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 전자잉크 패널(칼레이도3)의 원리와 한계
최근에는 컬러 전자잉크 패널을 탑재한 이북리더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꽤 많아졌다. 하지만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칼레이도3 패널(Kaleido 3, 이하 특별한 언급이 없으면 그냥 '칼레이도 패널'이라 하겠다)은 흑백 패널보다 눈에 띄게 어둡고, 컬러 해상도도 흑백(카르타) 패널의 1/4에 불과하다.
그런 단점에도 색상 구분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선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칼레이도 패널은 대체 왜 어두우며, 왜 컬러 해상도가 1/4밖에 안 되는 걸까? 특히 이북리더를 처음 접하는 분들이 의아해할 만한 부분이라 간략하게 정리해 보았다.
칼레이도3 패널을 탑재한 이북리더의 구조를 들여다보면, 기존 흑백 패널 위에 컬러 필터 어레이(CFA, Color Filter Array)라는 얇은 필름이 추가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만 빼면 구조는 기존 흑백 이북리더와 완전히 동일하다. 마이크로캡슐이 들어있는 층이 있고, TFT가 전압을 조절해 300dpi의 해상도를 만들어 내는 방식 그대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CFA가 있어서 색상을 표현할 수 있지만, 바로 이 CFA 때문에 화면이 어두워진다.
본격적인 설명에 앞서 '빛'에 대해 잠깐 짚고 넘어가자. 빛은 크게 발광으로 나오는 것과 반사되어 나오는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보는 빛과 색은 대부분 후자, 즉 물체에 반사된 빛을 눈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그런데 발광으로 내는 색과 반사로 내는 색은 성질이 다르다. 미술 시간에 배운 '빛의 삼원색(RGB)'과 '색의 삼원색(CMY)'의 차이가 바로 이 성질을 가리킨다.
반사되어 나오는 빛은 물질이 대부분의 파장을 흡수하고 특정 파장만 내보내기 때문에 그 색으로 느껴진다. 어떤 빛이 들어오는지, 세기는 얼마나 되는지, 필터가 있는지 없는지 등 여러 조건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지만, 같은 조건에서는 대체로 같은 색으로 인식된다.
흑백 책을 예로 들자면, 빛이 책 표면에 닿을 때 검은 글씨는 빛을 흡수하고 흰 바탕은 반사한다. 흑백 전자잉크도 마찬가지다. 마이크로캡슐 안의 검은색·흰색 입자가 그 역할을 담당한다.
컬러로 인쇄된 책은 좀 다르다. 책은 빛을 반사만 할 수 있으므로, 원하는 색 이외의 파장을 흡수하는 방식(감산혼합)으로 색을 표현한다. 이를 위해 R·G·B가 아닌 C·M·Y를 쓰고, 이 세 가지를 혼합해도 완전한 검은색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그리고 컬러 잉크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서도) 검은색(K)을 따로 추가한다. 그래서 CMYK 조합이 된다.
화면이 고정된 책과 달리 전자잉크는 화면이 계속 바뀌어야 하므로, 색 표현을 위해 컬러 필터를 쓸 수밖에 없다. 흰색 입자가 빛을 반사해 내보낼 때 컬러 필터를 거치면 그 색으로 바뀌는 원리다.
CFA는 대체로 R·G·B·W(투명)로 된 2×2 격자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컬러 표현은 이 2×2 격자를 하나의 단위로 삼아 TFT 전압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흑백이라면 300dpi 해상도 그대로 전압을 조절할 수 있지만, 컬러는 이 2×2 격자 단위 때문에 150dpi로만 조절이 가능하다. 그나마 칼레이도3에서 개선된 수치로, 이전 세대는 100dpi에 불과했다.
하나의 TFT 위에는 여러 마이크로캡슐이 놓이고, 하나의 컬러 필터 아래에도 여러 마이크로캡슐이 자리한다. 흑백 마이크로캡슐은 이론적으로 16단계의 그레이스케일을 구현할 수 있고, 흑백 전용 기기는 256단계까지도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칼레이도 패널에서는 CFA 효율 때문에 16단계로만 조절한다.
W를 제외한 R·G·B만 놓고 보면, 각 픽셀은 흰색(켜짐)과 검은색(꺼짐) 두 가지 상태만 가질 수 있으므로 순수 바이너리 기준으로 한 컬러 픽셀(2×2)이 표현할 수 있는 색은 8가지(2³)에 불과하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RGB별 16단계 그레이스케일 조정이 가능하므로, 이론적으로는 16³ = 4,096색을 구현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검은색과 흰색을 만드는 방식이다. 검은색은 격자 내 모든 캡슐에서 검은 입자를 끌어올려 구현하고, 흰색은 반대로 흰 입자를 모두 끌어올린다. 우리 뇌는 가산혼합 방식으로 이를 '흰색'으로 인식하지만, 실제로는 회색에 가깝게 보인다.
핵심 문제는 바로 반사율이다. 일반 종이의 반사율은 90% 이상인 반면, 흑백 전용 패널은 50% 미만이다. 그리고 칼레이도3 패널의 반사율은 25% 미만으로, 흑백 패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빛이 패널 안으로 들어갔다가 나올 때 CFA를 두 번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CFA가 패널에 물리적으로 붙어 있는 구조상, 이를 완전히 제거하지 않는 이상 완벽한 흑백 모드로 전환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칼레이도 패널 기기에서 '흑백 300dpi'라고 표기하는 것은 기본 패널 자체의 해상도를 가리키는 것이지, 실제 컬러 모드의 해상도가 아니다. 초보자들이 종종 오해하는 부분이다.
반사율이 낮으면 해결 방법은 하나다 — 들어오는 빛의 양을 늘리는 것. 그래서 햇빛이 강한 환경이나 형광등·전등이 있는 공간, 혹은 기기 자체의 프론트라이트를 켜는 수밖에 없다. 프론트라이트는 기기 테두리에서 패널 안쪽으로 빛을 쏘는 방식이지만, 그 빛이 사용자 눈에도 직접 닿기 때문에 장시간 사용 시 눈 피로도가 증가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E Ink사는 반사율을 높이는 기술을 꾸준히 개발 중이다. 현재까지는 킨들 컬러소프트에 적용된 수준이 한계선이다. 킨들 컬러소프트에는 아마존의 독자 기술(반사율을 높여 더 밝은 흰색을 구현하는 산화물 및 TFT 제어 기술)이 일부 적용되어 있으나, 현재로서는 킨들 납품 전용이라 일반 제품에 적용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프론트라이트 자체의 개선을 위해 E Ink사가 개발 중인 기술이 ComfortGaze다. 빛의 스펙트럼을 조절해 블루라이트를 줄이고 눈 피로도를 낮추는 동시에, 반사율을 높여 색 표현력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최근 킨들과 오닉스 일부 모델에 적용되었다고 하며, 컬러 기기뿐 아니라 흑백 기기에도 도입되고 있다고 한다.
결국 칼레이도 방식은 과도기적 기술이다. 컬러 전자잉크가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갤러리 패널, 즉 C·M·Y·K(또는 W) 색상의 입자가 각각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방식이다. 하지만 현재는 입자의 반응 속도가 너무 느리고, 패널 생산 수율도 좋지 않아 화면 전환이 거의 없는 광고 포스터 같은 극히 제한적인 용도에만 쓰이고 있다. 물리적 한계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획기적인 기술 돌파가 없는 한 이북리더에 본격적으로 도입되기는 당분간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