의 단점

자세나 이론이 다를 경우 사소한 지적이 다툼이 되기도 한다.

페이스 차이 때문에 주로 내가 맞추게 되어 재미가 덜하거나, 아내는 내 페이스가 벅차다고 불평한다.

러닝 목적의 차이로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한쪽이 못 뛰면 미안함을 느낀다.

비용이 정확히 두 배, 아니 그 이상 든다.

아내의 고집 (실외 러닝만 고집, 자외선 차단용 야간 러닝만 고집) 때문에 시간과 장소 선택에 제약이 많다.

"자꾸 다리에 알이 배긴다", "왜 계속 뛰는데 살이 안 빠지냐"는 등의 푸념을 견뎌야 한다.




석 달 만에 우리 부부는 러닝화를 다섯 켤레씩 샀다. 여기서 성향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나는 여러 브랜드의 다양한 신발을 신어보는 반면, 아내는 딱 꽂힌 모델 하나를 색상과 사이즈만 바꿔서 다섯 켤레를 샀다. 서로 이해 못 하는 부분이다. 결국 앞으로는 러닝화 구매를 자제하고, 신발이 닳더라도 딱 세 켤레씩만 보유하기로 합의를 봤다.


그 밖에도 겨울 시즌을 대비한다며 서로 옷이나 용품도 많이 샀다. 옷 사놓은 것이 많으니 미안해서라도 뛰어야 한다.


최근에는 아내의 '살 안 빠짐' 고민과 부종 때문에 공부를 했다. 4개월간 열심히 뛰었는데 살도 안 빠지고 몸이 붓기만 한다며 회의감을 느끼길래 찾아보니, 이른바 '운동의 역설'이었다. 식습관과 수면, 러닝 방법 등 총체적인 문제였다.


결국 아내를 설득해 당분간은 저강도인 Zone 2 러닝 위주로 하기로 했다. 심박수를 낮추는 것을 목표로. 아내는 페이스가 너무 느려 지루하다고 한탄했지만, 막상 해보니 심폐기능이 좋아졌는지 6분 후반대 페이스로도 편안하게 뛴다며 만족해했다.


그리고 가정용 인바디 기기도 구매했다. 비록 체중은 안 줄더라도 체성분이 긍정적인 쪽으로 변해가고 있음을 확인하니 조금은 좋아하는 것 같다.




Zone 2로 뛰다가 가끔은 마지막 1km에서 전력 질주를 해보기도 하는데 이때 아내는 봉인이 해제된 듯 막 달렸다. 정말 무섭게 치고 나가더니 1 km 개인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아, 이게 아닌데...


내친김에 내가 한마디 던졌다.

"7분 페이스로 계속 뛰면 풀코스 5시간 안에 들어올 수 있어!"


아내의 대답은 단호했다.

"미쳤어? 다섯 시간 동안 이러고 있게?"


하긴, 맞는 말이다. 그래도 요즘 아내는 사람들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완주 메달에 꽂혀서 10km 대회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나는 내년 가을 하프 마라톤에 같이 나가자고 꼬시는 중이다. 나도 아직 하프 거리는 안 뛰어봤지만, 올겨울부터 내년까지 꾸준히 연습하면 불가능한 목표는 아닐 것 같다. 이제는 '왜 달리는가?'보다 '어떻게 달리는가?'가 더 중요하다.


티격태격해도 같이 달리는 즐거움이 크다. 과연 우리 부부가 나란히 대회 메달을 목에 걸 날이 올까? 기록보다는 그저 건강하게, 함께 완주하는 그날을 꿈꿔본다. 그리고 앞으로도 오래오래 함께 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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