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을 삼킨 파도

물 위에서 얻은 여름날의 용기

by 슬로하라


내게 용기를 몰아올 거라곤 각지 못했던 바다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같은 자리에서 넘치지도 물러서지도 않았다. 빛 너울은 잔잔히 흘렀고, 바다는 말없이 기다렸다.


나는 한참을 그 앞에서 망설이고 있었다. 스스로의 시선에 막혀서.


누군가를 향해 포즈를 취하거나,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는 모습은 드물다. 이곳 사람들은 그저 바다와 나란히 누워, 하루를 천천히 흘려보낸다. 햇빛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파도 속으로 웃음과 함께 몸을 던진다.


그들에게 바다는 특별한 행선지가 아니라, 그저 여름의 한 장면이다.


햇빛 아래, 사람들은 저마다 편안히 몸을 눕힌다. 책을 읽거나 바다를 바라보, 낮잠에 들기도 한다. 그 곁에서 바다는 아무 말 없이 잔잔히 흐른다.


나는 대개 멀찍이서 바라보는 사람이었다. 나와는 전혀 다른 머리카락과 눈동자를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나도 모르게 시선을 의식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아도, 아무도 쳐다보지 않아도—내 안의 수줍음이 나를 먼저 막았다.


해변을 천천히 걸었다. 평소 같았으면, 햇빛보다 먼저 그늘을 찾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날만큼은, 가던 걸음을 멈췄다. 그늘도, 망설임도 불안까지 잠시 뒤로 두었다.


바다는 그날 따라 유난히 잔잔했다. 사람들 사이로 퍼지는 웃음소리가 바람을 타고 흘러왔다.


나는 살며시 신발을 벗다. 자갈 위에 발을 디뎌, 물에 살짝 담갔다. 순간은 작은 시작이었지만, 내 안의 무게를 들어올리는 단단한 선택이었다.


바다는 나의 망설임을 기다리지 않았다. 이내 다가와 내 발을 적셨고, 나는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내 몸이 수줍음보다 먼저 움직였다. 처음으로 시선에서 자유로웠다. 군가의 시선이 닿았다 해도, 그건 저 가볍게 스쳐갔다.


그날 나는 한참을 물속에서 떠다녔다. 파도는 나를 밀기도 하고 감싸기도 했다. 몇 번 헤엄을 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그저 둥둥 떠 있었다. 파도는 계속 밀려왔고, 나는 그 안에서 자유로이 머물렀다.


어쩌면 그날의 바다는, 내 안의 무게를 잠시 떠맡아 준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바다는 여전히 조용히 출렁였고, 그 흐름에 나를 맡겼다.


함께 지나가는 계절의 한 조각으로, 나는 그렇게 파도가 적셔 준 용기와 함께, 여름 한가운데 머물렀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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