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책과 독서

인문학 책은 읽을수록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느끼게 된다

by 칼란드리아

나는 인문학 분야도 꾸준히 읽는 편이다. 역사와 철학을 중심으로 심리학, 사회학, 종교, 예술, 언어학까지 가리지 않고 방대하게 읽는다. 관심 있는 것도, 궁금한 것도 워낙 많기 때문이다. (자연과학과 공학, 순수문학 등도 비슷한 비중으로 챙겨 보곤 한다.)


그런데 최근 두 달여 정도 고전문학이나 철학, 역사 관련 서적에 집중하다 보니 마음이 부쩍 무거워졌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심적 부담의 임계치를 넘어섰다고나 할까. 책을 읽을수록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선명해지고, 그 틈에서 느껴지는 무력감과 답답함이 커진 탓인 듯하다. 아주 오래전부터 이상적인 개인과 사회, 국가에 대한 논의가 끊임없이 이어져 왔음에도 우리 사회는 왜 여전히 이 모양인지, 인간이란 본래 이런 존재인가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결국 이런 논의들은 학문적이고 이론적인 틀 안에서만 가능할 뿐, 현실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일까 하는 회의도 든다. 〈허생전〉에서 책만 읽던 허생이 이상 국가 수립을 도모하는 것이나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나, 결국 허구일 따름이라는 생각 말이다.


사실 이런 감정이 처음은 아니다. 대학 시절, 단과대 신문사 기자와 편집장으로 활동하며 PD 계열 학생운동에도 열성적으로 참여했다. 내게는 가장 순수했던 시기였고, 민중이 사회를 바꿀 힘이 될 것이라 굳게 믿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남은 것은 대립과 배신, 회의와 상처뿐이었고 나는 도망치듯 입대를 선택했다. 이후 소시민의 삶을 살고 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사회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이상주의자의 면모가 남아 있다. 그러면서도 지독히 냉철한 이성주의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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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읽은 알베르 카뮈의 〈반항인〉과 조지 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에서는 두 사람의 목소리가 유독 선명하게 들리는 듯했다. 여러 면에서 내 생각과 닮은 지점이 많았다. 특히 〈반항인〉은 과거 사르트르의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에 수록된 논쟁을 통해 먼저 접했던 책이다. 당시에는 자세한 맥락을 모른 채 사르트르의 입장에 쏠려 카뮈를 다소 독선적이라 오해하기도 했었는데, 이번에 제대로 읽어보니 내 생각이 틀렸음을 깨달았다. 이제는 오히려 장송과 사르트르가 위선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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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과 사상이 무엇인지, 그것이 과연 인간을 자유롭게 하고 실존적 고뇌에서 해방해 줄 수 있는지... 참 어렵다. 그럼에도 철학자와 사상가들이 끊임없이 글을 써 내려가는 것은, 그만큼 세상을 향해 하고 싶은 말이 절실했기 때문일 것이다.


P.S. 일단 〈시지프 신화〉까지만 읽고, 당분간은 순수문학을 읽으며 마음의 게이지를 좀 낮춰야겠다. 고2 때 처음 읽고 큰 충격을 받았던 이 책을 다시 마주하면 이번엔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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